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이티브한 작업에 있어 근무시간은 무용지물

[미리보는 週52시간] 광고대행사 CD "일은 그대로인데 연봉만 깎였어요"

299인 이하 업체 2020년부터 주 52시간제 적용
광고업 특성상 광고주와 연계성 높고 근로시간 구분 불투명

김새미 기자 프로필보기 | 2018-06-01 12:2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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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본지는 근로시간 단축 시행을 한달 앞두고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겪게 될 삶과 근무환경의 변화를 미리 살펴본다. 소득 감소와 고용 불안 등 부정적 영향도 예상되고 있지만, 워라밸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기대반 우려반이 공존하고 있는 곳도 있다. 주52시간 시행이 가져올 각 분야별 변화를 기획 시리즈로 짚어본다. <편집자주>

모 광고회사에 다니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 A 팀장은 오전 10시에 회사로 출근했다. 탄력적 근로시간제 덕분에 비교적 늦은 시간에 출근한 것이기도 하지만, 전날 밤샘 야근에 시달린 탓도 있다.

중요한 프로젝트 마감이 다가오고 있는 상황이라 출근하고 나서는 회의 준비를 하다 보니, 벌써 점심 시간이다. 팀원들과 함께 점심을 먹으면서 아이디어를 교환한다.

오후에는 회의의 연속이다. 더 나은 크리에이티브를 뽑아내기 위해 설전을 했더니 목이 탄다. 회의를 마치고 사무실 책상으로 돌아와 내용을 정리하다 보니, 벌써 오후 5시 반이 됐다며 PC가 저절로 꺼졌다. 중간 세이브를 깜빡한 A 팀장은 순간 욕이 나왔지만, 퇴근 아닌 퇴근을 하고 근처 카페로 이동해 남은 일을 처리해나갈 수밖에 없다.

주 52시간이 도입 됐지만, 실질적인 근무 시간은 거의 그대로다.

광고업의 특성상 업무 외 시간에도 실질적으로는 일하는 경우가 많고, 광고주의 요청이 들어오면 주말에도 일을 해야 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기 때문이다. '갑'인 광고주의 지시에 따라 업무 시간을 조정할 수밖에 없는 '을'의 비애다.

광고업이라는 게 시간 대비 노동력이 크게 의미가 없는 업종이다. 가장 중요한 크리에이티브가 생기기까지 드는 시간이 일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업무 시간이 아닐 때에도 광고에 대한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구상해야 하기 때문에 업무 시간과 휴식 시간의 경계가 불분명하다.

부랴부랴 노트북을 들고 나오는 와중에 광고 '주님'한테서 전화가 왔다. 월요일에 미팅을 하자는 제의다. 주말 근무 확정이다. 그나마 예전에 비해서는 광고주들도 스케줄을 강요하기보다는 사전에 협의를 많이 해주는 편이라지만, 일의 특성상 갑작스럽게 새로운 일정이 몰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광고주들이 주 52시간 근무제를 먼저 도입해서 '주님'들이 일찍 퇴근해 업무 외 시간 지시가 줄어든 게 그나마 위안이다. 광고업은 특례업종에서 제외됐지만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시기는 1년 늦어진 덕분이다.

결국 A 팀장은 주 52시간 근무제 이후 큰 변화를 크게 체감하지 못 하고 있다. 업무량은 비슷하고, 업무 시간 외에 초과 근무를 하는 것도 대동소이하다.

다만 확 체감이 되는 부분이 있다면 연봉이 삭감되고 말았다는 점이다. 광고인들은 대부분 연봉제를 적용 받고 있는데,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이후 전체적으로 연봉이 깎였다는 후문이다. A 팀장으로선 볼멘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마침 오늘은 급여가 입금된 날이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월급통장을 들여다보니, 한숨이 절로 난다. 일은 그대로인데 연봉만 줄어든 게 실화냐라고 자조한 뒤, 다시 추가근무시간으로 인정되기 힘든 야근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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