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북경협 관심.ⓒ연합뉴스
    ▲ 남북경협 관심.ⓒ연합뉴스

    한반도 해빙 분위기에 남북 경제협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대규모 재원이 투입되는 사회간접자본(SOC)보다 인도적 지원 등을 통한 농림수산분야 협력이 먼저 추진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농림분야에선 인도적 식량 지원과 산림 복원 프로그램, 수산분야에선 서해 평화수역 조성과 동해 공동어로 수역 설정이 우선하여 논의될 수 있다는 견해가 많다.

    농업분야는 인도적 식량 지원이라는 명분이 있어 협력 사업 추진이 쉬울 것으로 전망된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에 따르면 현재 북한 인구 2480만명 중 1000만명쯤이 영양결핍인 것으로 파악된다.

    대북 쌀 지원은 노무현 참여정부 시절 해마다 40만t쯤을 지원해오다 2010년 5·24 대북 제재 이후 중단됐다.

    대북 쌀 지원은 남한의 남아도는 쌀을 줄여 쌀값 안정화를 도모하는 효과도 볼 수 있다. 지난해 정부가 비축한 쌀은 186만t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쌀 지원은 비정부기구(NGO)나 종교단체 등을 통해서도 협력이 가능하고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 아시아산림협력기구 창립 기념식.ⓒAFoCO
    ▲ 아시아산림협력기구 창립 기념식.ⓒAFoCO
    임업 쪽은 북한이 적극적인 분야로 손꼽힌다. 정부 한 관계자는 "산림분야 협력은 북한에서 먼저 요구해 지난번 고위급회담에서도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산림청 등 관련 기관 주도로 남북이 직접 협력하는 방식과 제3의 기구를 통한 간접 협력 방식 등 투트랙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간접 협력은 우리나라 주도로 설립한 첫 국제기구인 아시아산림협력기구(AFoCO·아포코)를 활용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2009년 MB정부에서 설립이 제안돼 지난 4월27일 본 협정(조약 제2386호)이 발효된 아포코는 아시아지역의 산림복원은 물론 회원국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훈련 사업,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산림협력 프로그램을 벌여 나갈 예정이다.

    정부는 북한이 아직 회원국이 아닌 점을 고려해 회원국인 몽골이 추진하는 사업에 북한을 사업파트너로 간접 참여하게 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몽골이 지리적으로도 가깝고 산림 상황이 북한과 유사한 측면이 있는 만큼 국경지역을 중심으로 하는 사업을 벌일 수 있다는 것이다.

    남북 간 직접 사업의 경우 국내외 여건 변화에 따라 차질을 빚을 수도 있으나 아포코 같은 국제기구를 통하면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안정적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 남북장성급군사회담 개최.ⓒ연합뉴스
    ▲ 남북장성급군사회담 개최.ⓒ연합뉴스

    어업분야는 4·27 판문점 선언에서 밝힌 서해 평화수역 조성이 우선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인천지역 어민과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에 남북 공동 파시(波市·바다 위 생선시장)를 열어 남북 어민 협력사업을 추진하자고 주장해왔다. 북측 수역에서 잡은 고기를 파시에서 사들인 뒤 경인 아라뱃길을 통해 수도권에서 판매할 수 있다는 견해다.

    김영춘 해수부 장관은 지난 4월 출입기자단과 만난 자리에서 남북 경협과 관련해 "과거에 합의 본 게 좀 있다. 어느 정도 안은 있다"며 "군사적 문제만 풀리면 당장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마침 남북은 14일 오전 10시부터 판문점 북측지역 통일각에서 제8차 남북장성급군사회담 전체회의를 열었다.

    해수부 한 관계자는 "국방부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얘기해주지는 않았다"면서 "다만 이번 회담은 앞으로 있을 장관급회담을 위한 실무회담의 성격이 짙어 NLL과 관련한 민감한 얘기는 나오지 않을 수 있다. 서해 평화수역 조성 등의 논의는 장관급회담에서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남북은 2007년 평화수역 협상을 추진했으나 당시 북한은 NLL을 인정하지 않아 이견을 좁히는 데 실패했다. 북한은 지난 4·27 판문점 선언에서는 합의문에 NLL을 명시하는 데 반대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이번 협상에 대한 낙관적 전망이 커지고 있다. 해수부 관계자는 "판문점 선언에서는 NLL 문구를 합의문에 넣는 것에 동의한 것이어서 북한이 우리의 NLL을 인정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해수부는 서해뿐 아니라 동해에서도 공동어로 수역을 지정할 수 있다고 본다. 지난 10·4 선언에서 북측 동해 수역에 우리 어선이 들어가 조업하는 방안을 논의했던 만큼 재추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당시 동해 공동어로 수역에 대한 얘기는 있었으나 남북 관계가 경색되면서 구체적으로 어디부터 어디까지를 공동어로 수역으로 정할지 등에 대해선 언급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해수부는 경협사업으로 남북 간 항로 연결과 항만 개발 사업도 다시 추진할 수 있다고 본다. 과거 남북은 각각 7개 항만을 개방하기로 합의하고 일부 노선을 운항했다. 당시 북측에선 해주·남포·단천·원산·나진·천진항 등을, 남측에선 인천·부산·포항·군산·여수·울산·속초항을 개방했고, 인천~남포 항로를 운항했다. 해수부는 다만 이번에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아직 살아 있는 상황이어서 항만개발이나 항로 재개 등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