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질학회 "오래전 자료, 신뢰하기 어렵다"김칫국 마시기 보다 정확한 탐사 조사가 우선
  • ▲ 광물자원 부존 및 개발현황. ⓒ자원환경지질학회
    ▲ 광물자원 부존 및 개발현황. ⓒ자원환경지질학회


    6·12 미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해제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남북 경제협력(경협)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북한에 매장된 광물자원에 관심이 쏠린다. 광물자원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당연한 반응이다.

    문제는 국내외 어느 곳에도 북한 광물자원 매장량에 대한 정확한 수치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북한이 발간한 보고서 등에도 정확한 매장량은 나오지 않다보니 현재로서는 제대로된 실체 파악이 힘든 실정이다.

    대한자원환경지질학회가 지난 2013년 '북한 광물자원 부존 및 개발현황' 논문을 내놓으면서 "북한의 주요 광물자원 부존현황 특히 매장량은 여러 자료가 보고되고 있지만 오래전 자료가 많고 자료마다 차별성이 있어 신뢰할 수 있는 자료를 제시하기가 쉽지 않다"고 밝힐 정도다.

    현재도 전문가들은 "(북한의 지하자원 매장량은) 관련 정보가 공개되지 않아 신뢰할만한 자료 확보가 어렵다. 탐사와 조사 정도에 따라 차이가 많고, 각 기관에서 추측한 규모의 차이도 크다"고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실제 통계청과 한국광물자원공사, 북한자원연구소 등이 추산한 북한 광물자원의 잠재가치에서도 3000조원에서 1경원까지 3배 이상 차이가 났다.

    통계청은 2011년 북한 주요통계지표 보고서에서 2008년 기준 북한 광물 매장량의 잠재가치를 6983조원이라고 추산했다. 반면 광물자원공사가 지난 2016년 북한에 매장된 석회석, 마그네사이트, 철광석, 무연탄, 금 등 42개 광종에 대해 추산한 잠재가치는 3000조원이다.  

    북한자원연구소는 지난 2013년 '북한 지하자원 매장량'에서 북한 지하자원 16개 광종(금, 은, 철, 아연, 연, 동, 망간, 중석, 몰리브덴, 니켈, 마그네사이트, 석회석, 규석, 장석, 고령토, 활석, 인회석, 흑연, 형석, 중정석, 갈탄, 무연탄)에 대한 잠재가치를 6586조원으로 계산했다. 

    자원환경지질학회는 지난 2013년 발간한 '북한 광물자원 부존 및 개발현황' 논문에서 비금속 3종(마그네사이트, 인회석, 석회석), 연료광물 2종(석탄, 우라늄), 귀금속 2종 (금, 은), 금속(철, 동, 아연, 연), 희유금속(몰리브덴, 중 석, 니켈, 망간, 탄탈륨, 희토류) 등 총 17개 광종에 대한 잠재가치를 1경원이 넘을 것으로 봤다.   

    이렇듯 각 기관에서 내놓은 북한 광물자원의 잠채가치가 다르다보니 일각에서는 "남북 경협이 국민의 기대심리만 잔뜩 부풀려 놓은 채 변죽만 울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국민들의 희망사항과 달리 실제 북한의 광물자원 매장량에 허수가 상당히 포함돼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가 최근 산하기관에 북한 광물자원 매장량과 관련해 함구령을 내린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런만큼 전문가들은 남북 경협 추진에 앞서 정확한 통계를 마련하기 위한 탐사나 조사가 시급하다고 조언한다.

    광물자원 분야 한 전문가는 "북한의 광물자원을 활용하게 되면 일차적으로 외국에서 들여오면서 내는 비싼 운송료를 대폭 줄일 수 있는데다 가공을 통해 고부가가치화도 가능해 엄청난 경제적 파급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세계적으로 광물은 허수들이 엄청나게 많다. 파보면 안나오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북한의 매장량이 우리의 예측이나 추측과 큰 차이를 보이면 경제정책 수립이나 집행에 있어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엉뚱한 결과를 나을 수도 있다"고 했다.

    이어 "북한 광물자원 활용 방안보다도 먼저 탐사 선진 기업들의 도움을 받아 매장된 위치와 매장량을 정확히 파악해 경제성이 있는 지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며 "그 자료를 토대로 우리 기업들이 자원 생산과 개발 사업에 뛰어들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광물자원공사와 한국가스공사 등 산업부 산하 자원공기업들은 TF(테스크포스)를 구성하는 등 남북 경협 준비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광물공사는 이달부터 '남북자원개발사업단'을 운영하고 있다. TF는 정촌사업정상화분과, 한반도신경제지도분과, 민간지원분과 등 3개 분과 22명으로 구성됐다. 가스공사도 최근 남북경협 관련 조직을 구성해 사전자료 수집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