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내 사업 '도미노 철수'… 금한령에 유통업계 치명상
면세점업계 '단체→보따리상'으로 매출원 변화
제3국 노려라… 세계로 향하는 유통업계
  • ▲ 중국 내 롯데마트의 모습. ⓒ롯데마트
    ▲ 중국 내 롯데마트의 모습. ⓒ롯데마트


    한국과 미국이 지난해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 THAAD)를 배치한 것에 반발로 시작된 중국 당국의 경제보복(이하 사드보복)이 1년이 지난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이에 유통업계도 이전과 다른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하면서 시장의 분위기도 예년과 다른 모습이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사드보복으로 국내 관광산업을 비롯해 중국 진출 기업 등이 현재도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다. 롯데는 사드 부지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모든 계열사가 중국으로부터 강도 높은 제재를 당하면서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

    ◇ 중국 내 사업 '도미노 철수'… "기다릴 수 만은 없다"

    우선 중국 내 현지에서 사업을 진행하는 유통기업들의 도미노 철수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에서 112개 점포(슈퍼포함)를 운영하는 롯데마트는 지난해 3월부터 9월까지 총 87개 점포가 소방시설 미비 등을 이유로 무더기 영업정지를 당하면서 2600억원가량의 적자를 기록했다. 현재까지도 영업 재개를 허가받은 점포는 전무한 상황이다.

    롯데는 사드보복 초기 중국 내 사업 지속 계획을 밝혔지만,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지난해 9월 중국 사업 완전 철수를 결정하고 매각 작업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중국 사드보복이 지속되면서 현재까지도 마트 매각 작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모습이다.

    지난 1997년 중국에 진출한 이후 한 때 최대 26개의 점포를 운영했던 이마트도 지난해 6개 남은 점포마저 매각한다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발표가 있었다.

    이마트의 중국 사업 철수는 3년 동안 중국에서 1000억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한 데다 중국 내에서 사드 배치에 따른 반한 감정까지 커지면서 사업 불확실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홈쇼핑업계도 중국 사업 철수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해외개척 사업을 가장 발 빠르게 서둘렀던 CJ오쇼핑은 광저우 기반의 남방 CJ를 지난해 7월 철수키로 결정했다. 현지 업체들과의 저가 경쟁이 심화하면서 수익성이 떨어지고 중국 당국의 사드보복 영향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홈쇼핑 역시 중국 진출 8년 만에 철수를 검토하고 있다. 5개 사업권 중 4곳은 구조조정 중이며, 나머지 한 곳도 계약이 만료되는 2021년 정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 ▲ 2017년 면세점 매출 . ⓒ윤호중 의원실
    ▲ 2017년 면세점 매출 . ⓒ윤호중 의원실


    ◇ 단체 관광객 예약건수 '0'… '따이공'에 목매는 면세점

    중국이 사드보복의 일환으로 진행한 '한국행 단체관광객 모집 중단'(금한령)의 여파로 면세점의 분위기는 예년과 비교해 사뭇 달라졌다. 단체 관광객들 대신 '따이공'(보따리상) 위주로 매출이 증가하면서 관광이나 콘텐츠 대신 쇼핑 동선이나 수수료율에 따라 면세점 매출이 달라지고 있기 때문.

    관세청 및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의원실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강북권 지역 면세점 매출은 지속적으로 신장한 반면, 강남권 지역의 면세점은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보따리상들의 경우 관광이 목표가 아닌 상품 구매가 목적으로 통상적으로 면세점이 몰려 있는 강북권 지역을 선호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변화는 지난해 면세점 매출 'TOP 10'만 봐도 알 수 있다.

    지난해 기준 롯데면세점 본점이 연매출 3조1619억원으로 1위를 기록했고, 신라면세점 서울점이 연매출 2조1239억원 2위,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이 1조3510억원으로 3위를 차지했다.

    4위는 신라아이파크면세점(8326억원), 8위 두타면세점(4436억원), 9위는 갤러리아면세점63(3312억원)이 차지하면서 매출 TOP 10에 서울 강북권 지역만 6개가 이름을 올렸다.

