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서상 경영진 구속 시 이사직 해임이 일반적신동주 전 부회장 "롯데그룹 70년 역사상 전대 미문의 사건"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과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오른쪽).ⓒ롯데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과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오른쪽).ⓒ롯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뇌물공여 혐의로 법정 구속되면서 롯데家의 '형제 다툼' 불씨가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형인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의 반격 가능성이 높고, 최악의 경우 신 회장이 일본롯데홀딩스 대표이사직에서 내려오게 되면 불안정한 지배구조로 인해 한국롯데도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경영권 분쟁에서 사실상 패배했던 신동주 전 부회장이 신동빈 회장의 구속을 계기로 반격에 나설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신 회장이 경영비리 관련 판결에서 실형을 면하면서 형인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과의 경영권 분쟁도 일단락되는 듯 했지만, 이번에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신 전 부회장은 13일 '롯데 경영정상화를 위한 모임' 일본 사이트에 광윤사 대표 명의로 '한국의 신동빈 회장에 대한 유죄 판결 및 징역형의 집행에 대해서'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해당 글에서 신 전 부회장은 "롯데그룹에서 한일 양측의 대표자의 지위에 있는 사람이 횡령·배임, 뇌물 공여 등 각종 범죄 행위로 유죄 판결을 받고 교도소에 수감된 것은 롯데그룹 70년 역사상 전대 미문의 사건이며, 지극히 우려스러운 사태"라며 "신동빈 씨의 즉각적인 사임, 해임은 물론 회사의 근본적인 쇄신과 살리기가 롯데그룹에게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밝혔다.

이어 "광윤사는 종전에 비해서 더욱 롯데 경영 정상화가 요구될 것으로 분석, 현재 위기를 수습하고 조기 경영 정상화를 실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신 전 부회장이 직접 신 회장의 '즉각적인 사임'을 언급한 것으로 보아, 롯데그룹 경영권에 대한 신 전 부회장의 물밑 움직임이 서서히 수면 위로 올라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해당 글은 현재 일본 사이트에만 올라온 상태다. 

실제로 일본은 한국보다 경영진의 비리에 대해 엄격해 구속 수감된 신 회장의 입지는 매우 위태로운 상황이다. 
일본에서는 회사 경영진이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으면 책임을 지고 이사직에서 사임하는 것이 일반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일본롯데홀딩스가 조만간 이사회나 주주총회 등을 소집해 신 회장의 대표이사직 해임을 결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롯데를 장악하고 있는 일본롯데의 정점에는 롯데홀딩스라는 지주회사가 있다. 일본롯데홀딩스는 광윤사(28.1%), 종업원지주회(27.8%), 임원지주회(6%), 관계자(14%) 등이 주요 주주다. 신동빈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의 지분율은 13% 안팎이다.

현재 신 회장이 종업원지주회와 임원지주회, 관계사 등으로부터 과반 이상 주주 지지를 확보한 상태지만, 신 회장의 부재로 종업원지주회사를 비롯한 주주들의 지지가 어느 쪽으로 기울지 알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신 전 부회장이 롯데홀딩스 대표이사로 힘을 발휘한다면 신 회장은 설 자리가 없어진다. 신 전 부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을 30% 가까이 보유하고 있는 광윤사의 최대주주(지분율 50%+1주)이기 때문이다.

롯데홀딩스의 경영권 뿐만 아니라 한국 롯데 지배 기반도 문제다. 일본 주주 반대로 신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직에서 내려오게 되면 롯데지주 등기이사직도 유지하기 어렵게 될 수 있도 있어서다.

롯데지주의 최대주주는 10.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신동빈 회장이다. 그밖에 친인척, 계열사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 등으로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했다. 일본롯데 역시 호텔롯데가 보유한 8.9% 지분을 포함해 15%의 지분을 소유한 주요 주주다. 

법정구속으로 신 회장의 입지가 좁아지면서 신 전 부회장이 한국 롯데까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쓰쿠다 사장이나 고바야시 마사모토 최고재무책임자(CFO) 등이 신 회장의 측근 인사이기 때문에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내려질 때까지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도 우세하다.

롯데 관계자는 "신동주 전 부회장이 올린 글은 주장일 뿐, 등기이사 해임에는 정상적인 절차가 필요하다"며 "신 전 부회장 측의 행보는 지켜보고 있지만 이미 경영권 분쟁은 끝난 일이다. 롯데지주 등 주요 계열사에 해를 끼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신동빈 회장은  지난 13일 K스포츠 재단에 70억원의 뇌물을 건넨 혐의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고 구속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