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소 이후 잇따른 해외출장 강행군… 신성장동력 발굴 등 공백 메꾸기 속도 상고심, 지배구조 개편 등 이슈… 경영 최일선 복귀 시간 더 필요할 듯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연합뉴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출소 이후 4개월새 세 차례 해외 출장길에 오르는 등 글로벌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약 1년간의 구속으로 주요 사업에서 차질을 빚어온 만큼 신성장동력 발굴에 적극 나서며 경영 정상화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AI(인공지능), 전장 등 미래먹거리 사업을 해외 현장에서 진두지휘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국내에선 별다른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어 본격적인 경영 복귀 시점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10일 홍콩, 일본에서 열흘간의 출장을 마무리하고 귀국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31일 홍콩을 시작으로 주요 글로벌 파트너사와 미팅을 갖는 한편, 해외사업 현장을 직접 점검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번 출장에선 신성장동력으로 꼽히는 자동차 전장사업 관련 파트너사들 만나는 등 신사업 발굴을 위해 분주히 움직인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일본의 우시오 전기, 야자키 등 주요 비즈니스 파트너를 만나 전장 사업을 비롯한 신사업 분야에서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특수광원 전문 기업인 우시오 전기는 반도체, 평판 디스플레이, 영상 기기 등을 생산하며 LCD(액정표시장치)용 노광램프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에는 광학 의료기기 분야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어 관련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 삼선전자 의료기기 사업부와 삼성메디슨과의 협력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일본의 대표 자동차 부품 업체인 야자키 역시 자동차용 전원, 통신 케이블, HUD(전방표시장치) 등 전장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더욱이 이 부회장이 지난 2016년 미국의 자동차 전장 기업 하만 인수를 주도한 만큼 양사간 구체적인 협력 방안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 부회장의 이 같은 글로벌 경영 행보는 지난 2월 '삼성 뇌물사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가 선고된 이후 한 달에 한 번꼴로 이어지고 있다. 출소 직후인 지난 3월에는 유럽과 캐나다로 16일간의 해외출장에 나섰으며, 지난달에는 중국과 일본에서 8일간의 해외출장 일정을 소화한 뒤 귀국해 재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기도 했다.

    현재까지 하만 인수를 잇는 대규모 M&A(인수합병) 등의 성과는 구체화되지 않았지만, 출장 이후 미국과 영국 등 글로벌 주요 거점에 AI 센터를 개설하고 관련 분야의 거물급 전문가들을 영입하는 등 신사업 추진에 탄력이 붙은 상태다. 또 출장기간 화웨이 런정페이 회장과 BYD의 왕촨푸 회장 등 주요 인사들과 잇따른 회동을 통해 향후 글로벌 기업들과의 협력을 통한 시너지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다만 해외에서 활발한 경영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과 달리 국내에선 아직까지 공식 활동을 자제하고 있어 본격적인 경영 복귀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대법원 상고심이 진행 중인데다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비롯 노조 와해 의혹 등 이슈가 경영 복귀 지연에 적지않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일부 관계자들은 국정농단 사건이라는 정치사회적 이슈에 발목이 잡힌 만큼 상고심 재판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경영 복귀 선언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이 부회장은 올해 이사회와 정기 주주총회에서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으며, 창립 80주년과 신경영 선언 25주년에도 불구 별도의 기념행사 없이 넘어갔다. 지난 1일 열린 호암상 시상식에서도 참석 여부를 두고 재계의 시선이 쏠렸지만 결국 불참을 결정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잇따른 글로벌 행보가 사실상 경영 복귀를 의미할 수 있지만, 국내에서 활동을 자제하고 있는 만큼 공식적인 복귀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상태"라며 "이 부회장의 상고심 역시 현재 진행 중인 박 전대통령 등의 재판과도 밀접하게 엮여 있는 것에 비춰볼 때 경영 복귀 지연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