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자율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 "정부가 직접 나서야"

[취재수첩] 편의점 근접 출점 '기업 자율보단 법으로 규제 해야'

편의점 근접출점 관련 법적 제재 사실상 無… 생존권 위협받는 가맹점주들

진범용 프로필보기 | 2018-05-25 11:3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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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데일리 산업부 진범용 기자. ⓒ뉴데일리DB


"부모님이 많은 노력 끝에 용산 한 건물 1층에 CU를 열게 됐습니다. 아르바이트도 없이 부모님이 12시간씩 교대로 일을 하고 있는데, 지하 1층에 세븐일레븐이 입점한다고 합니다. 무력감과 절망감을 느낍니다" 근접 출점에 억울함을 호소하는 제보자.

"상도덕(商道德). 대한민국에선 저런 상도덕도 없는 부류의 사람들 때문에 자영업 하지 마세요.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바로 앞에 경쟁사가 들어서자 플래카드로 비난하는 점주.

전국 편의점의 숫자가 4만점을 돌파하면서 근접 출점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불만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기업들은 법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고, 정부 역시 근접 출점을 제재할 법적인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수수방관하면서 가맹점주들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편의점 총수는 4만개를 넘어서 1300명당 하나의 편의점이 운영되고 있다. 우리나라보다 편의점 사업을 일찍 시작한 일본이 약 2200명당 1개꼴로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국내 편의점 규모는 세계 최고다.

문제는 이러한 포화 시장 속에 근접출점과 관련한 마땅한 법률이 없어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12년 250M 거리 제한을 둔 공정위의 '모범거래기준'은 강제성이 없고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 속에 2015년 폐지됐다. 기업들은 자체적으로 250M 거리 제한을 두고 있지만, 이 역시 같은 회사 내에서만 이뤄질 뿐 경쟁사가 인근에 출점하는 것을 막을 강제성이 없다.

근접출점을 기업 자율에 맡길 수도 없는 상황이다. 4월 기준 CU 1만2799개, GS25 1만2662개, 세븐일레븐 9412개이고, 최근 이마트24까지 발 빠르게 점포수를 늘려가면서 현재 3042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편의점은 가맹점과 본사가 수익을 7대3으로 나누는 구조로 기업의 본래 목적인 이윤창출을 위해서는 점포수를 늘려야 한다.

근접출점 규제 문제로 한 회사가 거리 제한을 두면서 점포 확장 속도를 늦추면 경쟁사에 비해 뒤처질 수 밖에 없는 구조인 셈. 여기에 근접출점이 많은 상권의 경우 보통 목이 좋은 상권이기 때문에 기업들에게 자율적으로 거리 제한을 두라는 말은 이윤을 포기하라는 소리와 같다. 

편의점 시장의 현재 특성상 기업 자율에 맡긴 근접출점 규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정부 차원의 종합적이고 법적인 제재가 마련돼야 할 시기다.

일부 편의점 종사자들 역시 이러한 생각에 동의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어떤 기업이라도 상권이 좋은 목에 편의점을 열고 싶어한다"며 "하지만 대부분 좋은 상권에는 이미 경쟁사 편의점이 들어와 있는데 기업 차원에서 근접출점을 자제하라는 건 사실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근접출점에 반발하는 가맹점주 문구. ⓒ뉴데일리DB



필자의 생각은 이렇다. 기업은 자연스럽게 이윤을 쫓게 되고 시장이 포화상태에 달한 현재,근접 출점을 기업 자체적으로 막을 방법은 없다. 매출을 경쟁사에 넘겨주라는 의미와 같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이윤을 포기하고 '상생'을 위해 한 목소리를 내는 것 역시 불가능하며 이 역할을 해줘야 하는 것은 정부다.

제과제빵업을 보면 법적인 규제로 영세 상인이 운영하는 제과제빵 집 인근에는 프랜차이즈 제빵회사가 근접출점을 할 수 없다.

편의점 가맹점들을 영세 상인으로 본다면 이러한 범주에서 이들의 생존권은 반드시 정부 차원에서 보장해줘야 한다.

"근접출점한 본사에서는 법에 어긋난 일이 아니기에 아무 문제 없다는 말뿐이라 저희는 그저 무력감과 절망감만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 일은 저희 온 가족의 생계와 직결된 일이기에, 저희가 취할 수 있는 유일한 조치는 언론을 통한 공론화뿐입니다. 제보자의 말이다.

정부는 국민들의 생존권을 지켜야하는 의무가 있음을 잊지 말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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