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8천억 가치 지분 상속에 세금만 9000억의결권 행사 가능한 주식담보대출 선호될듯구 상무 지분 일부 용산세무서 담보로 이미 제공도
  • LG그룹을 이끌었던 구본무 회장이 20일 타계하며 경영권 승계를 앞두고 있는 후계자 구광모 LG전자 상무가 거액의 상속세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해결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버지 구 회장이 보유한 ㈜LG지분 전량을 상속받는 것에 대한 세금이 9000억 원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 속에 구 상무가 상속받을 지분을 담보로 대출을 일으켜 재원을 마련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구광모 LG전자 B2B사업본부 상무는 아버지인 고(故)구본무 LG그룹 회장에 이어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해 9000억 원에 가까운 상속세를 납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구 상무가 상속받을 부친의 ㈜LG 지분(지분율 11.06%)가치는 현재 시장가치에 최대주주 상속에 대한 할증까지 감안하면 1조 8000억 원 수준이다.

30억 원 이상 상속 시에 적용되는 세율 50%를 여기에 반영하면 구 상무가 납부해야 하는 상속세는 약 9000억 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에 달한다.

㈜LG 지분 6.12%를 보유하고 있는 구 상무는 아버지의 지분 상속으로 LG그룹 전체를 지배할 수 있는 지위를 얻게 되지만 문제는 40대 초반인 그가 상속받은 지분 외에 상속세를 지불할 현금이 없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구 상무가 당장 상속세를 마련하기 위해 상속받을 지분을 담보로 대출을 일으키는 방식이 가장 유력하다는 관측이다.

구 상무처럼 한꺼번에 큰 상속세를 납부해야 하는 경우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5년에 걸쳐 세금을 나눠내는 연부연납이 가능하다.

통상 지분가치의 50% 수준에서 담보 인정이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구 상무의 경우 상속받은 지분에 대해 최대 7000억 원 가량의 대출금을 손에 쥐게 돼 납세를 시작할 수 있게 된다.

주식담보대출을 받아도 지분에 대한 의결권 행사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도 힘을 실어주는 근거다.

주식담보대출은 말 그대로 주식의 재산권에 대해서만 담보가 설정되는 것이고 구 상무와 같은 오너 일가가 경영권을 행사하는 데 결정적인 의결권은 그대로 인정된다.

그 까닭에 이미 많은 대기업 총수들이 주식담보대출을 경영권 승계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기도 하다.

SK그룹을 비롯해 효성 등도 경영권 승계 작업에서 보유 지분을 담보로 대출을 일으켜 증여세 문제를 해결한 바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 89개 그룹 오너 일가가 금융기관에 담보로 제공하고 있는 주식가치는 12조 원을 훌쩍 넘길 정도로 재벌가에서 주식담보대출을 활용하는 일은 보편적이다.

구 상무도 이미 주식담보대출을 활용하고 있다. 친부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과 고모부인 최병민 깨끗한나라 회장으로부터 지분을 증여받는 과정에서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LG 지분 중 일부를 담보로 제공해 증여세를 충당했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으로 구 상무가 보유하고 있는 ㈜LG 지분 6.12% 중 0.04% 가량이 용산세무서에 담보로 잡혀있는 상태다.

주식담보대출과 연부연납 제도를 활용해 1차적인 상속세 문제를 풀고 난 이후에는 구 상무가 대출을 갚을 수 있는 현금 창출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 중 상당부분은 상속받은 ㈜LG 지분에 해당하는 배당금으로 채울 수 있다. 

㈜LG는 최근 3개년 동안 보통주 기준 주당 1300원을 배당하고 있고 같은 조건으로 구 상무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에 상속받는 지분까지 더해 배당을 받게되면 해마다 400억 원에 가까운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

구 상무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을 처분하거나 보유하고 있는 현금을 활용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LG 지분을 제외하고 구 상무가 활용할 수 있는 계열사 지분은 ㈜판토스(지분율 7.5%)가 유일하지만 비상장사로 시장을 통해 당장 현금화하긴 어렵다.

지난해 11월 LG상사 지분 2.11%를 ㈜LG에 매각한 대금 250억 여원도 재원으로 쓰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