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지주회사 전환 계획 아직 없어"…금융계열사 다수 보유 부담재계 "지주회사 전환하라면서 요건은 강화"…기업에게 자율성 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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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지주회사 전환 바람이 재계 전반에 불고 있다.

    지주회사 전환은 선택의 문제지만, 주요 기업들이 흐름에 동참하면서 지주회사 전환 계획이 없는 기업들의 향후 계획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의 재벌개혁 요구에 따라 지난해 롯데, 현대중공업을 시작으로 올해 초 효성까지 기업들의 지주회사 전환 작업이 가속화되고 있다.

    지주회사 전환을 통해 기업은 지배구조를 단순화함으로써 순환출자구조와 일감몰아주기 문제를 한번에 해결할 수 있다. 내부적으로는 외풍의 영향에서 비교적 자유로워질 뿐만 아니라 손쉽게 경영승계도 마무리할 수 있다.

    기업이 분할·합병 시 세금 관련 혜택을 얻을 수 있는 '과세이연' 제도가 올해 말 일몰을 앞두고 있다는 점도 기업들의 지주회사 전환 속도를 빨라지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하지만 이러한 이점에도 불구하고 일반지주회사의 금융사 보유 금지 등으로 인해 지주회사 전환 흐름에 동참하지 못하는 기업들이 있어 주목된다. 주요 그룹 가운데서는 삼성, 현대차, 한화 등이 대표적이다.

    한화그룹은 아직 지주회사 전환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최근 일감몰아주기 해소를 위해 실시한 한화S&C와 한화시스템의 합병이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포석이라는 관측도 있었지만, 한화는 이를 부인했다.

    재계에서는 한화의 경우 순환출자가 없어 상대적으로 체제 전환이 급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한화가 한화생명 등 금융계열사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공정거래법상 지주사는 금융 계열사를 가지고 있을 수 없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한화그룹은 순환출자가 없기 때문에 지주사 전환에 부담감을 덜 느끼는 것 같다"며 "지주사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먼저 금융지주사와 일반지주사로 분리해야 하는데, 이 작업이 쉽지 않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화에선 ㈜한화와 에이치솔루션(구 한화S&C)이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다. ㈜한화가 한화케미칼·테크윈·호텔앤리조트·건설 등을 지배하고,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이 지분 100%를 소유한 에이치솔루션이 에너지·화학부문을 지배한다.

    삼성, 현대차 등 다른 기업도 같은 이유로 지주회사 전환에 소극적이다. 지배구조 개선 압박에도 삼성전자는 이미 지주사 전환을 검토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재계 일각에서는 정부가 겉으로는 지배구조 개선을 강요하면서 지주회사 전환을 가로막는 법안 등을 쏟아내고 있다고 지적한다. 때문에 지주회사 전환 필요성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현재 국회에서는 지주사 전환시 자사주의 의결권이 살아나는 '자사주의 마법'을 막는 법안이 계류 중이다. 또 상장 20%, 비상장 40%인 지주사 지분 요건을 상장 30%, 비상장 50%로 강화하는 법안도 올라와 있다.

    재계 관계자는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는 정부가 오히려 지주회사 전환을 어렵게 하는 법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지주회사 전환이 강요가 아닌 만큼, 개별 기업이 판단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줘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