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투명화로 기업 사회적가치 향상 강조‘지배구조 모범생’ SK, SKT 물적분할 가능성↑
  • ▲ 최태원 SK 회장(오른쪽)이 지난해 6월 경기 이천 SKMS연구소에서 열린 ‘2017 확대경영회의’에서 계열사 CEO들의 발표를 듣고 있다. ⓒSK
    ▲ 최태원 SK 회장(오른쪽)이 지난해 6월 경기 이천 SKMS연구소에서 열린 ‘2017 확대경영회의’에서 계열사 CEO들의 발표를 듣고 있다. ⓒSK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다음 숙제는 ‘지배구조 개편’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근 그룹 최대 현안인 도시바 메모리사업부문 인수를 성공리에 마침에 따라 SKT를 중간지주사로 전환해야하는 숙제도 연내 해결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SKT의 중간지주사 전환을 위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분석하고 있다. 해당 작업은 SKT PM(Portfolio Management)실을 중심으로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태원 회장은 지배구조 투명성과 주주 가치확대로 기업의 사회적 가치를 키워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에 따라 SK는 수년간 지배구조 개편에 공을 들였고, 삼성과 현대차 등 진통을 겪는 그룹과 달리 해당 부분에 있어 ‘모범생’으로 꼽힌다.

    SK그룹의 지주사인 SK㈜는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기업지배구조헌장’을 선포해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공개한다고 밝혔다. 이 헌장은 주주의 권리와 이사회 및 감사위원회의 권한과 책임 등 기업지배구조와 관련된 정보가 명문화된 규범이다. 최 회장은 헌장 제정에 깊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의 뜻에 따라 SK는 사실상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완료했다. 하지만 SK가 SKT를 중간지주사로 전환하려는 추가 작업에 나서는 이유는 사업구조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SKT를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SKT의 중간지주사 전환은 주요사업인 이동통신 외에도 다른 사업을 안정적으로 진행하기 위한 것”이라며 “분할된 사업회사는 이동통신을 전담하고 투자회사는 미래먹거리를 위한 인수합병과 신사업 확장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박정호 SKT 사장도 중간지주사 전환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박 사장은 당초 연내 중간지주사 전환 가능성을 내비쳤다. 하지만 기업분할과 관련해 정부 기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등의 절차가 많아, 여유를 두고 지주사 전환을 검토하겠다고 입장을 선회했다.

    박정호 사장은 인적분할 보다 물적분할에 무게를 두고 있다. 물적분할은 기업 분리 시 신설법인 주식을 지주사가 100% 가져가는 분할 방식이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SK 경영진이 물적분할을 추진하는 이유는 주주총회 통과 가능성이 높고, 정치권과 언론에서의 잡음 없이 개편작업을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최태원 회장 등 SK그룹 CEO들이 강조하는 기업가치 상승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기존 SKT에서 통신사업부문을 떼내 물적분할하고 투자회사를 중간지주사로 추진하면 정부 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워진다”며 “물적분할된 통신사업회사는 비상장사로 전환돼 정확한 이익 파악 등이 어려워진다”고 덧붙였다.

    SKT 물적분할 시나리오는 중간지주사(투자회사)가 사업회사를 자회사로 두는 것이다. 사업회사는 지주사의 100% 자회사로 비상장사가 된다. 통신 사업에 따른 기본 규제는 받지만 재무제표 등의 공시 의무는 사라진다.

    또한 물적분할은 최태원 회장이 강조하는 ‘주주가치 제고’에 도움이 된다. 증권가는 SKT 물적분할 시 최태원 회장이 받을 수혜가 미미할 것으로 보고 있다. 통신사업회사가 배당성향을 늘릴 수 있지만, 최 회장이 얻을 이익이 크지 않다는 것.

    반면 소액주주의 경우 투자회사가 신규사업 발굴에 적극 나서 성장성이 부각돼 이익을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은 수년 전부터 SKT 중간지주사 전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곧 어떠한 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SK㈜와 SKT는 사업분할 등 중간지주사 전환과 관련해 정해진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SK㈜와 SKT 관계자는 “사업부에서 다양한 방향성을 열어두고 검토를 하고 있다. 이 중 중간지주사 전환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며 “아직 전환시기나 방법 등이 확정된 것은 전혀 없다”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