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재계, 정치적 확대 해석 경계정부 경제정책 기조 변화 및 재계 관계 회복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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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인도 국빈방문 기간 중 삼성전자의 현지 스마트폰 공장 준공식에 참석하는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만남에 이목이 집중된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후 5시 삼성전자의 인도 현지 스마트폰 생산 공장인 노이다 공장 준공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역시 준공식 일정에 맞춰 지난 8일 출국한 상태다. 이 부회장은 준공식 참석 외에 다른 현지 일정은 없으며 귀국 일정도 전해지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취임 이후 삼성그룹과 관련된 일정에 참석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2월 초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이후 사실상 첫 공식 일정이다.

    문재인 정권은 그동안 국정농단 사건에 휘말린 삼성과 애써 거리를 둬 왔던 터라 정재계 시선도 자연스럽게 이번 만남에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와 재계는 문 대통령과 이 부회장 만남에 대해 지나친 의미부여를 경계하고 있다. 삼성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재판이 진행 중인 만큼 자칫 정치적으로 확대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해외순방 과정에서 대통령의 통상적인 경제외교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며 "이 부회장은 일반적으로 해외 투자를 하면서 공장 준공식을 할 때 참석하는 인사의 범위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대한상의와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주요 경제단체들은 이번 만남과 관련 별도로 논평을 내놓지 않고 말을 아끼는 모습이다.

    재계 관계자는 "별도로 준비하고 있는 것은 없다"며 "현재까지 입장은 없지만 향후 관련내용에 관한 논평이나 자료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권의 경제정책 기조 변화의 시그널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문재인 정권은 출범 초기부터 '적폐청산' 기조를 내세우며 친노동, 반기업 정책과 함께 소득주도성장, 최저임금 인상 등을 통해 민생경제 살리기에 적극 나섰다.

    그러나 이 같은 정책은 반기업 정서 및 양극화 현상만 심화시키며 역효과만 양산한 상황이다. 여기에 미·중 무역전쟁 등 대외 악재까지 겹치며 경기 전반의 비관론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 줄줄이 꺾인 여러 경기 지표가 이 같은 비관론에 힘을 보태고 있다. 글로벌 경제전망기관들은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을 지난해보다 0.4%포인트 하락한 2.5%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달 국내 수출은 조업일수 감소와 기저효과로 전년 대비 4.8% 감소세로 돌아섰다. 지난 4월 18개월 만에 감소한 데 이어 2개월 만에 다시 꺾인 것이다.

    미·중 무역갈등에 따른 불똥 우려에 기업 체감경기도 4개월 만에 돌아섰고 32만명으로 잡았던 취업자 증가폭 목표치도 20만명대로 하향조정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때문에 문 대통령은 이 부회장에 국내 투자와 고용 확대 등 국내 경제 살리기에 힘을 보태 줄 것을 당부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를 통해 재계와의 관계도 회복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이번 만남을 계기로 이 부회장의 경영일선 복귀 시점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지만 당장은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국정농단과 관련 재판이 중인데다 여전히 여론은 부담으로 남아 있어서다. 

    이 부회장은 출소 이후 주로 해외 일정을 소화하는 한편 미래 먹거리 발굴에 집중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3월 말 유럽과 캐나다를 시작으로 5월 중국과 일본에 이어 지난달 홍콩과 일본 등 3차례의 해외 출장을 다녀온 바 있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은 당분간 자동차 전장과  인공지능(AI) 등 미래 사업으로 낙점한 성장동력 찾기에 열중할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