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점 임대, 부적절하다는 것 알았지만 아버지 뜻 거스를 수 없어”신 회장, 경영능력 검증 중에도 신뢰도 방어 위해 매점 임대 중단 건의
  •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2월 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도착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뉴데일리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2월 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도착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뉴데일리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검찰이 제기한 롯데시네마 매점 관련 배임 혐의를 전면부인하며, 1심에서 일부 유죄가 선고된 부분이 ‘무죄’로 번복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18일 서울고법 형사8부(부장판사 강승준)는 경영비리 혐의로 기소된 신동빈 회장에 대한 항소심 공판을 진행했다. 

    뇌물공여 및 경영비리 혐의를 받고 있는 신 회장의 항소심은 이날까지 총 9차례 열렸다. 앞선 7차례의 공판은 뇌물공여 건으로 진행됐고, 지난 11일 8차 공판부터 경영비리 건 재판이 시작됐다. 

    이날 공판은 롯데시네마 매점 관련 배임과 롯데 오너일가 허위 급여 지급 건 심리로 열렸다. 신동빈 회장을 비롯해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신영자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채정병 롯데카드 상임고문, 서미경씨 등이 피고인으로 출석했다. 신격호 롯데 명예회장은 건강상 이유로 불출석했다.

    신동빈 회장 측은 신영자 전 이사장과 서미경씨가 롯데시네마 매점 사업을 영위하는 과정에 신 회장의 사익 편취가 전혀 없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신동빈 회장 측 변호인은 “신동빈 회장은 검찰 수사 초기부터 롯데시네마 매점 임대 행위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며 “신동빈 회장은 임대 과정을 신격호 명예회장이 총괄해 부적절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떤 대처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신 회장은 1심 재판부가 매점 임대 과정에 일부 유죄가 있다고 판단해 이미 거액의 돈도 벌금으로 냈다”며 “신 회장은 매점 임대 시 적극적으로 관여하지 않았고 개인적 이득을 취한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신격호 명예회장은 지난 2003년 신영자 전 이사장과 서미경씨에게 생활비 보조 차원에서 롯데시네마 매점 임대 사업을 맡겼다. 

    검찰은 롯데시네마 매점 임대 사업을 총수 일가가 영위한 것을 두고 배임 혐의라고 주장하고 있다. 신영자 전 이사장과 서미경씨가 아닌 롯데시네마가 직영점을 두고 자체적으로 운영했다면 더 큰 수익을 올렸을 것이란 지적이다. 또 신동빈 회장이 총수 일가의 매점 사업을 인지했음에도 수년간 방치한 것도 배임이라고 판단했다.

    신 회장 측은 신격호 명예회장의 뜻을 거스를 수 없어, 도덕적으로 문제가 되더라도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입장이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신격호 명예회장이 채정병 전 상임고문에 지시해 매점 임대 사업을 시작했기 때문에 수동적으로 따라야만 했다는 것.
     
    그러나 신동빈 회장은 롯데시네마 매점 임대 사업이 추후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채정병 전 고문에 ‘최대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진행해야 한다’고 지시만 했을 뿐이다는 것이다.

    롯데시네마 매점 임대 사업은 지난 2013년 2월까지 지속됐다. 당시 기업의 특수 관계인에게 ‘일감’을 몰아주는 것이 사회적 논란으로 부상해 비난여론이 많아져 신동빈 회장은 신격호 명예회장에게 해당 사업의 중단을 건의했다는 설명이다.

    신동빈 회장 측 변호인은 “신동빈 회장은 채정병 전 고문에 부탁해 신격호 명예회장에 롯데시네마 매점 임대 사업을 중단을 건의해줄 것을 요청했다”며 “그러나 신격호 명예회장은 중단을 거부했다. 이에 신동빈 회장과 롯데 관계자들이 기업 이미지가 실추될 수 있다고 거듭 건의하자 결국 중단을 결정했다”고 언급했다.

    변호인단은 롯데의 대외 신뢰도 등을 지키기 위해 신격호 명예회장에 매점 임대 사업중단을 건의했던 점도 무죄 성립요건의 하나라고 강조했다. 신동주 전 부회장과 경영능력에 대한 검증을 받던 시기임에도, 신격호 명예회장의 뜻을 거스르며 매점 임대를 중단한 점을 미루어 재판부에 참작을 요청했다.
  • ▲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18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롯데 경영비리 관련 항소심 9차 공판에 참석하고 있다. ⓒ공준표 기자
    ▲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18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롯데 경영비리 관련 항소심 9차 공판에 참석하고 있다. ⓒ공준표 기자
    신동빈 회장 측은 허위 급여 지급 혐의에 관해서도 의견을 밝혔다. 검찰은 신동빈 회장이 신격호 명예회장과 공모해 한국 롯데 계열사에서 사실상 근무하지 않은 신동주 전 부회장 등에 급여를 지급했다고 기소했다.

    신 회장 측 변호인단은 신동주 전 부회장의 급여 지급은 신격호 명예회장이 결정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또 총수 일가에 대한 급여 지급체계가 신격호 명예회장의 의중에 따라 일반 임원들과 달리 책정됐다고 밝혔다.

    신동빈 회장 측은 “신격호 명예회장은 본인 급여뿐만 아니라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 등 자녀들의 급여를 직접 관리했다”며 “신동빈 회장은 신격호 명예회장으로부터 2012년에는 급여통장을, 2015년에 주식통장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신동주 전 부회장의 급여 지급과정에 신동빈 회장은 배제돼 있다”며 “신동빈 회장이 신격호 명예회장과 공모해 신동주 전 부회장에게 급여를 지급했다는 검찰의 주장은 사실과 다른 허위주장”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공판을 마치며 재판부는 다음 기일을 공지했다. 오는 25일 열릴 항소심 10차 공판에는 신격호 명예회장과 신영자 전 이사장, 서미경씨를 대상으로 조세포탈 및 주식 고가 매도 혐의에 관한 심리가 진행된다.

    한편, 신동주 전 부회장은 재판이 끝난 후 또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 신동빈 회장의 이사 해임안건을 상정할 것인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침묵으로 일관하며 법원을 빠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