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코드 강조한 캠페인 다수 진행한 카피라이터 출신디지털화 우려, 제일기획이 보유한 최다 광고주로 극복
  • ▲ 이예훈 제일기획 CD ⓒ정상윤 기자
    ▲ 이예훈 제일기획 CD ⓒ정상윤 기자


    "브랜드와 소비자가 친구가 되는 확실한 답은 공감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9일 오후 2시 제일기획 본사에서 만난 이예훈 CD(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상무, 47세)는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편안한 인상의 이 CD는 삼성전자의 셰프컬렉션 패밀리허브 TV CF, KGC 인삼공사의 정관장 에브리타임 캠페인 등 주로 공감 코드를 강조한 캠페인으로 유명하다. 

    ◆ 브랜드와 소비자 연결하는 강력한 수단은 '공감'

    세상에는 공감 코드를 강조하는 광고 외에도 선망성을 주는 광고, 낯선 그림으로 시선을 끄는 광고, 톱모델을 기용하는 광고 등 다양한 광고가 있다. 유독 이 CD가 공감 코드에 주력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 CD는 "제가 자꾸 공감 코드의 광고를 만드는 이유가 뭘까 하고 생각해 봤다"며 "광고의 메시지가 본인과 같은 생각이라고 느낄 때 (소비자는) 그 브랜드와 친구가 된다"고 말했다.

    공감은 타인의 상황이나 기분에 대해 본인과 같다고 느끼는 감정이다. '어? 나랑 똑같네' 하고 느끼는 순간, 타인과의 거리는 급격히 좁아진다. 마음의 깊은 곳과 연결되는 것이 공감의 힘이다.

    광고는 기본적으로 소비자들에게 물건을 판매하기 위해 제작된다. 사람들도 광고의 속성을 익히 알기 때문에 광고라는 것을 아는 순간 귀를 닫기 십상이다. 소비자에게 끊임 없이 말을 거는 대신, 소비자들이 광고에서 하기 위한 말에 귀를 기울이게 하는 강력한 수단으로 이 CD는 공감을 중요시하는 것.

    이 CD는 "평소 TV를 보다가 광고 메시지가 '어? 나도 저런 생각했어'라고 와닿으면 그 브랜드와 내가 친구가 된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그게 확실한 답이라고 생각했다. 소비자들과 가까워지는 방법으로 공감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광고는 만드는 사람의 성격이나 지향성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며 "제 성격 자체도 인상을 깊게 남기거나 멋있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기보다는 솔직하고 재밌게 얘기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튀는 광고보다는 물건이 잘 팔리는 광고를 지향했다. 그는 "광고가 눈에 띄고 화제가 됐지만, 물건은 안 팔리는데 광고만 남는 경우가 있다"며 "그런 것보다는 물건도 팔리면서 크리에이티브가 있는 게 광고의 목적에 맞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이러한 답변에서 이 CD의 실용주의적 면모가 드러났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글을 쓰는 직업을 갖고 싶었지만 시인이나 소설가가 아닌 드라마 작가나 카피라이터가 되고 싶었던 이유도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예술과 상업(마케팅)의 중간적 위치에 있는 광고의 매력에 끌려 이 CD는 지난 1996년 카피라이터로서 광고계에 입문했다.

    이후 지난 2008년 제일기획 제작본부에 입사해 2009년 제일기획 국내 제작그룹 CD, 2010년 제작본부 CD팀장, 2017년 제작 5그룹장 등을 거쳐 지난해 12월에는 제작3본부장이 됐다.

  • ▲ 이예훈 제일기획 CD ⓒ정상윤 기자
    ▲ 이예훈 제일기획 CD ⓒ정상윤 기자



    ◆ 광고업계의 어려움, 종합광고대행사 강점으로 극복

    이 CD가 광고계에 뛰어든 지도 어느새 22년이 지났다. 그 사이 광고업계는 극심한 변화를 겪었다. 최근에는 광고 환경이 디지털화되면서 크리에이티브의 입지가 점차 줄어들고 있는 점도 종합광고대행사들의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제일기획도 디지털 사업 비중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매출총이익에서 디지털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0년 19%에서 올해 1분기 기준으로 32%까지 늘었다.

    이 CD는 "이제 데이터에 입각한 크리에이티브와 콘텐츠 위주의 크리에이티브라는 두 가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며 "어느 한 쪽이 맞다고 할 수는 없지만 선호하는 방향은 콘텐츠 쪽"이라고 말했다.

    종합광고대행사는 몸집이 큰 만큼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 그는 "종합광고대행사가 시야는 제일 넓다"며 "광고주의 문제를 제일 잘 알고, 해결 경험도 제일 많다는 점을 활용하면 솔루션은 충분히 낼 수 있다"고 답했다.

    이러한 자신감은 제일기획이 국내에서 제일 많은 광고주를 보유한 데서 나온 것이다. 제일기획을 성장시켜준 것도 결국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게 해준 광고주들 덕분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클라이언트가 더 많으면 도움이 된다"며 "새로운 것을 해보고 싶어하는 클라이언트를 만나면 보다 크리에이티브한 광고를 만들 기회가 생긴다"고 강조했다. 종합광고대행사이기 때문에 힘든 부분은 종합광고대행사이기에 갖는 또 다른 강점으로 돌파하겠다고 맞받아친 셈이다.

    이 CD는 앞으로 어떤 행보를 펼칠까. 그는 "광고업계가 어떻게 변하게 될지 모르겠다"며 "그저 하루를 열심히 살려고 한다"면서 인터뷰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