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새 3조1200억원 수주… 연말기준 12조원 육박프로젝트 준공임박·환손실 우려 등 이익정상화 '요원'
  • ▲ 서울 강동구 소재 삼성엔지니어링 본사. ⓒ삼성엔지니어링
    ▲ 서울 강동구 소재 삼성엔지니어링 본사.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엔지니어링이 지난해 말부터 올 초까지 잇달아 수주낭보를 전하면서 예년 수준의 수주고를 회복하고 있다. 외형과 이익의 동반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진행 중인 현안 프로젝트가 남아있는데다 다른 대형사들을 괴롭히고 있는 환 관련 손실우려도 있는 만큼 이익성장에는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ENG는 지난해 11월30일 바레인 밥코 정유 프로젝트(1조5000억원) 이후 사우디아라비아 'United EO/EG Ⅲ 프로젝트(7400억원)', 태국 ORP(Olefins Reconfiguration Project, 8800억원) 등 최근 두 달 간 3조1200억원에 달하는 신규수주에 성공했다.

    두 달 새 지난해 상반기 매출액 2조9748억원을 웃도는 수주에 성공하면서 실적 반전의 토대가 마련됐다는 평이다. 앞서 삼성ENG 수주고는 2016년 1분기 12조원 이후 꾸준히 감소하다 지난해 1분기에는 6조원까지 쪼그라들었다. 이후 3분기에 8조원으로 반등에 성공, 수주잔액이 연말 기준으로 전년대비 44.9% 증가한 11조8214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실제 해외건설협회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삼성ENG 신규 해외수주액은 36억달러로, 2012년 105억달러 이후 6년 만에 업계 2위 자리를 탈환했다. 2015년에는 수주액이 5억달러에 그치면서 15위까지 밀려난 바 있다.

    물꼬가 트인 해외수주 증가세는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관계사 물량(약 2조5000억~3조원)을 중심으로 비화공부문의 안정적인 수주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화공부문의 경우 단기적으로 UAE POC(해상 중질유 처리시설, 25억달러), 사우디 ASU(가스처리시설, 4억달러) 수주가능성이 존재하고 있다.

    또 중장기적으로는 삼성ENG가 강점을 보유하고 있는 다운스트림 프로젝트 입찰서 발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최근 오만정부를 상대로 국제민간중재기구에 중재를 신청했던 사안이 양측간 합의로 원만하게 마무리되면서 오만시장에서의 수주전에서도 희소식이 전해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그러면서 지난 29일에는 장중 1만8300원까지 주가가 오르면서 52주 신고가를 작성하기도 했다. 1년 전 1만2000원에 비해 52.5% 증가한 수준이다.

    A증권 애널리스트는 "핵심 주력분야를 중심으로 수주에 성공하면서 해당 공정에서의 경쟁력을 입증하는 동시에 재기에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며 "오만 정부와의 분쟁 갈등이 잘 봉합됨에 따라 오만에서 있을 수주전에서 좋은 소식을 들려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삼성엔지니어링을 낙관적으로 바라보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신규수주한 현장들의 본격적인 착공에 따른 선수금 등 실질적인 매출 기여에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당장 발표를 앞둔 4분기 실적이 전년대비 33.4% 급감한 1조3488억원에 그칠 것으로 증권가에서는 보고 있다.

    수익성 높은 비화공부문 매출비중 증가에도 화공부문의 빠른 매출감소에 따라 전반적인 외형감소 부담이 지속되고 있고, 특히 연내 준공예정인 이라크 바드라(3월), UAE 카본블랙(7월) 등 현안 프로젝트들에서 이번에도 추가원가가 발생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다른 대형건설사와 마찬가지로 원화강세에 따른 환 관련 손실 반영이 더해지면서 순이익도 저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일감확보 측면에서만 보면 해외수주 증가를 긍정적 시그널로 인식할 수 있지만, 과거 해외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무리하게 덩치를 키우다가 휘청거렸던 경험이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삼성ENG가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더욱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삼성ENG는 중동 프로젝트 저가수주 후유증으로 2015년 3분기 1조512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등 어려운 시기를 지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