사측 800억 적자, 동결 불가피… 이달말 '슬림화' 방안 발표

  • ▲ 김조원 신임 사장이 이끄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는 이달 경영정상화 방안 발표를 앞두고 있다.  ⓒ KAI
    ▲ 김조원 신임 사장이 이끄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는 이달 경영정상화 방안 발표를 앞두고 있다. ⓒ KAI


김조원 신임 사장이 이끄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는 이달 경영정상화 방안 발표를 앞두고 있다. 올 한해 KAI가 방산비리, 경영비리 등으로 홍역을 앓았던 만큼 경영시스템을 개선해 새 닻을 올리겠다는 의지이다.  

문제는 KAI 노동조합은 이러한 정상화 노력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KAI 노조는 지난 5일 7.6%의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쟁위 투표를 진행했다. 전체 조합원 2656명 중 2017명이 참가했고 76%가 파업에 찬성했다. 


◇ 800억 적자 기업에… 임금 7.6% 올려달라는 노조 

KAI의 올해 적자 규모는 800억원대로 예상되고 있다. 

올 여름 검찰 조사가 길어지면서 수출길이 줄줄이 끊긴 탓이다. 신규 수출을 위한 협상은 재개됐으나 수주로 이어지기까진 상당한 시일이 필요한 상황이다. KAI는 2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내면서 일찍이 내년도 임금 동결을 선언했다. 

이에 KAI 노조 측은 "임금 7.6%인상은 한국노총이 제시한 올해 임금 인상률"이라면서 "사측이 기본급 및 일시금 등의 동결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노조 측은 우선 노동쟁의행위에 들어가면서 사측을 압박하는 전략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KAI의 경우 노조의 파업은 불법으로 간주된다. 헌법과 노조법 등은 방산업체의 쟁의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KAI 노조 역시 파업을 언제부터 시작하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취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KAI 관계자도 "당장 노조에서 파업을 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는 아니다"라면서 "사측과 이제 협상이 시작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KAI의 대주주는 수출입은행으로 전체 지분 26.4%(2574만5964주)를 보유하고 있다. 사실상 정부가 주인인 셈이다. 국내 유일한 항공 방산 업체로 공공기관은 아니지만 공적인 성격이 짙다. 내년도 공공기관의 임금 인상폭은 2%대이다. 

KAI 노조의 임금인상 요구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회사가 어려울 때는 국내 유일한 항공산업의 생존을 호소하다가, 조금 형편이 나아지니 밥그릇 챙기기에 정신이 없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 ▲ T-50 제작현장 ⓒ KAI
    ▲ T-50 제작현장 ⓒ KAI


  • ◇ 김조원 사장, 조직개편 키워드는 '슬림화'  

    KAI는 이달 내부적으론 조직개편, 외부적으론 미국 공군 고등훈련기 교체사업(APT) 사업자 선정이라는 큰 과제를 앞두고 있다. 

    APT 사업은 미국 록히드마틴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미국 노후 훈련기를 교체하는 사업으로 초기 사업비만 33조원에 달하는 대형프로젝트다. 

    KAI 내에서는 이르면 이달말 늦어도 1월에는 사업자 발표가 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조원 사장은 이달 대규모 조직개편을 단행화할 전망이다. 회사 안팎에서는 조직개편의 핵심 키워드로 '슬림화'를 점찍고 있다. 

    위기 상황에서 조직의 수장이 된만큼 중복기능이 있는 조직을 통폐합하고 간부 숫자를 줄여 살림살이를 간소화한다는 뜻으로 보인다. 

    김 사장 입장에서는 회사의 달라진 외연을 대내외적으로 내보이는 것도 중요한 시점이다. 또 경영비리에 연루된 임원들이 줄줄이 물러난 만큼 임원들의 인사폭도 상당히 클 것으로 보인다. 

    KAI 관계자는 "인사는 예정대로 이달 말에 진행될 것"이라며 "경영혁신위원회가 내놓은 자료를 바탕으로 정상화 방안이 곧 발표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