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50대 1' 액면분할 '개인-소액' 투자자 접근성 확대보유 기회 제공… '책임경영-주주환원' 극대화 기대
  • ▲ 삼성전자가 지난 31일 액면가액을 주당 5000원에서 100원으로 줄이는 액면분할을 결의했다. ⓒ뉴데일리DB
    ▲ 삼성전자가 지난 31일 액면가액을 주당 5000원에서 100원으로 줄이는 액면분할을 결의했다. ⓒ뉴데일리DB


    "액면분할은 주주가치 제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 실행하지 않고 있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3월 열린 주주총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당시 삼성전자 주가는 200만원을 돌파하며 고공행진 이어가던 상태였다. 2015년 8월 103만원까지 떨어졌던 삼성전자 주가는 27개월 뒤인 2017년 11월 287만원까지 올랐다. 일부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300만원도 문제 없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삼성전자 주가가 연일 최고가 행진을 이어가자 액면분할을 요구하는 투자자들의 목소리도 힘을 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역대 최고 실적에 따른 주주환원정책이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에게 한정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함께 나왔다.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던 권 부회장은 주주가치 제고를 이유로 액면분할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자사주 소각, 분기배당 등 다양한 주주환원정책을 펼치는 만큼 액면분할의 필요성이 없다는 설명도 따라붙었다. 하지만 10개월 뒤 삼성전자 이사회는 50:1 주식 액면분할 시행을 결의했다. 삼성전자는 액면분할의 배경으로 '주주가치제고'를 앞세웠다. 권 부회장이 반대했던 이유와 동일한 내용이다.

    ◆1등 기업에서 국민 기업으로

    31일 액면분할 소식이 알려지면서 삼성전자 주가는 큰 폭으로 움직였다. 발표 직후 삼성전자 주가는 8% 이상 급등했다. 하지만 액면분할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갈렸다. 주주가치제고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목소리와 이재용 부회장의 항소심 선고 및 기관투자자들의 감시를 회피할 목적이라는 비판이 공존했다. 

    소액 거래를 주로하는 일반 투자자들은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과 함께 "삼성전자가 사실상 주주이익을 위한 최선의 선택지를 내놨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주가는 1주당 250만원을 상회하면서 일반 주주들이 접근하기 쉽지 않았던게 사실"이라며 "현재 주가를 기준으로 5만원대로 낮아지는 1주당 주가는 투자자 저변 확대와 유동성 증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 했다.

    삼성전자가 10개월 만에 입장을 바꾼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주가가 100만원을 돌파할 때와 지난해 초에도 액면분할을 검토했지만 실익이 많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며 "올해는 상황이 달라졌다. 주가와 실적이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액면분할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고, 이사회도 주주들의 목소리에 화답했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최고재무책임자인 노희찬 사장 역시 액면분할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노 사장은 이날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그동안 삼성전자 주가가 높아 주식을 매입하기에 부담이 된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됐다"며 "특히 지난해 삼성전자 주가가 실적 개선과 적극적인 주주환원에 힘입어 크게 상승하면서 이런 의견이 더 많아졌다"고 했다. 

    액면분할이 실시되면 액면가액은 주당 5000원에서 100원으로 줄어든다. 또 발행주식 총수는 보통주 기준 1억2838만6494주에서 64억1932만4700주로 50배 늘어난다. 이는 2% 수준에 머무는 개인 투자자 수를 크게 늘리는 효과로 나타날 수 있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삼성전자의 주식을 보유할 기회를 제공해 1등 기업의 이익을 전 국민이 나눠가질 수 있다.

    ◆소액 투자자 늘려 책임경영 강화

    지난해 10월 삼성전자는 이사회를 열고 2020년까지 3년간의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했다. 당시 이상훈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은 "배당을 대폭 확대하고 잉여현금흐름 계산시 M&A 금액 차감을 배제할 계획"이라며 "주주환원 규모의 급격한 변동을 방지하기 위해 잉여현금흐름을 기존 1년에서 3년 단위로 변경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번 액면분할에 대해 주주가치 제고의 연장선이라는 입장이다. 결국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선택지 중 하나일 뿐 별다른 의도가 있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소액 투자자들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것이야말로 주주가치와 기업가치를 높이는 최선의 방법이라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액면분할을 통해 책임경영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액면분할로 투자자 수가 늘어날 경우 핵심사업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져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강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스튜어드십 코드에 따른 기관투자자들의 감시를 회피할 목적"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는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액면분할은 경영 독립성과 투명성을 강화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경영원칙과 일맥상통한다"며 "결국 투자자와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방안으로 액면분할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