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주 장관 "대기업 준비 다됐다"… 업계 "현실 모른다" 불안한 노선버스업계 예매 중단 해프닝… "요금 20% 인상 필요" 견해도
  • ▲ 버스기사.ⓒ연합뉴스
    ▲ 버스기사.ⓒ연합뉴스
    다음 달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해 정부의 일단 저질러놓고 보자 식의 안이한 태도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현장에선 인력 충원 등이 여의치 않아 근로시간 단축을 앞두고 혼란을 겪는 모습이 역력하다.

    정부가 공공성을 강조해온 교통분야의 경우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일자리 창출 효과보다 당장 서민 부담을 가중할 수 있는 요금 인상을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국제노동기구(ILO) 총회에 참석한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6일(현지시각)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다음 달 시행하는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해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먼저) 하는데 대기업은 준비가 충분히 돼 있고 대기업 계열사도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옛날 주 5일 근무 도입 때 나라가 망하는 것 같이 기업이 다 도산한다고 했는데 정착됐다"며 "(노동시간 단축도) 지금 시행해보고 보완할 부분이 있으면 보완하고 이렇게 메워나가면 될 것"이라고 했다.

    김 장관 발언이 알려지자 경제계에선 현장과 동떨어진 평가라며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최근 발생한 시외고속버스 예매 차질이 단적인 사례다.

    8일 버스업계와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6일 동서울터미널은 다음 달부터 근로시간 단축으로 일부 노선이 조정될 수 있어 온라인 예매를 전면 중단한다는 공지를 홈페이지에 띄웠다가 논란이 일자 삭제했다.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 관계자는 "(경기·금남고속 등 일부 시외버스업체가) 운행시간이 변경될 수 있어 안내한 것"이라며 "운행시간 변경은 종종 있는 일이다. 운행횟수를 줄일 목적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국토부 대중교통과 관계자는 "2~4주 전부터 예매를 하는데 일부 업체가 담당 관청과 사전 협의 없이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운행여건을) 예측 후 선제적으로 행동한 것"이라며 "현재는 정상화됐다. 노사정 합의가 이뤄진 지 1주일쯤 지났다. 아직 내용이 전달되지 않아 발생한 해프닝"이라고 부연했다.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노선버스 대란이 우려되자 국토부와 노동부, 버스연합회, 자동차노동조합연맹은 지난달 31일 '노선버스 근로시간 단축 연착륙을 위한 노사정 선언문'에 합의했다. 국토부는 지난 5일 지방자치단체 교통국장 회의를 열고 노사정 합의 내용을 전파했다. 노선버스 운행을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도록 협력하고, 노동자 임금을 보전한다는 게 골자다.

    버스연합회도 시·도조합에 이를 전파했다. 다만 지난 4일 열려던 총회가 일정상 7일 열리면서 차질이 빚어졌다. 합의내용을 전달받지 못한 일부 업체가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인력 부족 등을 고려해 운행 감축까지도 염두에 두고 선제적 조처에 나섰다가 촌극이 벌어진 것이다.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일선 현장의 불안감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문제는 앞으로도 비슷한 상황이 다시 연출될 수 있다는 점이다. 노사정이 합의했지만, 일선 업체에서 노조가 반대하거나 업체가 인력 충원의 부담 등을 이유로 노선이나 운행 감축을 단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버스연합회 관계자는 "노사정이 합의한 만큼 큰 문제는 없을 거로 예상한다"면서도 "노조 반대 등 업체 사정이 다를 수 있어 장담할 순 없다"고 했다.

    고속버스업계는 그나마 사정이 시외버스업계보다 낫다. 하지만 인력 충원이 제대로 이뤄질지 고민하긴 매한가지다.

    국토부는 한국교통연구원 분석을 인용해 주 68시간을 적용받는 올해 7월부터 내년 6월까지 버스업계가 추가 채용할 기사 규모를 8000명쯤으로 추산한다. 주 52시간을 적용받는 내년 7월부터는 2만1000명쯤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전국고속버스운송사업조합 관계자는 "예전에 기사를 모집해 100명쯤 모였다면 이제는 40~50명만 오는 상황"이라며 "시내버스업계의 경우 처우가 좋은 준공영제 쪽으로 지원이 몰리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촉발된 버스 기사 충원 문제는 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노사정은 선언문 부속 합의서에서 올해 말까지 노선버스의 운임체계 현실화 등 사업자의 적정 수익구조 확보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국토부는 버스전용차로 확대, 서비스 개선 등을 통해 승객을 유인하고 비용을 낮추는 운영 효율화를 추진할 수 있다며 요금 인상론 확대를 경계했다.

    그러나 버스업계는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견해다. 버스연합회 관계자는 "시외버스는 6년 가까이 요금이 동결됐다"며 "고속도로 통행료로 연간 1000억원, 유류세로 1800억원쯤을 부담하는 처지다. 물가도 오르고 임금은 매년 3~4% 오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버스연합회는 요금 인상을 위한 기본용역을 의뢰해 마무리단계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략 20% 이상 인상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올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