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계 "셀프수주 피하기 위해 균등하게 발주한 듯"조선 '빅3', 대체로 만족하면서도 신중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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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상선
    현대상선이 친환경 초대형 컨테이너선 20척을 건조할 조선사를 선정하면서 해운업 재건을 위한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4일 현대상선에 따르면 20척의 친환경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에 나눠 발주하기로 하고 각 조선사에 이를 통보했다.

    2만3000TEU(1TEU는 6m짜리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은 대우조선해양이 7척, 삼성중공업은 5척을 건조한다. 납기는 오는 2020년 2분기다. 1만4000TEU급 8척은 2021년 2분기 납기로 현대중공업이 일감을 확보했다.

    앞서 현대상선은 정부의 '해운재건 5개년 계획'에 따라 국내 조선소에 초대형 컨테이너선 20척을 발주하기로 하고 지난 4월 10일 각 조선사에 제안요청서(RFP)를 발송했다. 조선 '빅3'인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을 비롯해 한진중공업도 입찰제안서를 제출했다.

    현대상선은 각 조선사들이 제안한 납기와 선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공정한 절차에 따라 협상을 실시했고, 현대상선 자체 평가위원회와 투자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조선소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해운업계 "이미 예상한 결과"… 대우조선 쏠림 완화

    업계에서는 현대상선이 조선업계에 균등하게 일감을 나눠준 것에 대해 이미 예상한 결과라는 반응이다. 발표 전부터 현대상선이 '셀프수주' 지적을 피하기 위해서 조선 '빅 3'에 적절하게 일감을 배분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당초 일각에서는 현대상선이 최대주주(산업은행)가 같은 대우조선해양에 일감을 몰아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지난해 9월 현대상선이 발주한 4700억원 규모의 초대형유조선(VLCC) 5척을 모두 대우조선이 수주한 것도 이같은 의혹을 가중시켰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현재 조선사들이 다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데, 어느 특정 한 곳에만 일감을 몰아줄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표면적으로는 대우조선에 조금 더 발주량을 준 것 같지만, 그 정도면 적정하게 배분이 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진중공업이 수주에서 제외된 이유는 배를 국내에서 건조할 수 없다는 점이 현대상선에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진중공업의 경우, 필리핀 수빅조선소에서 배를 만들어야 한다. 때문에 다른 업체보다 비용적인 면에서 상대적으로 마이너스가 큰 것으로 분석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한진중공업은 필리핀에서 배를 건조해야 한다"며 "비용이 추가적으로 드는데다 건조 기간 동안 국내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없다는 점이 수주를 하지 못한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귀뜸했다.

    ◆ 조선 '빅3' 대체로 만족... 중소선사 지원도 본격화

    조선 '빅3'는 이번 결과에 대체적으로 만족하면서도 신중한 모습이다. 3사 모두 한 목소리로 "이 정도면 나쁘지 않다"는 반응이다. 다만, 아직 최종계약서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라 구체적인 언급은 피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상선의 조선사 선정으로 분위기는 한껏 고조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상선이 잘 따져보고 발주한 것으로 안다"며 "초대형컨테이너 기술은 이미 확보한 상태고, 배를 잘 지어서 인도하는 일만 남았다"고 자신했다. 

    현대상선은 경쟁력 있는 선가와 조선소 도크 확보를 위해 빠른 시일 내 협상을 완료해 LOI(건조의향서)를 체결할 예정이다. 이후 선박 상세 제원 협의를 통해 건조 선가가 확정되는 대로 계약을 체결할 방침이다.

    한편, 현대상선의 친환경 초대형 컨테이너선 발주와 더불어 국적 중소선사의 선박 확보 지원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이를 위해 실시한 1차 수요조사 결과 18개 선사가 36척 신조 지원을 신청했다고 지난 3일 밝혔다.

    선박 신조의 경우, 사업계획 등에 대한 세부 검토를 거친 뒤 다음 달부터 본격적인 지원이 시작된다. 해수부는 이번 발표에 포함된 선사가 많지 않다는 지적에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설립되면 1년에 두 번 수요조사를 통해 선박 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