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일 등 주변국 견제도 심해
  • ▲ LNG 추진선 건조.ⓒ연합뉴스
    ▲ LNG 추진선 건조.ⓒ연합뉴스

    정부가 액화천연가스(LNG) 추진선박 도입을 활성화해 침체한 해운·조선산업의 신성장동력으로 삼겠다고 밝혔지만, 시범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세계 최대 규모의 18만t급 LNG 추진 화물선 도입의 경우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신소재 연료탱크의 국제 표준화가 일부 경쟁국의 반대로 난항을 겪는 상황이어서 발주 시기를 기약하기 어려운 처지다.

    17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 서울청사에서 제7차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LNG 추진선박 연관산업 활성화 방안'을 확정했다.

    친환경 해양국가 도약을 목표로 △LNG 추진선 도입 활성화 △건조 역량 강화 △벙커링(연료공급) 등 운영기반 구축 △국제협력 강화 등 4대 추진전략을 내놨다.

    그러나 LNG 추진선 도입 활성화를 위해 추진한다던 시범사업들이 지지부진을 면치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의 장밋빛 로드맵이 헛구호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해수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12월 제4차 LNG 추진선 연관산업 육성단 협의회를 열고 한국형 LNG 추진선 도입 타당성 검토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MOU에는 정부와 국내 최대 발전사이자 화주인 한국남동발전, 에이치라인해운(선사), 포스코터미날(항만 운영사), 한국가스공사가 참여했다.

    이들 기관은 8만t급 이상 LNG 벌크선을 도입하겠다며 올해 6월까지 타당성 조사를 벌이겠다고 발표했다. 경제성 분석과 함께 기존 선박보다 20%쯤 더 비싼 LNG 추진선의 추가 건조비용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르면 3분기에 선박을 발주해 한~인도네시아 노선에 투입한다는 계획이었다.

    당시 해수부 관계자는 "정부의 친환경 정책과 함께 LNG 추진선의 운항효율이 높아 타당성 조사 결과가 긍정적으로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본격적인 타당성 조사는 진행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제야 중국 등 국내외 조선소에 선박 견적을 묻는 단계인 것으로 확인됐다. 건조비용조차 모르는 상황으로 사실상 경제성 분석은 시작도 안 된 것으로 보인다.

    LNG 육성단은 지난해 9월에도 포스코가 추진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18만t급 LNG 추진 화물선 도입과 관련해 시범사업 MOU를 맺었다. MOU에는 포스코와 가스공사, 한국선급, KDB산업은행, LNG벙커링산업협회,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등 8개 기관이 참여했다.

    당시 정부는 타당성 검토가 끝나 올 상반기에는 선박 발주가 유력하다고 밝혔다. 건조 후 한~호주 노선의 낡은 화물선을 대체한다고 부연했다.

    이 사업은 포스코가 개발한 LNG 연료탱크 신소재인 고망간강이 탑재될 예정이어서 더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이 시범사업도 지지부진하기는 마찬가지다. 해수부 관계자는 "포스코에서 내부 검토가 더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언제까지 답을 준다는 기약도 없다"며 "애초 자체 개발한 고망간강 연료탱크를 탑재한다는 전제로 시범사업을 벌였으나 이와 관련해 결론이 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고망간강 신소재로 LNG 연료탱크를 개발했으나 아직 국제 안전기준(IGF Code)에 등재되지 않았다. 자체 개발한 기자재가 국제 표준으로 인정받지 못한 상태에서 이를 탑재해 세계 최대 규모의 LNG 추진 화물선을 발주하는 데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풀이된다. 시범사업을 통해 고망간강 연료탱크의 우수성을 알릴 계획이었기에 이를 빼고 배를 짓기도 어중간한 상태다.

    이에 대해 해수부는 이날 확정한 종합대책에서 국제 협력 네트워크를 확대해 국내 산업계에 유리하게 국제 안전기준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 ▲ LNG 추진선.ⓒ연합뉴스
    ▲ LNG 추진선.ⓒ연합뉴스

    문제는 안전기준 개정이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안전기준은 국제해사기구(IMO)에서 논의해 결정한다. 알려진 바로는 지난해 IMO 협의회에서 고망간강 신소재를 안전기준에 포함하자는 일반적인 동의는 구해졌다.

    현재는 관심 있는 회원국이 작업반(전문 소그룹)을 구성해 표준화를 위한 판단기준을 만들고 있다. 오는 9월쯤 결과물이 나오면 전체 협의회에서 다시 논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일부 철강국에서 자국이 개발한 신소재나 기자재를 국제 표준화하려는 움직임이 강해 고망간강 소재에 대한 견제가 만만찮은 실정이다. 각 회원국이 자국의 산업계에 유리하게 국제 여건을 조성하려고 애쓰는 상황이어서 앞으로도 안전기준 등재가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해양관계에 밝은 한 소식통은 "그나마 임기택 IMO 사무총장이 폭넓게 움직이며 좋은 평가를 받고 있어 협의 과정에서 한국대표단 의견을 무시하거나 배제하지는 않는 것으로 안다"며 "다만 IMO 사무총장이 '세계 해양 대통령'으로 불리긴 하나 의사진행이 원활하게 이뤄지게 지원하는 역할이어서 의사결정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아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