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토신 등 4개사 미분양관리지역 내 '108개'… 전체 차입형 토지신탁 사업장 '32.1%' 차지신탁사 공사대금 부담에 높은 수수료율까지… '고위험-고수익' 구조 문제점 드러나
  • ▲ 자료사진. 기사 내용과 무관. '오산대역 더샵 센트럴시티' 견본주택 내. ⓒ포스코건설
    ▲ 자료사진. 기사 내용과 무관. '오산대역 더샵 센트럴시티' 견본주택 내. ⓒ포스코건설

    "부동산신탁사들이 자산건전성 저하와 재무 레버리지 상승의 이중고에 처해있습니다. 주택경기 하강 국면을 맞아 사업장의 분양 관리 및 시공사 리스크 관리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인 것으로 보입니다." (정효섭 한국기업평가 선임연구원)

    최근 부동산 경기 활황이라는 순풍을 타고 사상 최대 실적을 3년 연속 갈아치운 부동산신탁업계가 주택경기 하강 국면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분양실적 저하와 자금투입 증가로 재무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적극적인 대응방안이 요구된다.

    14일 한기평에 따르면 한국토지신탁·한국자산신탁·대한토지신탁·하나자산신탁 등 주요 4개 부동산신탁사들의 미분양관리지역 내 사업장은 108개로, 전체 차입형 토지신탁 사업장의 32.1%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차입형 토지신탁 사업은 자체신용으로 자금을 차입하고 신탁 받은 토지를 개발하는 것으로, 수수료율이 높고 신탁회사가 일부 공사대금을 부담하기 때문에 리스크도 크다. 이른바 '고위험·고수익' 구조인 셈이다.

    문제는 2016년 하반기 이후 지방 부동산 경기가 둔화됨에 따라 차입형 사업의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신탁사들은 수도권 외곽과 지방 부동산시장을 중심으로 차입형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4개사의 2017년 말 차입형 사업장 가운데 지방 사업장의 비중은 71.1%에 달한다.

    정효섭 선임연구원은 "부동산신탁사들이 지방을 중심으로 차입형 토지신탁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만큼 지방 부동산 경기 변화에 민감하다"며 "최근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미분양이 증가하고 있어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분양 실적이 저하되면 대여금 회수기간이 늘어나게 되고, 사업장 부실 가능성이 높아져 신탁계정대여금의 회수가능성이 낮아진다. 분양률이 낮은 경우 자산건전성 저하 가능성뿐만 아니라 추가 자금 투입 부담도 커진다.

    4개사의 미분양관리지역 내 사업장 중 분양률이 40%에 미치지 못하는 사업장은 30곳이고, 해당 사업장에 대한 신탁계정대는 1479억원이다. 아직까지 전체 신탁계정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으나, 추가 자금 투입으로 미분양관리지역 사업장에 대한 신탁계정대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실제 4개사의 신탁계정대를 분석한 결과 신탁계정대 중 23.8%가 공정률 대비 분양률이 낮은 건전성 저하 위험군과 잠재 위험군으로 나타났다. 공정률 40% 이상인 사업장 중 분양률이 60%가 안 되는 사업장의 신탁계정대 규모는 모두 4711억원에 달한다.

    특히 한기평 측이 분양실적이 저조한 상황을 가정한 시나리오 분석 결과 4개사의 올해 말 신탁계정대는 2017년에 비해 최대 56.2%까지 늘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금액 기준으로는 최대 1조1484억원이 급증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뿐만 아니라 차입형 사업에서의 재무부담을 완화시키기 위해 새롭게 창출한 책임준공부 관리형 토지신탁 사업에서도 리스크가 내포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책임준공부 사업은 비토지신탁과 관리형 토지신탁 부문의 경쟁 심화 등으로 모색된 새로운 수익 모델로, 최소한의 재무 부담으로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신탁사, 공사비를 낮추려는 시행사, 시공사 라스크를 줄이려는 금융기관 간 니즈가 맞아떨어진 사업 방식이다.

    2016년 신규수주 규모는 200억원 수준이었으나, 지난해 800억원대를 넘어섰고 올해는 1분기에만 600억원 안팎의 신규수주를 기록하면서 급성장하고 있다. 4개사의 책임준공부 사업은 모두 31건·1조5000억원 규모인 것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시공사의 낮은 신용도를 신탁사의 신용보강으로 보완하는 형태의 사업이다 보니 신용도가 낮은 시공사 위주로 구성됐다는 점이다. 개발사업에 대한 리스크를 신탁사가 떠안을 가능성이 큰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 책임준공부 사업장 31곳을 조사한 결과 시공사의 77%(24개)가 신용등급이 없었으며 16%(5개)는 'BBB'급, 7%(2개)는 'BB'급으로 나타났다.

    정 선임연구원은 "책임준공부 사업은 시공사의 낮은 신용도를 신탁사의 신용보강으로 보완하는 형태의 사업 모델이기 때문에 시공사 신용도가 대체로 낮다"면서도 "다만 시공사가 책임준공의무를 이행하지 못할 경우 대출금융기관에 손해배상 의무를 부담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신탁사의 투입자금은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 금융기관의 대출 원리금보다 상환 순위가 후순위이기 때문에 차입형 사업의 신탁계정대에 비해 회수가능성 면에서 열위에 있다. 개발사업의 부실을 소화하기에는 신탁사의 자본완충력이 충분하지 않은 만큼 잠재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 신탁사에 미치는 재무적 영향은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주택경기가 본격 하강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신탁사들의 모니터링과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정 선임연구원은 "지금까지는 차입조달을 통해 유동성 부족을 해소하면서 유동성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었다"며 "그러나 재무 레버리지가 큰 폭으로 확대된 상황에서는 추가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고 유동성 관리 부담도 확대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주택경기 하강 국면에서는 빠른 성장보다 단기 대응력으로 기초 체력을 유지하고, 중기 예측력으로 리스크에 대비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