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2백척 이상 신조 발주 지원해외 항만터미널 투자·국가필수 해운제도 도입
  • ▲ 해운·조선업.ⓒ연합뉴스
    ▲ 해운·조선업.ⓒ연합뉴스
    해운산업 재건의 중추 기관인 한국해양진흥공사 출범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해양진흥공사의 첫 주요 업무는 국내 선사의 국제경쟁력 확보를 위한 친환경 선박 투자다.

    3배수로 압축된 초대 사장 후보자는 이달 말께 선임될 전망이다.

    25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한국해양진흥공사법이 다음 달 1일 시행된다. 한진해운 파산 이후 어려움이 계속되는 해운업을 재건하기 위한 전담 지원기구가 공식 출범한다. 출범식은 다음 달 5일 열린다.

    해양진흥공사는 혁신경영·해양투자·해양보증 등 3본부 체제로 꾸려진다. 3실 5부 1센터 1사무소를 두고 런던·싱가포르에 각각 지사를 운영한다. 직원 정원은 총 101명이다. 임원은 사장·상임이사 2명이다. 사옥은 부산 해운대 아이파크에 마련됐다.

    해양진흥공사 설립위원회는 지난 4일까지 4차례 회의를 열어 정관을 비롯해 직제·인사·회계규정 등을 의결했다. 해운항만 자산에 대한 투자·보증사업규정의 경우 공정성·객관성을 담보하고자 반드시 외부위원이 포함된 심의위원회 의결을 거치도록 했다.

    법정 자본금은 5조원이며 초기 납부자본금은 3조1000억원이다. 해양진흥공사에 통합되는 ㈜한국선박해양(1조원)과 ㈜한국해양보증보험(5500억원) 자본금에 정부의 항만공사 현물출자 지분 1조3500억원, 정부의 현금출자 2000억원 등으로 구성된다. 현금출자는 올해 해수부 관련 예산 1300억원이 예산에 반영됐고 나머지 700억원은 내년에 출자될 예정이다.

    해운업계 일각에서 해양진흥공사 자본금을 10조원으로 2배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과 관련해 엄기두 해수부 해운물류국장은 "(자본금이) 많을수록 좋지만, 재정의 한계도 있고 현재로선 모자라지 않다"며 "나중에 모자라면 늘릴 수 있게 돼 있다"고 말했다. 엄 국장은 "해양진흥공사는 흩어진 해양금융 프로그램을 통합 관리하게 된다"면서 "다만 금융위원회 산하 캠코선박펀드(1조9000억원)와 글로벌 해양펀드(1조원) 등은 성격이 달라 해양진흥공사에서 다루지 않고 별개 사업으로 운영·지원한다"고 설명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초기 자본금이 작은지 잘 모르겠다"며 "올해 현금출자 규모는 1300억원이지만, 현물출자분을 차입투자로 활용하면 자본금의 4배까지 공사채를 발행할 수 있는 만큼 산술적으로는 해양진흥공사가 20조까지 자금을 조달·운용할 수 있게 된다"고 부연했다.
  • ▲ 부산신항 컨테이너터미널.ⓒ연합뉴스
    ▲ 부산신항 컨테이너터미널.ⓒ연합뉴스
    해양진흥공사는 정부가 지난 4월 발표한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추진하는 핵심 기구다. 업무 범위는 선박투자 보증, 자산투자 참여 등 해운금융지원과 친환경선박 확대, 국가필수해운제도 등 해운정책지원을 망라한다.

    출범 이후 첫 추진 업무는 낡은 선박 대체 등 친환경 선박 확대 투자다. 해수부는 최근 국내 선사를 대상으로 선박 신조 1차 지원 수요를 조사했다. 18개 선사에서 총 36척의 신조 지원을 신청했다. 배 종류별로는 컨테이너선 4척, 벌크선 17척, 탱커선 10척, 기타 5척 등이다. 2020년 국제해사기구(IMO)의 선박 대기오염(황산화물·SOx) 배출규제 강화에 대응하기 위해 액화천연가스(LNG) 추진선박 2척이 포함됐다. 총 뱃값은 1조1835억원 규모로 추산됐다. 신조 지원은 정부에서 건조 비용의 30%쯤을 투자하거나 일정액을 보증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번 신조 지원 신청에 현대상선은 빠졌다. 현대상선은 이미 신조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3조원 규모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20척을 발주하기로 하고, 국내 조선사들과 계약 조건을 협상하고 있다.

