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주 선호하는 소비자 입맛 변화로 인한 리뉴얼알코올 도수 낮추면 원재료 '주정' 비용 절감 효과도
  • ▲ 하이트진로 참이슬(좌), 롯데주류 처음처럼. ⓒ각사
    ▲ 하이트진로 참이슬(좌), 롯데주류 처음처럼. ⓒ각사

국내 주류 업계에 '순한 소주' 경쟁이 시작됐다. 하이트진로가 '참이슬'의 알코올 도수를 낮춘 데 이어 롯데주류 '처음처럼'도 더 순한 소주를 내놓으면서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주류는 처음처럼의 알코올 도수를 기존보다 0.5도 낮춘 17도로 선보여 20일부터 생산한다. 앞서 하이트진로가 '참이슬 후레쉬'의 알코올 도수를 17.2도로 낮춘데 이어 더 순한 소주를 선보인 것. 

롯데주류는 최근 국세청에 신고절차를 마쳤으며 이르면 이달 말부터 17도 제품을 판매한다. 롯데주류가 생산 중인 '처음처럼 순한'은 16.8도에서 16.5도로, '처음처럼 진한'은 21도에서 20도로 각각 내려간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소비자 조사 결과 17도에 대한 선호도가 높게 나타났기 때문에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며 "
기존 제품의 재고 회전을 고려해 볼 때 이 달 말부터 음식점, 술집, 할인점 등에서 새로워진 처음처럼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주 업계의 '더 순한' 소주 도수 경쟁은 지난 1998년 '참이슬'이 23도 제품을 내놓은 이후 현재까지 계속 돼 왔다.

점점 순해진 소주 시장은 '참이슬'이 17.2도, '처음처럼'이 그보다 순한 17도, 
지방 주류업체인 무학 '좋은데이'와 대선주조 '대선 소주'는 각각 16.9도의 시원(C1)소주가 각축을 벌이고 있다. 이 중 '참이슬'이 전체 시장의 50%, 롯데주류가 19%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더 순한 소주를 선호하는 트렌드가 지속되면서 소주 업계가 연달아 더 순한 소주를 선보이고 있다"며 "국내 주류 업계가 침체된 상황에서 저도 소주로 반등을 노릴 수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알코올 도수를 낮춘 것은 변화한 소비자 입맛을 반영한 동시에 원가 절감 효과도 볼 수 있기 때문"이라며 "알코올 도수를 낮추면 원재료인 주정을 덜 쓰게 돼 한 병당 6~10원의 생산비를 아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알코올 도수를 낮추는 과정에서 제품 가격은 기존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는 사실상 소주 가격 인상으로도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에 따르면 
소주 회사는 매년 매출의 20% 정도를 주정 구입에 쓰고 있다. 이번에 알코올 도수를 낮추면서 하이트진로는 연간 약 100억원, 롯데주류도 수십억원의 원가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해 주류업계 측은 "주정 비용을 일부 절감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 오른 인건비나 원부자재료, 물류비 등을 감안하면 알코올 도수 조정으로 인한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며 "이보다는 소비자 트렌드 변화에 따른 제품 리뉴얼 차원이 크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