    강남권역에서 유일하게 이름을 올린 롯데월드타워점의 경우 5721억원의 연매출을 올리면서 6위를 기록했다. 이는 롯데월드타워면세점이 사업권을 잃기 직전인 2015년과 비교하면 순위(3위)와 매출(6116억원) 모두 하락한 수치다. 코엑스점도 2159억원을 기록해 전체 점유율 1.5%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국내 여행업계에 따르면 현재까지도 중국인 단체 관광객 패키지 상품 수요가 전무한 상황으로 이러한 따이공 위주의 면세점 성장은 올해도 유지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익명을 요구한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금한령이 시작된 이후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줄고 보따리상 위주로 매출이 증가하는 비정상적인 시장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며 "따이공들의 경우 관광이 목표가 아닌 단순 상품 구매가 목적으로 이는 문화적 파급이나 한국의 관광 효과 등에 영향이 미비해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국익에도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 ▲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시장조사를 하는 모습. ⓒ정용진 부회장 인스타그램
    ▲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시장조사를 하는 모습. ⓒ정용진 부회장 인스타그램


    ◇ 제3국으로 눈 돌리는 유통업계… "중국만이 답은 아니다!"

    중국 당국의 사드보복이 지속되면서 유통업계도 중국 사업 대신 동남아나 미국, 중동 등 제3국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성장 가능성이 높고 한류 영향력이 강한 동남아 시장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이마트는 지난해 5월 말레이시아 유통 기업인 'GCH 리테일'에 자체 브랜드인 'e브랜드' 상품을 수출하면서 시장 개척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이후 7월에는 수도 울란바토르에 이마트 1호점을 개장하고 곧바로 9월에도 울란바토르 2호점을 오픈하면서 시장 선점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먼저 진출한 베트남 시장에서는 가시적인 성과도 기록했다. 이마트 고밥점의 경우 지난 2016년 매출은 419억원으로 당초 목표 대비 120% 성과를 거둬들였다. 지난해 1~3분기 역시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6.5% 신장한 385억원을 기록했다. 

    이마트는 동남아 이외에도 미국 시장 진출도 검토하고 있는 모습이다. 정용진 부회장이 최근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미국의 대형마트를 방문한 모습을 올리면서 관련 내용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다양한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 두고 검토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롯데마트도 2020년까지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지역에 총 169개 매장을 운영할 계획을 세웠다.

    지난해 기준 45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인도네시아에는 2019년 67개, 2020년 82개로 점포를 확장할 예정이며, 베트남의 경우는 2019년 55개, 2020년 87개로 키울 계획이다.

    점포 출점 확대뿐만 아니라 전문상품 수출(B2B·기업 간 거래) 사업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롯데마트는 시장에 이미 진출한 인도네시아, 베트남시장에서 2019년 730억원, 2020년 1000억원까지 시장을 키운다는 전략이다.

    그룹 차원의 대규모 투자도 이뤄진다. 롯데는 베트남에 연면적 20만㎡규모의 복합쇼핑몰 '롯데몰 하노이'를 2020년까지 완공할 예정이다. 호찌민시 투띠엠 지구에도 약 10만여㎡ 규모 부지에 2조원을 투자해 에코스마트 시티를 건설할 예정이다.

    CU의 경우 이란 테헤란에 해외 1호 매장인 써데기예(Sadeghiye)점을 열고 글로벌 시장에 첫 발을 내디뎠다. 지난해 7월 이란의 엔텍합 투자그룹 내 신설법인 '이데 엔텍합'과 마스터프랜차이즈 계약을 체결한 이후 첫 성과물이다.

    이번 1호점 오픈으로 BGF리테일은 업계 최초의 글로벌 진출이자, 로열티를 지불하고 해외 브랜드를 사용하던 프랜차이즈에서 브랜드 독립 후 로열티 수입을 벌어들이는 첫 프랜차이즈 국내 기업이 됐다.

    GS25도 지난해 7월 베트남의 손킴그룹과 30 : 70의 지분 투자를 통해 합자법인회사(이하 조인트벤처, joint venture) 설립 계약을 체결하면서 GS25 호찌민 1호점을 시작으로 총 4곳의 매장을 오픈했다. 향후 10년 내 베트남 매장을 2000개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 ▲ CU엔텍합애만 써데기예점. ⓒCU
    ▲ CU엔텍합애만 써데기예점. ⓒCU


    이렇듯 유통기업들이 중국 이외에 제3국으로 눈을 돌린 이유는 중국 당국의 사드보복을 교훈으로 "중국만 보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경험이 축적됐기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실제로 최근 중국 당국이 금한령을 일부 해제하면서도 롯데가 운영하는 상품 판매점이나 호텔 등 롯데와 관련한 어떤 상품도 팔아선 안 된다는 조건을 다는 등 사업 지속에 대한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미국과 함께 G2로 불릴 정도로 경제 대국이고 같은 한자 문화권, 지리적 위치, 한류의 흥행 등의 이유로 그동안 많은 유통기업이 중국 사업에 집중했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그러나 지난해 사드보복에서 보여줬듯이 중국과의 관계는 외교 문제로 언제든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문제가 지난해 사드 보복으로 기업들에 각인돼 유통기업들이 다양한 시장에 진출하는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