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조 '미 고등훈련기' 하세월

'50조' 해외수주 물거품 되나… 원전·고속철·훈련기 '가물'

5년 공들인 16조 말~싱 고속철 무산
21조 사우디 원전 숏리스트 감감

최유경 기자 프로필보기 | 2018-06-04 07: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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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해외 수주전이 어렵게 돌아가고 있다.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뉴데일리



문재인 정부의 해외 수주전에 비상등이 들어왔다. 올 상반기 예정된 굵직한 사업들이 연기되거나 돌연 취소되면서 수십조원에 이르는 사업들이 제각각 표류중이다.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를 잇는 16조원 규모의 고속철 건설사업은 갑작스레 취소됐다. 초도 발주만 17조원 규모인 미국 고등훈련기 교체사업(APT)자 선정은 당초 지난해 말에서 올 7월로 미뤄졌다. 또 사우디아라비아는 5월 원전 예비사업자 발표를 예정했으나 기약없이 지연된 상태다.  

가뜩이나 한국경제의 성장세가 주춤해지면서 해외 수주를 통한 대규모 수출을 기대했던 정부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 16조 말~싱 고속철 물거품… 정부 패닉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마하티르 모하맛 말레이시아 총리는 지난달 말 돌연 말~싱 고속철 사업 중단을 발표했다. 

우리 정부는 지난 2013년부터 고속철 수주를 위해 일본, 중국과 경쟁해왔다. 특히 친중(親中) 성향 나집 라작 전 말레이시아 총리의 실각으로 중국이 사실상 아웃되면서 우리나라의 수주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 상태였다. 

지난달 총선에서 61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룬 말레이시아 신정부는 과거 정부에서 국가부채가 293조원에 달했다며 대대적인 긴축재정에 나선 상태다. 신정부는 사업 중단에 따라 싱가포르에 약 1350억원 규모의 보상금을 지급할 것으로 전망된다. 

마하티르 모하맛 말레이시아 총리는 "사업 추진에 막대한 비용이 들지만 구간이 짧아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사업 취소를 선언했다. 그는 "싱가포르와 맺은 협약이 있어 최종 중단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이 사업은 말레이시아 구간 300㎞와 싱가포르 구간 30㎞를 고속철로 잇는 민관협력사업으로 동남아 첫 국가 간 고속철도로 주목받았다. 수차례 사업자 선정이 지연됐으나 올 연말 최종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있었다. 

한국사업단 관계자는 "싱가포르와 협약을 통해 추진하는 사업이라 사업포기 가능성을 낮게 봤는데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 KAI, 17조원 美 APT 수주전… 7월 결론 

한국항공우주(KAI)의 수주전도 장기화에 접어들었다.

미국 공군은 지난해 말 사업자를 선정하려고 했다가 올 7월로 발표를 연기했다. 미 공군은 이달 중으로 수주전 업체에 최종가격 제안서를 요청할 전망이다. 미 공군은 최종 가격제시에 따라 올 여름중으로 최종 낙찰자를 선정하게 된다. 

KAI는 미국의 록히드마틴과 함께 17조원 규모의 미 공군 고등훈련기(Advanced Pilot Training) 수주에 뛰어든 상태다. KAI·록히드마틴 컨소시엄은 미국 보잉·스웨덴 사브 컨소시엄과 함께 이 사업 수주를 위해 경쟁 중에 있다. 

KAI는 지난해 하반기 분식회계 논란을 겪으며 대외신임도에 큰 타격을 입었다. 이 시기에 KAI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인 마이클 코언의 페이퍼컴페니에 15만달러(1억6천만원)을 입금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로비 의혹이 일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KAI는 원가회계표준 준수와 관련된 법률 자문을 받은 합법적인 계약이었다고 설명했다. KAI는 그동안 사업 수주를 위해 원가구조 개선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 사우디 원전 숏리스트 감감 무소식

사우디아라비아는 5월 중으로 1400MW급 원자력발전소 2기를 짓는 예비사업자 2~3곳을 선정한다는 계획이었다. 

최소 120억달러, 우리돈으로 14조원에 달하는 대형 프로젝트로 수주경쟁에 우리나라를 비롯한 중국, 미국, 프랑스, 러시아 등이 뛰어들었다.

결과적으로 사우디 예비사업자 선정은 기약없이 지연된 상태다. 사우디 실세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한달 이상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서다. 사우디와 적대국인 이란을 중심으로 왕세자의 사망설까지 나오고 있어 혼란은 더 커지는 모습이다. 

당초 산업부는 우리나라의 예비사업자 선정은 무난하게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사우디의 우호국인 UAE 원전건설을 성공적으로 이뤄낸 데다 최근 사우디 알팔레 에너지장관의 방한 때도 세일즈외교가 적극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다만 원전 사업권 승인권을 쥔 빈 살만 왕세자의 행방이 묘연한 데다 한미원자력협정에 따라 원전 수출에 먹구름이 드리운 상태다. 

우리나라의 원전 수출은 한미원자력협정에 따라 미국 정부와 의회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한국형 원자로인 APR1400은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AP1000을 기반으로 제작됐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우선 숏리스트에 포함되면 향후 미국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수주전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백운규 산업부 장관이 지난 4월 한국수력원자력 등 원전 산하기관장을 이끌고 미국을 찾은 것도 이러한 논의 작업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 사우디가 미국과의 관계를 중요시해 미국기업을 사업자로 선정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우디 원전은 만만하게 볼 사업이 아니다.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면서 미국과 사우디 간의 유대관계가 한층 더 깊어졌다"면서 "빈 살만 왕세자 못지않게 미국이 핵심 변수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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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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