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율 상승 등 해외부문 모니터링 필요계열 공사 물량, 수주경쟁력, 사업다각화 등 매출 급감 가능성은 낮아
  • ▲ 서울 종로구 소재 현대엔지니어링 본사. ⓒ성재용 기자
    ▲ 서울 종로구 소재 현대엔지니어링 본사. ⓒ성재용 기자


    현대엔지니어링의 지난해 영업성적이 마이너스 성장을 보인데 이어 1분기에도 역성장을 이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발주여건 악화에 따른 수주감소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1분기에도 수주실적이 대폭 증가하지 않으면서 역성장 장기화가 우려된다.

    14일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현대엔지니어링은 매출 5조7748억원·영업이익 4876억원의 영업성적을 거뒀다.

    매출이 6.65% 감소하고 영업이익은 전년 수준에 머물렀다. 이는 시공능력평가 기준 상위 11개 대형건설사의 실적 개선세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 기간 11개사 평균 매출액은 5.13%·영업이익은 88.7% 각각 증가했다.

    특히 매출액은 2015년 6조2364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2년 연속 역성장를 기록했다. 2014년 현대엠코과의 합병 이후 지속 성장세를 보였던 만큼 마이너스 성장 탈출이 필수 과제로 꼽힌다. 올해 1분기도 지난해 1조5779억원보다 3.06% 감소한 1조5295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순이익도 전년 3839억원에서 2725억원으로 29.0% 감소했다. 2010년대 들어 처음으로 감소한 것이다.

    성상록 현대ENG 사장 역시 올해 신년사에서 "내부적으로 2년 연속 외형적 성장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며 "수년간 지속되고 있는 저유가와 전 세계적인 저성장 기조와 장기화돼 국내외 건설시장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 신규수주 실적이 저조하다. 해외 플랜트 사업의 양호한 실적에 힘입어 2015년까지 매출액을 상회하는 신규수주가 이어지면서 2015년 신규수주 규모는 7조6000억원까지 증가했다. 그러나 이후 해외수주 여건이 악화되면서 저조한 수주 실적이 유지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최근 5년 내 최저 증가율 4.14%를 기록했다.

    전체 수주잔고에서 72.5%를 차지하는 해외 부문의 저조한 성과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올 들어 14일까지 해외 신규수주액은 모두 13억달러 규모로, 지난해 같은 기간 36억달러에 비해 63.2% 줄어들었다.

    해외 발주시장의 어려운 수주 여건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실적에서 해외 원가율 상승이 역성장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관련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권기혁 한국신용평가 실장은 "준공이 임박한 일부 중동 및 북아프리카 지역(MENA) 화공 및 전력 플랜트 프로젝트에서 예정원가율이 상승했다"며 "과거 예정원가 조정 원인, 공사 진행 단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추가손실 우려가 있는 프로젝트 공사 잔량은 약 50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현 시점에서 공사기간 지연이 예상되는 알제리 지역 발전소 공사 및 공정 막바지에 진입한 투르크메니스탄 에탄크래커 공사의 원가율 변동 가능성 등이 주요 모니터링 대상으로 꼽힌다.

    매출 비중이 늘어난 국내 건축·주택 부문에 대한 우려도 있다. 국내 건축·주택 부문 매출 비중은 2016년 31.1%에서 2017년 38.0%로 6.93%p 확대됐다. 수주잔고에서 여전히 화공 및 전력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기수주한 주택사업의 기성을 감안할 때 건축·주택 부문 매출 비중은 당분간 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배영찬 한국기업평가 평가전문위원은 "주택사업의 분양 성과가 우수한 수준을 나타내더라도 주택시장 내 공급 증가로 인해 입주지연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위험지역 사업을 중심으로 준공 후 미분양 및 미입주·입주 지연 발생 여부에 대한 모니터링을 지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1분기 기준 PF(프로젝트파이낸싱) 우발채무 6000억원 외에 1조7000억원의 PF에 대해 변형된 신용보강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요인이다. 이를 포함할 경우 PF 우발채무는 2조3000억원에 달한다.

    권기혁 실장은 "기본 분양 현장의 매출 인식으로 올해도 양호한 실적을 이어갈 것"이라면서도 "단기간 집중돼 있는 입주물량 부담과 정부의 규제 조치, 거시경제 지표 저하 등 주택사업 실적 저하 가능성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분양 및 입주 실적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다만 안정적인 계열공사 물량, 우수한 수주경쟁력, 공종 및 지역다각화 수준을 감안할 때 매출 급감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나 리스크를 상당 부분 흡수할 수 있는 이익창출력과 자기자본완충력을 보유하고 있어 우수한 재무안정성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다소 부진한 영업성적에도 영업이익률은 8.44%로, 현대산업개발 13.1%에 이어 11개 대형사 중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주요 재무건전성 지표인 부채비율 84.8%, 유동비율 179% 등도 11개사 중 상위권에 포함되는 등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배영찬 평가전문위원은 "해외사업 수주 여건 악화로 화공 및 전력 부문의 계약금액과 공사원가에 대한 조정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면서 중단기적으로 외형 성장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추가 원가 발생 가능성이 존재하는 만큼 해외 사업의 준공 시기 및 추가 손실 발생 여부, 신규수주 회복 및 신규수주 물량의 채산성 확보 여부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는 이어 "반면에 양호한 영업수익성과 우수한 분양성과를 나타내고 있는 주택사업의 기여도 확대로 안정적인 영업현금흐름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뿐만 아니라 계열공사의 안정적인 채산성을 감안할 때 영업수익성은 양호한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