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주택 이끌고 해외부실 덜어내고… 영업성적 '好好'올해 업황, 국내외 불확실성 가중… 호조 지속은 '글쎄'
  • ▲ 아파트 건설 현장. ⓒ성재용 기자
    ▲ 아파트 건설 현장. ⓒ성재용 기자


    4분기 실적 발표 시즌이 도래한 가운데 주요 상장 대형건설 5개사들이 지난해 4분기 양호한 영업실적을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주택부문이 이끌고 해외부실이 덜어지면서 실적 호조세에 속도가 붙는 형국이다. 다만 △주택경기 침체 △SOC예산 축소 △해외 불확실성 등으로 이 같은 호조가 언제까지 이어질 지에 대해서는 확신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25일 주요 증권사의 4분기 실적 전망치를 분석한 결과 현대건설·대우건설·대림산업·GS건설·현대산업개발 등 주요 상장 대형건설사 5곳의 매출은 전년동기 15조1673억원보다 6.04% 증가한 16조846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영업이익의 경우 5개사 합산 9137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전년동기 빅배스를 단행한 대우건설을 제외한 4개사 기준으로는 16.4% 증가한 수준이다.

    박형렬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2014년 이후 확장 국면에 진입한 주택 부문이 실적을 견인했다"며 "건설사들의 해외 손실 프로젝트가 2016년 말 25개 안팎에서 올해 5개 수준으로 줄어드는 등 해외 부문 손실이 감소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진단했다.

    건설사별로는 대림산업이 가장 뛰어난 실적 증가세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림산업은 전년동기대비 각각 35.0%, 166% 증가한 매출액 3조4822억원, 영업이익 1649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건설, 유화, 종속회사 등 전 부문 호조가 이어질 전망이다.

    주택 부문 매출 확대, 토목 부문 원가율 개선을 바탕으로 한 건설사업부는 물론, 유화사업부 역시 안정적인 실적으로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며 삼호, 대림에너지, 오라관광 등 국내 종속회사 실적 역시 호조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DSA(사우디아라비아 시공법인)의 경우 추가비용 마무리로 지난 1~3분기에 이어 4분기 연속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4000억원까지 확대된 YNCC 지분법 이익, 삼호 연결 편입 효과 등에서 발생하는 지분법평가이익도 긍정적으로 기대된다.

    빅배스를 단행한 대우건설도 실적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대우건설은 매출액 3조1056억원, 영업이익 1947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매출액의 경우 전년동기보다 14.4%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흑자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주택 부문 매출 확대와 건축 부문 이익률 회복 때문이다.

    다만 지난 분기 어닝쇼크의 원인이었던 카타르 고속도로와 모로코 사피 발전소 모두 관련 이슈들이 해소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돼 추가 손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카타르 사업의 경우 3분기 추가원가 1500억원 반영에 이어 추가로 인식될 가능성이 있다. 카타르와 사우디의 단교로 자재 및 인력 조달에 일부 차질이 생겨 공기가 지연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연간 가이던스 7000억원은 초과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 사업은 현재 3차 빌라 분양 중이며 준공된 1·2차에 관련된 수익이 4분기에 인식될 예정이다. 분양이 100% 완료된 개발형 프로젝트인 만큼 마진도 상당히 좋다.

    현대산업개발도 매출액과 영업이익의 동반 성장이 기대된다. 현대산업개발은 매출액 1조5445억원, 영업이익 1650억원을 각각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매출의 경우 전년대비 10.5%, 영업이익은 28.5% 각각 증가한 수준이다. 이는 주택 부문의 외형 성장과 자체사업 비중 확대에 따른 실적 개선 영향 때문이다.