    유동성 지원을 위한 선박매입 후 재용선 프로그램(S&LB)에도 11개 선사에서 18척을 지원해달라고 신청했다. 컨테이너선 4척과 벌크선 3척, 탱커선 11척 등으로, 뱃값 규모는 2307억원으로 추산됐다.

    해수부는 사업계획 등 세부 검토를 거쳐 해양진흥공사 출범 이후 지원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해양진흥공사는 설립 이후 1년에 2번 정기 수요조사와 수시 수요조사를 벌여 적기에 친환경 선박이 확보될 수 있게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엄 국장은 "실제 지원까지는 건조비용과 발주·인수 시기, 자금조달 등을 확인해야 해 시일이 걸릴 수 있다"며 "다만 하루라도 일찍 지원이 이뤄질 수 있게 해양진흥공사 설립 이전임에도 (해수부가) 지원 신청을 미리 받고 사전 검토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해양진흥공사는 해운재건 5개년 계획에 따라 앞으로 3년간 200척 이상의 신조 발주를 지원하게 된다. 현대상선의 초대형 선박 20척 포함 컨테이너선 60척, 벌크선 140척 이상을 지원할 계획이다. 금융지원 기준을 따로 마련해 중소선사가 혜택을 받을 수 있게 지원 문턱을 낮추고, 중고선박과 선박평형수 처리시설까지 지원대상을 확대하기로 했다.

    또한 유사시 국가가 최소한의 해상운송 능력을 확보할 수 있게 '국가필수 해운제도' 도입을 추진한다. 원유 등 전략화물의 적취율(국내 화주가 국적선사에 화물을 맡기는 비율)을 끌어올리는 역할도 수행한다. 현재 국내 전략화물 적취율은 액체화물 28.1%, 마른 벌크화물 72.8%다. 해수부는 이 비율을 각각 33.8%, 80.1%까지 높인다는 목표다. 김영춘 해수부 장관은 지난 4월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설명하며 "전략화물 적취율이 10%만 올라도 국내 선사 경영개선에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해수부 설명으로는 미국은 군용화물은 100%, 정부기관 소유 등 공공화물은 50% 이상을 자국 국적선사가 운송하게 화물 우선적취제도를 운영한다.

    해양진흥공사는 비용 절감을 위해 항만터미널 물류시설 확보에도 나서게 된다. 선사 등이 함께 참여하는 한국 글로벌 터미널운영사(K-GTO)를 육성해 부산신항은 물론 아시아·유럽 등 외국 주요 항만의 터미널을 확보할 계획이다. 부산신항의 경우 지난 4월 현대상선이 모항으로 이용하는 4부두 운영지분을 50%까지 보유해 전용 터미널을 확보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해외 터미널 2~3곳도 확보하려고 논의가 진행 중"이라며 "국적선사 기항 여부, 물동량 증가율 등을 검토하고 있다. 수익성만 있으면 (해외 터미널은) 많을수록 좋다"고 했다.

    해양진흥공사 초대 사장은 이달 말께 선임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김연신 전 성동조선 사장과 나성대 한국선박해양 사장, 황호선 부경대 국제지역학부 명예교수 등 3명으로 압축돼 청와대 인사 검증이 진행 중이다.

    김 전 사장은 1998년까지 대우조선해양에서 일한 뒤 교보문고 상무를 거쳐 2013년 성동조선 사장을 지냈다. 2003~2012년 한국선박금융 대표를 맡아 우리나라 최초의 선박펀드를 만들기도 했다. 조선업 전문가로 평가되지만, 부실기업 사장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

    나 사장은 재무부 관료 출신으로 2015년 산업은행 부행장을 지냈다. 금융전문가로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지만, 비관료 출신을 선호하는 업계 분위기가 부담이다.

    황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과의 친분으로, 정부와 원활한 소통이 가능하다는 게 최대 장점으로 꼽힌다. 그는 문 대통령과 경남중·고 동기다. 부산지역 진보그룹 대표학자로 해수부 정책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했다. 다만 2014년 지방선거에서 부산 사상구 구청장 후보로 나서는 등 정치성향이 강하고 전문성이 떨어져 낙하산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는 게 걸림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