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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채용비리 의혹의 중심에 섰던 강원랜드에 대한 시장형 공기업 전환이 이르면 이달 중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환 결정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강원도와 폐광지 등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일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강원랜드의 시장형 공기업 전환 여부를 결정할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이달 중 개최할 예정이라고 4일 밝혔다.

     

    강원랜드는 현재 기타 공공기관으로 지정돼 있다. 기타 공공기관은 임원 임면, 예산안 확정, 결산서 제출 등과 관련해 별도 기준이 없다. 감사위원회를 두지 않아도 된다.

     

    반면 시장형 공기업은 임원 임면과 예산·인력운영, 경영실적 평가, 경영지침 등에 있어 기재부의 관리·감독을 받아야 한다. 그만큼 경영투명성이 높아질 수 있다. 정부가 강원랜드를 시장형 공기업으로 전환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난해 강원랜드는 대규모 채용비리가 드러나면서 국민적 공분을 샀다. 지난 2012~13년 신입사원 518명을 뽑았는데, 이중 493명(95%)이 청탁자와 연결된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청탁자 중엔 자유한국당 권성동·염동열 의원 외에 같은 당의 김기선·김한표·한선교 의원과 이이재·이강후 전 새누리당(현재 한국당) 의원의 이름도 등장했다.

     

    이런 까닭에 지난해 10월19일 열린 기재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선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당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심기준 의원은 "강원랜드가 기타 공공기관으로 지정돼 경영평가가 떨어진다"며 "시장형 공공기관으로 지정해 사업 전반에 대한 실질적 감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채용비리와 경영감독(필요성) 때문에 그런 방향을 생각하고 있다"며 "산업통상자원부, 강원도와 협의해 말씀하신 대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기재부는 실무검토에 돌입했다.

     

    그런데 강원도와 폐광지 등 지역사회가 강원랜드의 시장형 공기업 전환 움직임에 강력 반발하고 있어 실제로 전환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강원도와 폐광지 등이 반대하는 이유는 강원랜드의 설립 목적인 '폐광지역의 경제 활성화'에 어긋나고 '지역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최근엔 태백상공회의소까지 나서 기재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강원랜드 시장형 공기업 전환 반대 건의서'를 제출했다.

     

    태백상의는 건의서에서 "강원랜드를 시장형 공기업으로 전환하면 수익성 추구에 따른 지역 공공투자 위축이 불을 보듯 뻔하다"며 "지역 회생보다는 공동화가 더욱더 심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강원도와 지자체 공무원, 주민대표의 이사 참여가 봉쇄돼 지역 주민과 강원랜드 간의 이해 조정 역할이 약화 될 것"이라며 "폐광지역 협력사업 등 사회적 기업으로 부상하고 있는 사업들이 퇴색돼 폐광지역 주민들의 고통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강원도와 강원 폐광지역 시장ㆍ군수협의회(태백ㆍ삼척ㆍ영월ㆍ정선)도 강원랜드의 시장형 공기업 전환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강원도는 지난 2일 내놓은 입장 자료에서 "강원랜드의 시장형 공기업 전환은 지역과의 상생체제 붕괴, 공공투자비율 축소에 따른 경제파급효과가 대폭 감소할 것"이라며 지적했다. 그러면서 "시장형 공기업 전환이 채용비리 등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라도 제도적 보완이 전제돼야 한다"며 보완사항으로 기존 비상임·사외이사의 지역 추천권 보장 등을 꼽았다.

     

    앞서 김연식 태백시장과 김양호 삼척시장, 박선규 영월군수, 전정환 정선군수 등은 지난달 19일 영월군청 대회의실에서 모임을 갖고 "강원랜드가 시장형 공기업으로 전환되면 수익성 추구에 따른 지역공공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며 정치권과 함께 결사 반대에 나설 것을 결의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