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 및 과일 추운 날씨에 냉해 피해 폐기률 높아… "들여오는 가격 올라 싸게 팔 수 없어""체감온도 -20도 한파에 고객 발길도 뚝"
  • ▲ 추운 날씨에 비닐로 상품을 가려 놓은 상인. ⓒ진범용 기자
    ▲ 추운 날씨에 비닐로 상품을 가려 놓은 상인. ⓒ진범용 기자


    "채솟값이 지난달과 비교하면 평균적으로 전부 10% 넘게 올랐어. 날씨가 추워서 들여오는 비용 자체도 비싸졌고, 바닥에 전기장판을 계속 틀어서 얼지 않게 유지해야 하니까 비싸질 수밖에 없지" 관악구 신원시장 채소가게 주인 이 모씨(62세)

    "저번 주까지 애호박이 1800원이었는데 이제 2500원은 줘야 해. 애호박도 다 얼어버려서 들여오는 비용도 비싸. 주말에 또 춥다니까 아마 더 비싸질 거 같아" 노원구 중앙시장 채소가게 주인 박 모씨(67세)

    올해 들어 체감온도 영하 20도를 밑도는 강추위가 지속되면서 신선식품 가격이 계속해서 오르는 추세다.

    지난 7일 기자가 찾은 관악구 신림동 신원시장, 노원구 상계중앙시장 등에 위치한 과일, 채소 등 신선식품은 지난달 대비 1000원가량 가격이 인상된 모습이었다.

    신림동 신원시장의 한 채소 가게에선 지난주 1000원대 였던 애호박이 2500원으로 껑충 뛰었다. 갑자기 오른 물가에 판매자도 구매자도 불만이다. 시장 안에서는 가격을 깎아달라는 손님들과 깎아줄 수 없다는 가게 점원들의 실랑이를 쉽게 볼 수 있었다.

    채소가게 주인 장 모씨(59세)는 "깎아 줄수가 없지, 안 그래도 마진을 최소화해 팔고 있는데 이 이상 어떻게 깎아줘. 우리가 들여오는 가격 자체가 지난주보다 훨씬 올랐다니까. 그만 깍아"라며 굽히지 않았다. 

    과일가게 역시 사정은 비슷했다. 차례상에 오르는 사과와 배의 가격이 전월대비 10% 넘게 올라 고객들과 상인들이 가격을 흥정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시장에서 만난 한 고객은 "저번달까지 사과 5개에 3000~3500원이었는데 지금은 4000원 넘게 줘야 살 수 있네요. 설도 다가오는데 너무 많이 올랐어요"라며 선뜻 구매하지 못했다. 

  • ▲ 입구 앞을 비닐로 막아 놓은 매장의 모습. ⓒ진범용 기자
    ▲ 입구 앞을 비닐로 막아 놓은 매장의 모습. ⓒ진범용 기자


    상인들은 우리도 어쩔 수 없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신원시장의 한 과일가게 주인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상품들은 다 얼어서 팔수가 없고 새로 들여오는 상품은 가격이 엄청 올랐어요. 우리도 안 얼게 보관하려고 비닐도 치고 따뜻하게 보관하는데 날이 추우니까 얼면 버려야 하고 당최 방법이 없어요"라며 하소연했다. 

    상계동 중앙시장에서도 이러한 모습은 쉽게 볼 수 있었다.

    배를 구매하기 위해 시장을 찾은 이 모씨(31세)는 "배 5개에 5000원이 넘어요. 지난주엔 4000원이면 살 수 있었는데 많이 올랐네요. 날씨가 추워서 상인분들도 가격이 오른 건 어쩔 수 없다는데 이해는 되지만 사 먹는 입장에서는 부담이 되죠"라고 말했다.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7일 기준 소매 사과(후지·상품) 10개 평균 가격은 2만483원으로 1년 전 1만9924원보다 500원가량 올랐다.

    도매의 경우 사과(후지·상품) 10kg 평균 가격은 4만2800원으로 1년 전(4만1400원)과 비교해 1000원넘게 올랐으며, 1개월 전(3만5150원)과 비교하면 7000원 넘게 가격이 급등했다.

  • ▲ 추운날씨 탓에 발길이 줄어든 시장 모습. ⓒ진범용 기자
    ▲ 추운날씨 탓에 발길이 줄어든 시장 모습. ⓒ진범용 기자


    상인들은 추운 날씨에 폐기 상품이 늘면서 발만 동동 굴렀다.    

    채소가게 주인 김 모씨(65세)는 "바람 통하는 곳은 비닐로 싸매고 바닥에 전기장판 깔아도 날씨가 매일 추우니까 못 파는 폐기 상품이 매일 나와요. 상품을 못 팔고 버리면 손해가 얼만데 날이 풀리기만 기다릴 뿐입니다"라고 한숨을 쉬었다.

    상인들은 추운 날씨 탓에 가격 인상이나 상품 보관 방법도 문제지만, 시장을 찾는 고객 자체가 줄었다는 것이 가장 큰 피해라고 입을 모았다.

    신원시장에서 10년 넘게 정육점을 운영했다는 상인 이 모씨(60세)는 말보다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내 기억에는 10년 동안 날씨가 이렇게 영하 10도 밑으로 계속 내려갔던 적은 없어"라며 "아무리 막혀있다고 해도 대형마트보다는 시장이 추우니까 사람들이 잘 안 오는 것 같아. 작년이랑 비교하면 반절은 줄었다고 보면 될 거야. 설날이 다가오는데 걱정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