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여당 압승… 보유세 개편·후분양제 도입 '드라이브'美 금리인상에 역전세난 우려까지… "시장침체 가속 가능성"
  • ▲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가 실시된 지난 13일 서울 영등포 다목적배드민턴체육관에 마련된 개표소 현장. ⓒ이기륭 기자
    ▲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가 실시된 지난 13일 서울 영등포 다목적배드민턴체육관에 마련된 개표소 현장. ⓒ이기륭 기자

    6·13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 진보 여당이 유례를 찾기 힘든 대승을 거뒀다. 현재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가격 안정 정책과 불로소득 환수 및 공평과세 등의 정책시행도 거침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같은 날 결정된 미국의 금리인상과 여전히 부담스러운 입주물량에 대한 우려 확산으로 하반기 부동산시장 침체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선거가 야당의 압승으로 끝나면서 문재인 정부로서는 계획된 부동산 정책 규제를 흔들림 없이 밀고 나아갈 동력을 확보하게 됐다는 평이다.

    보유세 개편, 양도소득세 중과 등을 비롯해 다주택자에 대한 대출·세금 규제, 후분양제 도입 등 정부 정책이 흔들림 없이 이어갈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만큼 관련 법안 처리에 드라이브가 걸릴 것으로 보인다.

    당장 오는 21일 발표 예정인 보유세 개편안도 고령의 은퇴자들의 반대 여론을 넘어 순조롭게 추진될 공산이 크다.

    당초 종합부동산세 세율 인상은 법 개정이 필요한 만큼 야당의 반대를 의식해 공정시장가액 비율 조정과 공시가격 인상 등으로 절충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여대야소' 상황에서는 세율 조정 가능성도 대두된다.

    박주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대표발의한 종부세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해당 안에는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100%로 올리고 주택·토지 세율을 인상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별위원회는 21일 토론회에서 보유세 개편 권고안을 처음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이후 28일에는 주택과 종부세 세율과 공시가격 조정, 공정시장가액 비율 상향 등 모든 가능한 시나리오에 대해 단수 또는 복수로 권고안을 최종 확정, 정부에 제출할 방침이다.

    이후 정부는 최종 권고안을 7월 말 발표할 세제개편안과 중장기 조세정책 방향에 반영, 9월 정기국회를 통한 입법절차를 거쳐 내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보유세 개편은 부동산시장에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며 "일부 다주택자들은 보유세 부담에 불필요한 주택을 매도하려고 하겠지만, 매수 심리가 얼어붙은 가운데 집값은 하향 조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동주택 후분양제 도입 등도 급물살을 탈지 주목된다. 노무현 정부 시절 추진했던 후분양제는 아파트 착공 전 분양하는 선분양제와 달리 아파트를 일정 단계 이상 짓고 분양하는 방식으로, 분양권 전매 등 투기수요를 억제한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소비자가 수억원에 달하는 목돈을 한꺼번에 마련해야 하는 부작용도 있어 시장의 반대가 적지 않다.

    때문에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내 여야 의원 간에도 첨예한 갈등을 야기하기도 했다. 실제로 올해 초 국토법안소위는 후분양제를 의무화하는 주택법 개정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야권의 반발로 후분양제는 논의대상에서 제외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선거 결과로 국회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잰걸음에 나선다. 국토교통부는 이달 말 후분양제 로드맵이 포함된 '제2차 장기주거종합계획' 수정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국토부는 공공기관의 후분양은 의무화하고 민간은 자발적 참여를 늘릴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입장이다. 국회에서 여당이 어느 쪽에 힘을 실어주느냐에 따라 시행 강도가 결정될 전망이다.

    권강수 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는 "이번 선거 결과는 부동산시장 측면에서 봤을 때 좋다고만 할 수 없는 게 사실"이라며 "보유세 개편안과 후분양제 로드맵의 구체적인 내용이 나와 봐야 알겠지만, 당분간 시장은 하락 안정세를 유지할 것 같다"고 말했다.

  • ▲ 자료사진. 은행 대출창구에서 상담받는 시민들. ⓒ연합뉴스
    ▲ 자료사진. 은행 대출창구에서 상담받는 시민들. ⓒ연합뉴스

    지방선거가 치러진 날에 결정된 미국의 금리인상 역시 시장 악화 전망에 힘을 더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는 13일(현지시각) 기준금리를 연 1.50~1.75%에서 연 1.75~2.00%로 0.25%p 또 올렸다. 올 들어 두 번째 금리 인상으로, 미국 기준금리는 10년 만에 2% 시대를 맞았다.

    한국은행 역시 한미간 정책금리 역전 폭이 0.50%p로 확대됨에 따라 점진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커졌다.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주택담보대출 증 대출금리도 올라가고, 이는 기존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자금 확보 난항으로 이어져 주택 구매나 투자가 어려운 환경이 조성될 수밖에 없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각종 부동산 규제나 보유세 개편안이 힘을 더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금리인상까지 더해지면서 시장은 더 위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입주 여건이 악화되고 있는 점은 더블 악재다. 특히 경남·울산 등 지방을 중심으로 여건이 크게 악화되면서 미입주·역전세난 우려도 심화되고 있다.

    주택사업연구원은 6월 전국 입주경기실사지수(HOSI) 전망치가 59.4로 지난해 7월 조사 이래 처음으로 50선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HOSI(기준 100)는 주택 공급자 입장에서 입주를 앞두고 있거나 입주 중인 단지의 입주율 등 입주여건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지표다.

    지역별로 입주물량이 많지만 경제 여건이 좋지 않은 울산, 경남과 강원 등지에서 처음으로 전망치가 40선을 기록했다. 특히 이들 지역은 5월 실적치와 6월 전망치 모두 지난해 7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달 전국 아파트 단지 입주율은 74.5%로 전월 76.3에 비해 1.8%p 하락하면서 7개월째 70%대에 머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도의 경우 이달 29개 단지에서 2만977가구, 경남 5313가구 부산과 강원 각각 3403가구, 2088가구 등 신규 입주물량이 지속해서 나오고 있어 일부 단지는 미입주가 증가하는 '입주대란'이 우려된다.

    입주물량이 늘어나면 해당 지역을 비롯해 주변 전셋값이 약세를 보이고 갭투자자들이 들고 있는 매물이 다시 시장으로 나올 수 있어 매매가격이 하락하는 악순환이 시작된다.

    김덕례 주산연 주택연구실장은 "6월 이후에도 경남, 부산, 강원을 중심으로 입주 예정 물량이 많다"며 "집이 팔리지 않고 세입자를 구하기도 점차 어려워지면서 미입주 리스크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예상보다 강도 높은 보유세 인상안이 발표되고 미 금리 인상 속도가 빠르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주택시장의 매수심리가 더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금리인상은 누구나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인상 속도가 빠르다"며 "하반기는 간신히 넘길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는데, 집이 팔리지도 않고 세입자를 구하기도 점차 어려워지면서 미입주 리스크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지금 분위기라면 여름 휴가철이 지난 이후 일부 지역의 시장 붕괴가 가시화될 것으로 우려된다"며 "고용 부진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