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금 변경-공기업 투자, 수 兆 재원 마련카드수수료 인하·임대료 인상 억제 추진
  • ▲ 당정협의.ⓒ연합뉴스
    ▲ 당정협의.ⓒ연합뉴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소득 하위 20% 노인에게 주는 기초연금을 내년부터 30만원으로 조기 인상하기로 했다. 저소득 가구에 세금 환급 형태로 근로장려금을 주는 근로장려세제(EITC) 지원대상과 지급액도 대폭 확대할 방침이다. 사회초년생에게 주는 구직활동 지원금도 월 50만원까지 확대하고 지급 기간도 6개월로 2배 연장하기로 했다.

    당정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영세 소상공인 지원대책은 조만간 따로 발표하기로 했다. 다만 현재 거론되는 카드 수수료 인하, 상가 임대료 인상 억제 등은 생색내기 수준에 그치거나 시장 상황과 거리가 먼 탁상행정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당정은 17일 국회에서 올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과 저소득층 지원대책 협의회를 열었다.

    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브리핑에서 "오는 9월 기초연금 25만원 인상을 차질없이 추진하고 소득 하위 20% 노인에 대해선 애초 계획보다 2년 앞당겨 내년부터 30만원으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김 정책위의장은 "저소득층 지원과 근로의욕 고취를 위해 근로장려금 지급대상과 지원액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고도 했다.

    김 정책위의장은 지난 3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도 "올해 1분기 가계동향 조사에서 나타난 저소득층 소득 감소와 분배 악화 문제에 대해 대책을 준비 중"이라며 "근로장려금 지급대상과 금액을 확대해 차상위계층 이상까지 지원할 수 있게 소득 기준을 완화하고 근로장려에 실질적인 효과가 있는 수준까지 현실화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모두발언에서 "(저소득 가구에 세금을 환급해 주는) 근로장려세제(EITC) 지원대상과 지급액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같은 목소리를 냈다.

    당정은 사회초년생에게 주는 구직활동 지원금은 월 30만원 한도로 3개월간 주는 현행 수준보다 높여 월 50만원까지 6개월간 주기로 합의했다.

    생계급여는 내년부터 부양의무자 가구에 소득 하위 70% 중증장애인이나 노인이 포함되면 준다. 김 정책위의장은 "애초 중증장애인만 포함해 내년부터 시행할 계획이었으나 노인의 경우도 3년 앞당겨 시행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당정은 한부모가족의 경우 아동양육비 지원대상을 14세 미만에서 18세 미만 자녀로 확대하기로 뜻을 모았다. 지원액도 월 13만원에서 17만원으로 올린다.

    노인 복지와 관련해선 내년에 일자리를 8만개 이상 늘려 총 60만개를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고용·산업 위기지역의 노인에게는 일자리 3000개를 추가로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김 부총리는 "어르신 일자리 확충에 필요하다면 하반기부터 예비비를 조성해 지원하겠다"고 부연했다.

    당정은 필요 재원은 기금 변경과 공기업 투자 등을 통해 수조 원 규모의 재정을 보강하기로 했다. 이를 토대로 주거·신성장 분야, 위기업종·취약계층 지원 등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 ▲ 당정협의.ⓒ연합뉴스
    ▲ 당정협의.ⓒ연합뉴스
    관심을 모았던 최저임금 인상 대책은 이날 구체적인 해법이 제시되지 않았다. 당정은 이른 시일 내 3조원 한도의 일자리안정자금 운영방안 등과 함께 영세 자영업자 지원방안을 따로 협의해 내놓기로 했다.

    김 부총리는 이날 "거시지표와 달리 체감경제와 민생은 매우 엄중한 상황"이라며 "특히 고용문제에 있어 많은 신경을 쓰고 있지만,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가야 할 방향임은 틀림없지만, (내년도 10.9% 오른) 최저임금 인상이 하반기 경제운용의 여러 영향 측면에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당정은 영세 자영업자 보호를 위해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에 협력하기로 했다.

    홍영표 원내대표도 회의 모두발언에서 "편의점주와 가맹점주 등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겪는 과도한 임대료 인상, 불공정 계약을 해소하겠다"며 "구체적인 카드 수수료 인하 방안도 찾겠다"고 언급했다.

    카드 수수료의 경우 금융위원회는 오는 31일부터 소액결제업종의 카드 수수료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카드 수수료 원가 항목인 밴수수료 체계를 개편한다. 소상공인이 내는 카드 수수료는 신용카드사가 가져가는 수수료와 결제승인 업무를 처리해주는 밴사가 챙기는 수수료로 나뉜다.

    현재 밴수수료는 정액제 방식이다. 결제 건당 100원의 수수료가 발생한다. 정부는 밴수수료를 정률제로 바꾸기로 했다. 건당 결제금액의 평균 0.28%를 내게 된다. 정률제 방식으로는 건당 결제금액에 상관없이 100원이던 밴수수료가 5000원을 결제하면 14원, 1만원을 결제하면 28원이 된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편의점업계는 알맹이 혜택은 빠진 생색내기 식 지원에 그친다고 지적한다. 편의점 업계는 매출액 중 담배에 붙는 세금을 제외하거나 우대 수수료 부과 매출액 구간을 확대해야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온다는 주장이다.

    업계 설명으로는 점포당 연평균 매출 규모는 6억5000만원쯤이다. 이 중 담배 판매가 차지하는 비중은 40% 이상이다. 담뱃값 중 세금 비중은 74%로 판매 마진은 9%쯤이다. 담뱃값을 카드로 결제하면 이윤은 더 줄어든다.

    하지만 세금이 대부분인 담배 매출이 편의점 전체 매출에 포함돼 편의점 업계는 연 매출 5억원 이상에 적용되는 평균 2.3%의 수수료를 적용받는다. 업계는 편의점 업계에도 매출 3억원 이하는 0.8%, 5억원 이하는 1.3%를 적용하는 영세 소상공인 우대 수수료를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상가 임대료 문제도 찬반 논란이 거세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월8일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관련해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상가 임대료 부담을 낮추는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었다.

    시장은 정부의 무리한 최저임금 인상 불똥이 뜬금없이 임대료로 튀었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되는 임대료를 정부가 멋대로 조정하면 기본적인 시장 원리가 훼손된다는 지적이다. 상가 임대료가 지역별·권역별로 큰 차이를 보이는 것도 문제다. 일부 중심 상권 내 임대료의 가파른 상승 등을 보고 전체 시장의 질서를 흩트리게 해선 안 된다는 비판이 잇따른다. 특히 경기 침체로 도심 상권에서도 건물 공실이 적지 않아 건물주가 임차인 눈치를 살피는 상황인데도 모든 건물주를 갑질의 주체로 간주하는 것에 대해 반발이 크다.

    대전 유성구에 3층짜리 건물이 있다는 지모 씨는 "장사가 안돼 골목에 문 닫는 가게가 한두 곳이 아니다"며 "식당 임대료를 수십만 원씩 깎아주고라도 공실이 나지 않게 해왔는데 지난달 식당 2곳 중 1곳이 결국 문을 닫았다"고 했다. 그는 "노후대책으로 은행 빚을 얻어 건물을 지은 탓에 매달 이자 갚기에도 버겁다. 힘들긴 마찬가진데 건물주라는 이유만으로 피해를 감수하라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요즘 장사가 안돼 건물주가 임차인 눈치를 보는 상황이다. 정부 정책은 현장과는 거리감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