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반건설이 대우건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과 관련 적잖은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시공능력평가 기준 13위인 호반건설이 3위인 대우건설을 단독으로 인수하는 것을 비꼬아 '새우가 고래를 삼킨 격'이라는 평가부터 '승자의 저주'가 우려된다는 등 시너지는커녕 서로 손해만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한 야당의원은 대우건설 매각 본입찰에 호반건설이 단독 입찰한 것과 관련 문재인정권의 '호남기업 밀어주기'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기준은 다르지만 대체로 이번 선정에 곱지 않은 시각이 주를 이루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먼저 기업 규모 차이가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새우'가 '고래'를 삼키려고 하니 탈이 날 수밖에 없다는 우려다.

    물론 호반건설이 안정적인 택지지구 주택사업 위주로 성장하다보니 건축·토목은 물론 플랜트, 해외사업까지 하는 대우건설을 품을 능력이 있는 지에 대해서는 수긍이 된다.

    하지만 규모면에서 '현격한 차이'가 존재한다고 보기에는 어려워 보인다.

    △호반건설 △호반건설주택 △호반건설산업 △호반베르디움 등 호반건설그룹 내 건설계열은 외형과 내실에서 대우건설과 비슷한 규모다.

    호반건설에 따르면 2017년 추정 그룹 내 건설계열 매출액은 6조원, 영업이익은 1조3000억원으로 대우건설의 추정치 매출 11조원·영업이익 7000억원과 비교했을 때 수익성 면에서는 오히려 우위를 점하고 있다.

    2017년 말 누적 자기자본 규모도 호반건설 5조3000억원, 대우건설 2조5000억원으로 두 배를 웃돌 것으로 추산된다. 같은 시기 총자산 규모는 호반 건설계열이 약 8조원으로 예상돼 대우건설 10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현금성 자산비율이 높아 이번 입찰에서도 금융기관 차입보증서 없이 계열법인 자금증빙만으로 1조5000억원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건설기업노조 대우건설지부 측에서는 과거 금호산업이 부족한 인수자금 3조5000억원을 재무적투자자(FI)로부터 무리하게 끌어 썼다가 경영난을 겪은 것을 근거로 이번 인수를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이른바 '승자의 저주' 논란이다.

    호반건설은 이를 피하기 위해 매각 대상 지분 50.75% 가운데 40%만 우선 인수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도 '특혜'라는 비판을 제기한다.

    하지만 호반 측은 근거 없는 의혹 제기라고 반박하고 있다. KDB산업은행에 대우건설 지분을 분할 매각하는 조항이 있었고, 산업은행이 예비입찰 당시 "매각 대상 주식 중 일부에 대한 입찰이 가능하다"고 이미 공시한 만큼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헐값매각' 논란에 대해서도 옵션행사 대상지분 10.75%도 추후 대우건설 주가가 주당 7700원 아래로 떨어져도 호반건설이 행사가(7700원)에 인수(풋옵션)하고 주가가 오를 경우 시장 가격으로 인수(우선매수권)하는 조건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와 관련,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과 관련한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전영삼 산은 부행장(자본시장부문)은 "인수가는 현 주가(1월31일 종가 기준 6200원)에 30%의 프리미엄이 붙었다"며 "헐값 매각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반박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매각을 계기로 M&A시장에 대해 보다 전향적 자세로 우리 건설업계에서도 글로벌 플레이어를 성장시켜야 된다고도 한다.

    실제 독일의 호티에프(Hochtief)의 경우 매출 비중은 호주가 가장 크고 미국과 캐나다에서도 수익을 내고 있다. 이는 호티에프가 북미 지역에서는 건축 관련 업체 터너(Turner)와 토목업체 플래티론(Flatiron), EE크루즈(Cruz) 등을 인수해 활발한 수주활동을 펼치는 한편, 호주에서는 최대 건설업체 레이튼(Leighton)그룹을 인수해 시장 리스크를 줄였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해 11월 대우건설 매각 예비입찰에 참여한 미국 설계업체 에이컴(Aecom)도 있다. 공격적인 M&A를 통해 2002년 매출액 17억달러에서 2016년 174억달러까지 성장한 회사다.

    업계에서 얘기하는대로 이미 대기업 집단에 속해있고, 3000여개 종합건설사 가운데 13위에 랭크된 건설사를 '새우'라고 치자. 그 새우가 더 넓은 바다에서 놀아보려고 한다. 힘겹게 고래등에 올라타려는 새우에게 각종 논란으로 포장된 어깃장이 아닌 다른 무언가가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