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정지 기간, 벌점 따라 2년 동안 '강제 후분양'업계, '이중제재-부당결부' 등 강력 반발벌점기업만 113곳… "일부 업체 '도산' 가능성"
  • ▲ 자료사진. '대구 금호지구 스타힐스테이' 견본주택 내. ⓒ서희건설
    ▲ 자료사진. '대구 금호지구 스타힐스테이' 견본주택 내. ⓒ서희건설

    정부가 부실시공을 한 사업자와 시공사에 대한 주택 선분양 제한 기준을 강화하면서 건설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기준이 강화될 경우 제재를 소급 적용하는 등 불합리한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대한주택건설협회와 한국건설경영협회, 대한건설협회 등이 선분양 제재에 대한 반대의견을 국토교통부에 제출했으나, 국토부가 제도를 강행해 나갈 것으로 보여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지난 6월 부실업체 선분양 제한 기준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과 '주택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오는 9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개정안을 보면 주택법이나 건설산업기본법을 위반해 영업정지를 받았거나 건설기술진흥법상 누계 평균벌점을 1.0점 이상 받은 업체는 영업정지 기간과 벌점 수준에 따라 2년 동안 선분양을 제한받는다.

    부실공사로 인한 평균벌점이 1~3점이면 골조공사를 3분의 1 마친 후 입주자를 모집할 수 있다. 3~5점이면 골조공사가 3분의 2를 넘어야 하며 5~10점은 건물 전체 골조공사가 완료돼야 한다. 6개월 이상 영업정지를 받거나 평균벌점이 10점 이상이면 사용검사 이후 100% 후분양제 적용을 받는 식이다.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 전수 조사 결과 총 460개 건설기업 가운데 113곳이 누계벌점이 1.00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오건설과 ㈜주영종합건설이 각각 4.00점으로 최다 벌점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시공능력평가 상위 30곳 중에는 ㈜부영주택이 1.50점으로 이름을 올렸다.

    벌점은 원칙적으로 2년간 유효하다. 누계 평균벌점이 6개월마다 업데이트된다는 점을 고려해 제재 수준은 6개월 단위로 변경한다. 오는 9월14일 이후 입주자모집공고를 하는 주택이 대상이다.

    건설업계는 이번 제도가 입주민 피해를 막는다는 취지에는 동의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유사한 사유로 영업정지와 벌점 등의 처벌을 받은 사안에 대해 추가적인 제재를 가하는 이중처벌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또 이중처벌, 소급입법 등을 금지한 헌법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하고 있다.

    건설경영협회는 하자 및 부실시공으로 영업정지나 벌점을 받은 건설사에 추가로 선분양을 제한하는 것은 '이중제재 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협회 측은 "선분양 제한은 그 자체만으로도 제재의 성격을 가질 뿐만 아니라 사실상 처분을 받은 해당업체의 주택건설사업 수주 기회를 박탈해 영업정지 처분과 동일한 효력이 있다"며 "입주민 피해를 막는다는 법  개정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이미 유사한 사유로 영업정지와 벌점 등의 처벌을 받은 사안에 대해 추가적으로 선분양 제한 조치를 하는 것은 '이중제재 금지의 원칙'에 반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판단 시점도 논란이 된다. 건진법상 누계 평균별점은 2년 동안 받은 벌점을 누적해 평균을 내는 시스템이다. 개정안 시행 2년 전에 벌어진 제재 처분을 기준으로 현재의 주택사업을 제한하는 셈이다. 또 주택공사와는 다른 공종이 토목공사의 부실시공 등으로 인한 영업정지에 대해서도 선분양을 제한하는 것은 '부당결부 금지의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꼬집었다.

    중견건설 A사 관계자는 "이는 '소급입법 금지의 원칙'에도 위배될 소지가 있다"며 "주택공사 외에 다른 공종인 토목공사의 부실시공 등으로 선분양 제한 조치를 받는다면 '부당결부 금지의 원칙'에도 어긋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부당결부 금지의 원칙은 행정법상 행정기관이 행정활동을 행하는 데 있어 실질적인 관련이 없는 반대급부를 상대방에 부과해서는 안 된다는 법칙이다.

    주택건설협회 역시 비슷한 이유로 개정안에 대한 반대의견을 밝혔다.

    주건협 측은 "개정안을 소급 적용받는 일부 업체들은 곧바로 도산할 수 있다는 것을 정부가 고려해주길 바란다"며 "아울러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선분양을 제한하기 이전에 후분양을 할 수 있도록 주택공급시장 금융구조를 개선하는 등의 조치가 병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업계 일각에서는 공공 부문부터 후분양을 추진하고 있는 정부가 '부실시공 원인'을 의도적으로 '선분양'에서 찾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 교수(부동산학)는 "부실시공의 원인을 선분양으로 연결하는 논리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며 "민간 부문 후분양제는 주택원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자금 여력이 부족한 중소·중견건설사들은 이중 부담에 직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토부의 소급적용 방침은 확고하다. 기존에 부실시공 문제를 야기한 건설사가 짓는 아파트는 선분양을 제한해 소비자 보호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소급'이라고 표현하고 있지만, 정부 입장에서는 변경된 기준을 적용하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건설업계 전체 업체 수가 1만7000곳가량인 점을 고려하면 제재 대상 기업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라며 "민간 건설협회들도 회원사의 벌점 및 행정처분 기록을 관리 중이기 때문에 자료를 확보해 집행하는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부동산시장에서도 9월부터 주택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대형건설사도 선분양 제한 조치를 받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시장에 혼란이 빚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건설협회 측은 "주택·부동산 규제 강화로 주택 공급물량이 축소되는 상황에서 선분양을 제한하면 민간주택 공급이 급격히 축소될 수 있다"며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경우 유예기간 없이 적용하면 상당수 현장에서 시공자를 재선정해야 하는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형건설 B사 관계자는 "정부가 과거 2년간 기록을 쌓아둔 상황에서 칼을 꺼내들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9월부터 주택공급에 차질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정확한 기준 없는 행정으로 인한 피해 기업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