    주력인 자체 주택사업의 매출이 신규분양 지연으로 예상보다 적게 나왔지만, 외주주택에서 자체주택 부진을 만회하는 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라진성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주택 부문에서의 견고한 실적과 고마진 민자SOC 매출 비중 증가에 따른 토목부문 실적 개선으로 중장기적인 이익개선이 가시화되고 있다"며 "더불어 지주사 전환으로 적대적 M&A에 대한 리스크를 해소하며 종합부동산디벨로퍼로의 전환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GS건설도 영업이익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다만 매출은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GS건설은 전년대비 소폭 하락(-0.87%)한 매출액 3조881억원과 78.5% 증가한 영업이익 943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2만4500여가구를 분양하며 업계에서 가장 많은 물량을 공급한 고마진 주택부문 매출액 증가가 영업이익 개선에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사우디 PP12 복합화력발전소와 쿠웨이트 와라 프로젝트에서 추가 손실반영이 예상되며 MC(기계적 준공) 승인은 받았지만, 사우디 라빅2 현장에서도 정산에 따른 추가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PP12 프로젝트는 JV(조인트벤처) 주관사인 BEMCO와 발주처 간 합의가 진행 중으로 마무리 공사를 하고 있으며 와라 프로젝트는 준공 후 가동 중으로, 발주처와 공기연장에 대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남아있는 해외 현안 프로젝트들의 의미 있는 추가손실 반영은 이번 4분기가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해외에서의 본격적인 턴어라운드가 시작될 것으로 증권가에서는 보고 있다.

    현대건설은 해외 부문 외형 위축에 따른 저조한 영업성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현대건설은 4분기 매출액 4조8642억원, 영업이익 2948억원을 각각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매출액의 경우 전년동기에 비해 9.31%, 영업이익은 21.3%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 2분기와 마찬가지로 양호한 국내 부문의 수익성이 부진한 해외 부문을 방어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

    베네수엘라 및 이라크 정유공장, 러시아 비료공장 등 대형 프로젝트들의 진행 속도 저하와 신규수주 부진으로 해외부문 외형이 급감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현대건설은 지난해 금융감독원 회계감리를 받고 2013~2016 4개 회계연도 사업보고서를 일부 수정했다. 이에 따른 여파로 지난해 말 해외 현장 위주로 원가율 등을 일제히 재점검하고 가급적 보수적 회계기준을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또 800억원 안팎의 환손실로 인해 세전이익이 부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건설은 3억3000만달러에 달하는 이라크 미수채권을 포함, 약 10억달러 규모의 순외화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대체로 양호한 실적을 기록하고는 있지만, 올해 전망은 불확실하기만 하다. 이들 5개사의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는 한 달 만에 0.4% 줄어들었다. 가장 큰 원인은 건설사들의 실적을 지탱해 온 국내주택 부문의 이익성장세가 꺾일 것이라는 우려다. 2013년 27.2%였던 5개사의 국내건축 부문 매출 비중은 2016년 42.2%까지 뛰었다. 2017년에는 50%를 넘겼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정부의 규제책이 이어진데다 그간 공급이 쏟아진 탓에 과잉공급까지 맞물려 주택경기 침체가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건설산업연구원 집계 결과 지난해 11월 기준 건설사들의 국내 수주액은 12조5000억원으로, 전년동월 13조4000억원에 비해 6.7% 줄어들었다. 이는 5개월째 이어진 감소세로, 11월 실적으로는 최근 3년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11월까지 누적 수주액은 138조원으로, 전년동기에 비해 2.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12월이 계절적 비수기인점을 감안하면 지난해 수주 규모 165조원을 넘어서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해외건설 역시 마찬가지다. 전년보다 소폭 증가(+2.9%)했지만, 2년 연속 300억달러를 밑돌았다. 2006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2016년에서 벗어나 400억달러를 회복하자는 당초 기대에 한참 못 미쳤다는 평이다. 특히 대형사들은 여전히 적지 않은 일회성 비용을 해외 부문에 반영하고 있어 이익 수준뿐만 아니라 이익 전망의 질적 측면에서도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다.

    권기혁 한국신용평가 실장은 "규제 강화, 입주물량 증가 등으로 부동산 경기는 위축될 전망이며 해외 실적 부진은 올해도 지속될 전망"이라며 "저조한 신규수주로 사업안정성 저하가 심화될 것으로 우려되는 등 올해도 쉽지 않은 한 해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