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 철수땐 GM 36억 달러 손실
분기별 임시주총 개최, 강제 주주감사권 확보

  • ▲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11일 "GM 역시 굉장히 위험을 감수하고 투자를 결정했다"면서 "각자 불확실한 미래를 바꿔보자고 서로 협조했다"고 강조했다. ⓒ 뉴데일리
    ▲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11일 "GM 역시 굉장히 위험을 감수하고 투자를 결정했다"면서 "각자 불확실한 미래를 바꿔보자고 서로 협조했다"고 강조했다. ⓒ 뉴데일리


11일 오전 산업은행 기자실을 찾은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대뜸 화이트보드를 찾았다. 검정색 마커를 든 이 회장은 작심한 듯 흰 칠판에 한국GM의 1대주주인 GM본사와 2대주주인 산업은행의 지분율을 각각 적은 뒤 투자금을 도표로 그리기 시작했다. 이 기회에 확실하게 '먹튀' 논란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였다. 

이 회장은 "이제 한국GM의 먹튀론은 안써주셨으면 좋겠다"면서 "먹튀는 공짜로 먹고 튀는건데 GM본사에게 64억불(7조원)은 적은 돈이 아니다"고 했다.


◇ "먹고 공짜로 튀어야 먹튀… 철수땐 GM 손실 더 커"

표에는 GM은 올드머니인 28억달러는 출자전환하고 뉴머니로 산업은행과 GM이 각각 7억5천만달러, 8억달러를 투입하고 GM은 추가로 28억달러를 론으로 투자하는 내용이 담겼다. 지분율은 83:17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투자를 확대해 결과적으로 GM의 투자 부담이 늘었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산업은행의 투자규모를 2억5천만달러로 늘릴 때 GM은 13억 달러를 확대했다"면서 "GM은 최종 64억달러가 들어간 것이기 때문에 28억달러를 론으로 들어온 것은 인정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28억달러에 대한 이자율은 3~3.5% 수준으로 낮췄다"면서 "GM본사의 조달금리가 5%정도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GM의 철수 가능성에 대해서는 "GM이 철수한다는 것은 돈을 다 투입한 뒤 자산을 모두 처분하고 나가는 것인데 자산처분이 모두 이뤄지게 되면 우리의 투자금도 모두 회수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만일 우리가 투입한 7억5천만달러를 모두 손실본다면 GM 역시 (뉴머니인) 36억달러를 다 손해보는 것"이라고 했다. 또 대출금 28억달러도 이후 소송채권, 임금채권, 상거래채권이 달려있어 모두 회수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즉 우선순위가 대출금>우선주>보통주로 이뤄져 우선주에 해당하는 산은이 투입한 '뉴머니'를 회수하지 못한다고 해도 GM의 손실이 더 큰 구조라는 의미다.   

다만 GM의 20대 1 차등감자를 철회한 것에 대해서는 "기존 대출금의 95%를 탕감하라는 의미인데 기업의 자산이 부채보다 많거나 비슷한데 3조원에 달하는 돈을 탕감할 경우 GM의 입장에서도 배임이 됐을 것"이라고 했다. 즉 협상 전략에서 차등감자를 제시했으나 실제 얻어내기 힘든 조건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는 의미다. 

이 회장은 "GM 역시 굉장히 위험을 감수하고 투자를 결정했다"면서 "각자 불확실한 미래를 바꿔보자고 서로 협조했다"고 말했다.

이어 "종합적으로 볼때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이뤄졌고 GM도 상대적으로 만족할만한 수준인 윈윈(WIN-WIN) 협상이 아니었나 평가한다"고 했다. 


◇ 분기별 정식 임시주총 개최… 年 1회 주주감사 약속  

한국GM에 대한 견제장치도 한층 강화했다. △분기별 임시주총 △연 1회 주주감사권 허용을 약속했다. 

