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증가-공기연장' 불가피… 환수제 피하려다 '내홍' 겪을라

시공사 선정 성급했나… 강남 재건축 '설계변경' 몸살

관리처분인가 신청 후 한숨 돌리자 '최신 설계 업그레이드' 나서
"시공사 선정 전 건설사 '乙'이었는데… 주도권 잡으면 단가 올리기 쉬워"
한신4지구, 혁신안 적용시 공사비 '9352억→1조749억'… '시공사 VS 조합 진통 예상

성재용 기자 프로필보기 | 2018-06-07 11: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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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시공사 선정총회. ⓒ성재용 기자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기 위해 시공사 산정을 서둘렀던 강남지역 조합들이 잇달아 설계변경에 나서고 있다. 최신 설계를 도입해 사업성을 높이겠다는 의도라지만, '공사비 증액'과 '공사기간 연장'이 불가피한 만큼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잠원동 한신4지구, 잠원동 신반포14차 등 서울 서초구 일대 재건축 단지들이 잇달아 설계변경에 나섰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각 조합은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기 위해 지난해 말까지 조합 자체 설계안으로 재건축 절차를 밟아왔다"며 "관리처분인가 신청으로 한숨을 돌리고 나자 최신 설계로 업그레이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재건축 조합과 시공사 현대건설은 지난달 '설계변경 주민 설명회'를 열었다. 조합의 기존 설계안, 현대건설이 시공사 선정 당시 제안한 특화안, 특화안을 일부 수정한 개선안 등을 비교 설명하는 자리였다.

개선안은 기존 특화안보다 일반분양 분을 300여가구 줄이고 전용 101㎡를 추가하는 내용이다. 서울시 건축심의 통과안보다는 5가구가 많은 설계안이다.

한신4지구는 지난 5일 설계변경 인가를 놓고 조합원 총회를 개최했다.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기존 설계안을 시공사인 GS건설의 혁신안 설계로 대체하기로 결정됐다.

전 가구 천장 높이를 기존 2.35m에서 2.5m로 높이고 전용 59㎡ 이상에는 4베이 평면을 적용한다. 스카이 브리지, 커튼월룩 외관, 인피니티 풀 등 GS건설이 수주전 당시 약속한 각종 특화설계도 적용한다. 주동 배치도 일부 바뀐다.

신반포14차는 지난달 시공사인 롯데건설의 특화설계안 설명회를 개최했으며 이어진 조합원 총회에서 설계변경을 결정했다. 찬반 투표 결과 롯데건설안 전체를 반영하기로 했다. 지하를 2개 층까지 조성하는 기존안을 지하 3개 층으로 바꾸고 4베이 평면 적용 주택형을 늘리는 내용이다.

신반포14차 조합 관계자는 "특화설계 전부 반영, 특화설계 일부 반영, 기본설계 유지 등 세 가지 선택지 중 전부 반영안이 채택됐다"며 "공사비가 늘어 조합원 환급금은 줄지만, 주차 대수가 가구당 평균 1.9대로 확 늘어나는 등 주거편의성은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들 뿐만 아니라 환수제를 피하기 위해 지난해 말 서둘러 관리처분인가 신청을 마친 단지 대부분은 크고 작은 설계변경과 조합원 이익 조정 등 절차가 산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설계변경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공사비는 물론 사업기간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각 건설사가 내세운 혁신·특화설계를 적용하면 공사비가 뛰는 것은 자명하다.

실제 한신4지구의 경우 혁신안을 적용하면 공사비가 9352억원에서 1조749억원으로 약 1398억원 오른다. 늘어난 공사비를 조합원들이 나눠 부담하면 가구별로 약 3800만원씩 분담금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또 설명회·총회·투표 등 의사결정 과정에 들어가는 비용 역시 무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도시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조합 입장에서 기존에 정한 사업비 내에 설계 등을 바꿀 수 있다지만, 시공사가 이를 받아들일 지는 미지수"라며 "수주절벽에 다다른 건설사 입장에서는 웬만하면 조합 요구를 받아들이고 싶겠지만, 설계 고급화에 따른 추가 분담금 상승과 분양가 상승 등 고려해야 할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에 조합과 시공사간 줄다리기가 쉽게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기간도 기존 계획보다 더 늘어날 전망이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서 재건축 조합이 사업시행인가 총회 때 확정한 설계에서 10% 이상을 변경할 경우 서울시 재심 절차를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어서다. 기존에 없었던 주택형이 생기거나 주동별 주택형 배치 계획 등이 바뀔 경우 분양 신청을 다시 받아야 한다.

최근 착공에 들어간 반포동 '삼호가든 3차'의 경우 공사물량 증가, 관련 법 개정, 특화설계 도입 등으로 인해 공사기간 연장과 공사비 증액 문제로 시공사인 현대건설과 의견이 엇갈리면서 예정 착공시기보다 1년 6개월가량 늦어진 바 있다.

서초구 재건축 단지의 한 조합원은 "설계변경을 추진하는 여러 조합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사업성 증진이나 향후 미래가치 등을 위해 찬성하는 의견이 다수지만, 반발하는 조합원도 있다"며 "의견을 조율해 사업에 가장 좋은 방향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건설사들의 설계변경 제안을 신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한 관계자는 "시공사 선정 전에는 건설사가 마치 '을'처럼 보이지만, 이후에 건설사가 주도권을 쥐게 되면 단가가 올라가기 쉬운 구조"라며 "막강한 자본력과 풍부한 사업 경험을 갖춘 노련한 시공사 앞에서 대부분 처음 재건축을 추진하는 조합 관계자들이 끌려 다니기 쉽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관리처분인가 후 본계약까지 끝낸 다른 현장과 비교해 공사비가 낮게 책정됐다면 저가수주 후 여러 방법으로 공사비가 인상될 가능성에 대해 의심할 필요가 있다"며 "격전을 치른 현장일수록 조합원들은 시공사 선정 이후 더 긴장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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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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