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금융증권부 차진형 기자
    ▲ 금융증권부 차진형 기자

    우리 속담에 ‘똥 묻은 개가 겨 묵은 개 나무란다’란 말이 있다. 자기는 더 큰 흉이 있으면서 도리어 남의 작은 흉을 본다는 말이다.

    지금 금융당국의 행태가 딱 그 짝이다.

    일부 금융지주회사의 지배구조가 문제라며 연일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고치지 않을 경우 징계도 내린단다.

    그렇다면 금융당국은 제대로 하고 있는 지 되묻고 싶다.

    기업은행 이수룡 상임감사는 지난 10월 30일 임기가 만료됐음에도 후임자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기업은행 상임감사 선임 의무는 금융위원회가 맡고 있다. 하지만 2개월이 지난 현재, 제 집도 관리하지 못하고 있는 꼴이다.

    산업은행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산업은행 신형철 상임감사는 지난 4월 10일 임기를 마쳤지만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산업은행 상임감사 역시 금융위원회가 선임 권한을 갖고 있다.

    상임감사는 현 경영진을 견제할 수 있는 권한과 책임이 있다. 보수 역시 억대 연봉으로 그동안 관피아, 정피아 등 낙하산 인사가 내려와 눌러 앉아 왔다.

    민간 금융회사가 금융당국의 행보에 불만을 성토하는 이유는 이 같은 낙하산 인사를 막을 수 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한 답을 내놓지 못한 채 금융회사의 후계자 승계프로그램이 없다고 지적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그 사이 금융당국은 조용하게 낙하산 인사를 내려 보내고 있다.

    벌써 IBK투자증권 감사 자리엔 박일환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법사전문위원이 자리 잡았다.

    신용정보원 상임이사 자리에도 금융위원회가 이미 정한 인물이 있다며 내부에서 반발이 심하다.

    문재인 정부는 그동안의 적폐를 청산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금융권의 적폐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가 아닌 ‘관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