이 회장은 "1대주주와 2대주주가 공식적인 자리에서 정식 보고를 받기로 했다"면서 "주주감사권을 허용해 영업비밀을 제외한 모든 자료를 내놓기로 협의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기업이 17% 주주에게 주지 않는 권리인데 GM이 많이 양보했다"면서 "협상 과정에서 GM에게 '대한민국 국민은 아무도 GM을 믿지 않는다. 신뢰를 줘야한다'고 강조해 얻어낸 결과"라고 했다. 
  
분기별 주총에서는 연간 경영계획에 따라 분기별 이행점검이 이뤄지고 필요할 경우 강제적 주주감사권을 행사하게 된다. 이 회장은 "실무진이 투명성 확보를 위해 애를 많이 썼다"고 강조했다.

이동걸 회장은 이번 협상에서 GM을 10년 간 묶어두는 조건으로 △산업은행 비토권 △GM 지분유지 △3조원의 신규설비투자를 제시했다. 그는 "비토권 보다 더 강력한 것이 신규설비투자"라고 강조했다. 

공장설비투자가 한 해에 한꺼번에 3조원이 집행되는 형식이 아니라, 오는 2027년까지 매년 2천억~3천억원 단위로 진행돼 향후 한국에서 사업을 지속적으로 운영할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의미다. 

이 회장은 "향후 2027년 이후에도 한국에 있겠다는 의지의 표명이고 신규설비 투자는 구속력 있는 계약"이라고 강조했다. 만일 GM이 계약을 어길 경우, 산은이 소송에 돌입할 근거가 된다고 덧붙였다. 


◇ 한국GM 부실 원인… 판매 감소→고정비 증가 

한국GM의 부실 원인에 대해서는 실사결과를 바탕으로 원가구조가 아닌 판매량 감소에 따른 고정비 부담 가중이 지목됐다. 

삼일회계법인을 통한 실사 결과 이전가격·용역거래·연구개발비 모두 조세법이나 OECD에서 요구하는 제 3자 거래 범위내에 드는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용역거래 및 연구개발비가 매출액의 4~4.5%가 GM으로 들어가는데 다른 글로벌사와 거래하는 내용을 받아보니 타지역은 5%로 비정상으로 보기 힘들다는 결론이 났다"고 했다. 

이어 "이자사항은 한국GM이 본사에 보낸 금리가 평균 4.9%로 GM본사 회사채 금리가 5.1%였다"면서 "GM본사가 돈을 빌려서 이자를 갚은 것에 불과해 가격구조를 볼때 이상상황으로 단정지을 증거는 발견할 수 없다는 보고서가 나왔다"고 했다. 

  • ▲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11일 "GM 역시 굉장히 위험을 감수하고 투자를 결정했다"면서 "각자 불확실한 미래를 바꿔보자고 서로 협조했다"고 강조했다. ⓒ 뉴데일리


  • 이 회장은 "원가율은 가동률과 관계가 있어서 (현재 가동률이 떨어진 만큼) 2020년에는 경쟁사 수준으로 내려갈 전망"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GM의 부실은 원가구조 보다는 어떤 이유에서 판매량 감소,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고정비 부담이 굉장히 커진 상태"라고 했다. 

    그는 "일반적인 완성차에서 재료비 비중은 70~73% 수준으로 비슷한데 한국GM은 인건비 비중이 2013년 9.4%에서 2017년 15.9%로 크게 늘었다"고 했다. 

    이 회장은 "이번 구조조정 과정에서 명예퇴직 및 노조의 고통분담이 있었기 때문에 향후 2022년에는 흑자전환이 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 회장은 "한국GM 구조조정 과정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심적 부담이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도대체 10년 뒤에 자동차 산업에 어떻게 될 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 아니냐"면서 "10년 뒤는 보장 못하지만 자동차 산업이 새 전기를 맞을 계기를 만들었다는 측면에서 다시 한 번 르네상스를 맞는 좋은 기간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