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자상거래 규모 100조원 돌파 예상"특장점 없이 빠른 배송에만 올인하는 국내 이커머스 기업들"
  • ▲ 뉴데일리 산업부 진범용 기자. ⓒ뉴데일리DB
    ▲ 뉴데일리 산업부 진범용 기자. ⓒ뉴데일리DB

    "아마존의 성장 모델을 지향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는 물론 향후 혁신적인 서비스로 고객들을 만날 예정입니다."

    최근 온라인마켓을 이용하는 고객이 급증하면서 국내 기업들도 이커머스 사업 확대 및 신규법인 설립, 새로운 서비스 등을 경쟁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모두 '한국판 아마존'을 만들겠다는 공통된 목표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특색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전자상거래 규모는 91조9800억원대로 2016년 전자상거래 규모 64조9134억원보다 27조원 이상 커졌다. 이러한 성장세라면 올해는 100조원을 무난하게 넘어설 전망이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기존 이커머스기업들은 물론 롯데와 신세계 등 오프라인 공룡 회사들까지 이커머스 사업과 관련한 확대 계획을 밝히고 있다.

    SK는 SK플래닛에서 운영하던 오픈마켓 11번가를 독립 법인으로 출범시킬 예정이다. 롯데는 5년간 3조원 규모의 투자, 신세계는 올해 초 온라인 사업 신규 법인에 대한 1조원대 투자 유치 협약을 체결하는 등 천문학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 기업들의 이러한 투자와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국판 아마존이 시장에 등장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아마존은 1994년 최초로 설립돼 기존에는 음반 및 DVD 유통망을 갖춘 회사였으며, 2000년에 들어 현재 형태의 오픈마켓으로 전환된 회사다.

    아마존이 결정적으로 현재 위치에 오를 수 있게 된 계기는 2002년 시작한 배송서비스를 꼽을 수 있다. 당시 아마존은 익일배송, 이틀 배송 등을 선보여 매출이 급성장했으며, 2004년에는 연회비 79달러를 받고 구매하는 상품을 초고속으로 배송하는 '아마존 프라임'(Amazon Prime) 서비스까지 확대하면서 시장에 충격을 안겼다.

    기존까지 미국에서는 배송 서비스로 상품을 구매하면 짧게는 1주일에서 길게는 한 달 이상 시간이 소모돼 이커머스 기업이 성장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현재 아마존을 만든 서비스는 다름 아닌 '배송'인 셈이다.

    이 때문에 아마존을 벤치마킹한 대부분의 국내 이커머스 기업들도 다수의 물류창고 확대를 통한 '빠른 배송'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대표적으로 쿠팡의 '로켓배송'을 꼽을 수 있다. 로켓배송이란 쿠팡이 시행 중인 배송 시스템으로, 자체적인 배송 인력을 통해 상품을 고객에게 직접 배송해주는 방식이다.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면 소비자들은 24시간 안에 물건을 받아 볼 수 있다.

    로켓배송이 호평 받으면서 쿠팡의 매출은 지난 2013년(로켓배송 시작전) 500억원에서 지난해 2.7조원으로 급증했다.

    이에 따라 다른 기업들도 빠른 배송을 선보이기 위해 물류창고 확대 및 배송 효율화에 사실상 '올인'하면서 기존 특색이 사라지고 있다.

    실제로 기존 소셜커머스 서비스는 사실상 소멸했고, 각사마다 특징을 갖춘 서비스도 대부분 모습을 감췄다. 단순 빠른 배송을 강조하는 게 아마존을 표방한다는 회사들이 실질적으로 보여준 모습 전부인 셈.

    하지만 아마존의 이러한 방식은 벌써 16년 전의 일이고 최근 아마존은 온-오프라인 연계를 통한 새로운 미래먹거리 찾기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으로 계산대가 없는 무인편의점 '아마존 고'를 꼽을 수 있다. 1인 가구가 폭발적으로 성장한다는 점을 미리 보고 이커머스기업이 오프라인까지 생태계 확장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미국 시장과 한국 시장의 상황은 완전히 다르다. 국내 소비자들도 빠른 배송을 선호하기는 하지만 국내에선 택배 거래로 한 달 이상의 시간이 소모되는 일은 없다.

    여기에 국내 내수 시장의 규모는 미국 시장과 규모 차이가 상당하다. 단순 내수 시장을 노린 물류 창고의 다양화로는 한국판 아마존을 만들기는 애초에 불가능하다.

    "아마존이 글로벌 시장에서 '혁신'의 대명사로 불리는 이유는 지금껏 보지 못한 새로운 시도를 지속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미 시장에서 테스트 되고 안정성을 확보한 서비스로 '제2' 혹은 '한국형' 아마존을 만들겠다는 대기업들의 생각으로는 절대로 혁신성을 갖춘 아마존이 탄생할 수 없다. 단순한 아류작에 그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