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삼성' 여론 확산될까 노심초사… 조용한 대외활동 집중"10주년 생일마다 풍랑… '성장비결, 위기에 있다' 웃지 못할 말까지"
  • 1938년 설립된 대구 삼성상회 모습. ⓒ삼성
    ▲ 1938년 설립된 대구 삼성상회 모습. ⓒ삼성


    1938년 3월 22일 대구에서 삼성상회(현 삼성물산)로 시작된 삼성그룹이 22일 창립 80주년을 맞았다. 하지만 공식 행사나 총수 메시지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사내 게시판에 그동안의 역사를 보여주는 80개의 사진과 영상물이 공개될 뿐이다.

    작은 상점으로 시작한 삼성은 일제침략과 한국전쟁을 거쳐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반도체, TV, 스마트폰 등에서는 글로벌 1위를 수 년째 지켜오고 있고, 삼성 계열사들의 시가총액은 유가증권시장의 30%를 웃돌 정도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소유로 의심 받고 있는 다스의 소송비 대납, 이건희 회장 차명계좌, 이재용 부회장 재판 등의 여파로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조직 구성원들을 중심으로 "10년 단위 기념일마다 악재가 계속되고 있다"는 씁쓸할 말들이 나돌 정도다. 임원들은 조직 구성원들이 자괴감에 빠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위기다.

    삼성은 공교롭게도 10주년 생일마다 풍랑을 겪어왔다. '삼성의 성장 비결은 위기를 극복하는데 있다'는 웃지 못할 말들이 나오는 이유다. 

    악재가 시작된 건 창립 30주년이었던 1968년부터다. 1968년은 고 이병철 선대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해다. 그는 한국비료사건(1966년)의 후폭풍으로 한국비료를 국가에 헌납(1967년)한 뒤 야인이 됐다.

    40주년이었던 1978년에는 2차 오일쇼크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오일쇼크는 1978년부터 약 3년간 이어지면서 사업에 큰 어려움을 줬다. 1988년 50주년은 약 4개월 전 타개한 선대회장의 빈자리를 느껴야했다. 삼성은 50주년 기념식을 서울 올림픽 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고 '제2창업'을 선언했지만 기쁨보다는 결의와 다짐이 앞섰다.

    1998년 60주년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로 국가 전체가 위기에 빠졌다. 삼성 역시 국가부도 위기에 구조조정과 기업퇴출 등 뼈를 깎는 고통을 감수해야했다. 삼성자동차가 르노에 인수된 것도 이 때다.

    70주년이었던 2008년 역시 마찬가지다. 당시 삼성은 김용철 변호사(전 삼성 법무팀장)의 비자금 의혹 폭로로 '삼성 특검'에 시달렸다. 때문에 삼성은 계획됐던 이병철 선대회장 20주기 추도식과 이건희 회장의 취임 20주년 행사를 취소했다. 

    올해도 별반 다르지 않다. 총수 일가가 구속되는 등 고난을 겪고 있는 만큼 대외활동 없이 조용히 지나가는 분위기다. 재계에서는 '석방된 이재용 부회장이 제3의 창업 선언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왔지만 상고심 재판이 남아있는 만큼 전면에 나설 가능성은 희박하다. 

    대신 삼성은 국민과 사회에 보답한다는 의미로 대대적인 사회공헌활동을 벌인다. 이마저도 생색내기로 비춰질까 홍보 활동 없이 자제하는 분위기다. 삼성 계열사들은 내달 22일까지 복지시설과 지역사회를 방문해 기부금을 전달하고, 일손이 부족한 곳에 찾아가 봉사활동을 벌인다.

    회사 관계자는 "임직원들을 위한 사진 및 동영상 자료 공개 이외에는 80주년 관련 외부 행사는 계획된 게 없다"며 "전체적으로 조용히 지나가는 분위기다 보니, 따로 이야기하지 않으면 80주년인지 모를 정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