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부진·사드 보복 '이중고'… 동유럽·동남아 등 해외 공략 모색시장 쪼그라드는데 오직 밥솥… 경쟁사 쿠쿠, 렌탈 눈돌려 수익
  • ▲ 쿠첸 이대희 대표 ⓒ 뉴데일리 공준표
    ▲ 쿠첸 이대희 대표 ⓒ 뉴데일리 공준표



    쿠첸이 지난해 76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로 돌아섰다. 같은 기간 매출은 약 2373억원으로 전년대비 12.9% 감소했다.

    쿠첸의 이번 적자는 금액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국내 밥솥시장 침체로 매출은 크게 줄었지만 판매·관리비와 같은 고정비 부담이 지속된 탓이다. 지난해 초 빚어진 사드 이슈로 중국 수출 실적이 줄어든 탓도 있다.

    쿠첸의 매출 중 밥솥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74%다. 밥솥이 안 팔리면 전체 실적이 휘청이는 구조다. 또 다른 주력제품 전기레인지 매출은 전체 중 16%에 그쳐 밥솥 실적을 만회하기엔 역부족이다.

    쿠첸은 지난해 9월 신제품 밥솥 'IR미작'을 공개했다. 적외선(IR) 기술을 기반으로 가마솥, 돌솥밥 등 차별화된 밥맛을 구현한다는 컨셉의 고가 제품이다. 쿠첸은 야심작 IR밥솥을 공개하며 유도가열방식 IH밥솥 위주의 프리미엄 시장을 뛰어 넘는 '초 프리미엄' 시장을 열어갈 것을 자신했다.

    신제품 출시 후에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출시 후 추석 성수기 영향으로 3분기 매출이 늘어 적자폭은 줄였지만, 상반기에 누적된 적자 51억이 버거워 반등엔 실패했다.

    신제품 출시 때 세운 하반기 매출 목표 1400억원도 달성하지 못했다. 현재까지 집계된 쿠첸 잠정 매출에 따르면 17년 하반기 매출은 1193억원에 그친다.

    쿠첸은 올해도 IR제품을 중심으로 국내 프리미엄 밥솥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교체수요 등으로 인한 시장 활성화를 기대하는 모습이다. 전기레인지 마케팅을 함께 강화하는 한편, 유아용 가전 등 신사업도 준비하고 있다.

    해외 공략도 강화한다. 중국을 포함한 동유럽, 동남아 등 해외 시장에 진출한다. 중국에서는 합자회사를 통해 밥솥 마케팅을 강화하고, 동유럽·동남아와 같은 시장에선 국가 특성에 맞춘 특화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동남아에서는 열판 밥솥과 착즙기 등을, 동유럽 국가엔 식습관에 따라 다양한 활용이 가능한 멀티 쿠커를 구상 중이다. 저가 제품이 잘 팔리는 동남아의 경우, 실질적인 수익 확대 효과를 보기까진 오랜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업계는 쿠첸의 실적 턴어라운드를 위해 뭔가 다른 강력한 '한 방'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밥솥 위주의 국내 마케팅과 해외 진출이 당장 수익으로 이어질지 장담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경쟁사 쿠쿠전자의 경우 일찌감치 렌탈사업으로 눈을 돌려 수익을 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경쟁사 쿠쿠처럼 쿠첸도 수익성 회복을 위한 많은 고민이 필요할 것"이라며 "국내 밥솥 시장은 작아지는 데, 상황이 좋아지길 바라며 기존 제품에만 집중하는 것은 감나무 밑에서 감 떨어지길 기다리는 상황과 다를 바 없다. 해외 진출의 경우도 수익성 위주의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