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성 고려하지 않은 근무시간 단축에 한숨 나와"

[미리보는 週52시간] "인력 충원이 신약개발 의지 꺾어"

신약개발 평균 10년… 중간 투입인력 효율성 떨어뜨려
밤낮 없는 신약 후보물질 도출 과정, 시간과의 싸움

손정은 기자 프로필보기 | 2018-06-01 11:18:44

프로필 사진
  • 트위터 공유 
  • 페이스북 공유 
  • 구글 북마크 
  • 네이트온 쪽지 
  •   
  • 프린트
  • 메일
  • 목록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연합뉴스


본지는 근로시간 단축 시행을 한달 앞두고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겪게 될 삶과 근무환경의 변화를 미리 살펴본다. 소득 감소와 고용 불안 등 부정적 영향도 예상되고 있지만, 워라밸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기대반 우려반이 공존하고 있는 곳도 있다. 주52시간 시행이 가져올 각 분야별 변화를 기획 시리즈로 짚어본다. <편집자주>

A제약사에서 연구직으로 근무하는 B씨는 요즘 퇴근을 해도 일을 제대로 마친것 같지 않은 기분이다. 근무시간이 줄면서 새로 투입된 추가인력들이 많아졌지만 오히려 일에 방해만 된다는 느낌을 지울수 없다.

그는 현재 회사에서 주요 파이프라인으로 꼽히는 항암제 프로젝트에 투입돼 있다. 제약사가 신약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통상 10년의 기간이 필요하다고 할 만큼 신약개발은 호흡이 긴 프로젝트다.

그런 이유로 프로젝트 중간에 인력이 투입될 경우 업무를 파악하는 시간이 타 업종에 비해 훨씬 늦어질 수 밖에 없다. 지금 B씨의 프로젝트에 동참하게 된 신규 인력들은 도움이 되기는 커녕 일일이 가르쳐야 한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하지만 회사에서는 주당 근무시간이 제한되면서 이를 대체할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추가인력을 채용하고 있다.

추가인력 채용이 쉽지도 않은 것도 문제다. 제약업계 연구개발직은 생산이나 영업과는 달리 관련 분야인 약학, 생명과학 등의 전공자가 아니면 채용할 수 없는 분야다.

가장 큰 문제는 신약 후보물질 발굴을 위한 단계에서 주당 근무시간 제한이 연구원들의 사기를 오히려 떨어뜨리고 있다. 연구원들은 후보물질 발굴을 위해 밤낮없이 업무에 몰두하는 성향이 있다.

특히 가능성이 있는 물질을 발견했을 경우 결과를 도출할때까지 동물실험을 통해 며칠이고 밤을 새는 경우도 허다하다. 하지만 근무시간이 제한되면서 연구원들이 집요하게 매달리던 근성이 점점 줄어들고 있어 B씨는 안타깝다.

최근 경쟁 제약사가 개발한 신약의 경우 약효가 발현된 물질을 동물에게 주입하는 과정에서 무려 500번이 넘게 폐기처분 됐다. 이처럼 끈질긴 집념이 신약을 탄생시키는 원동력인데 요즘은 끈기와 집념이 점점 사라진다는 느낌이다.

요즘 들어 AI(인공지능)를 활용한 신약개발을 한다는 소식이 자주 들려오는데 이제는 근무시간까지 줄어들면서 B씨는 점점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는 생각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

프로필 사진

  • 손정은 기자
  • jeson@newdailybiz.co.kr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  
  •  
  •    
  •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