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수도권정비실무위원회'서 세 번째 보류 결정"사업지연 따른 금융비용 등 5천억대 손실 불가피"
  • ▲ 현대자동차그룹의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조감도. ⓒ현대건설
    ▲ 현대자동차그룹의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조감도. ⓒ현대건설

    현대자동차그룹의 숙원 사업인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사업이 또 다시 연기됐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2018년 제2차 수도권정비실무위원회'에서 '서울시 종전대지(한국전력공사 이전부지) 이용계획 재심의 안건'이 상정됐으나, 보류됐다.

    이날 회의는 현대차그룹이 한전부지에 짓기로 한 GBC 사업의 승인 여부를 논의하는 자리였으나, 보류 결정으로 지난해 12월과 올해 3월에 이어 세 번째로 연기됐다.

    수도권정비실무위원회는 국토교통부와 국방부, 교육부,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등 정부 중앙부처와 서울시, 경기도 및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민간위원이 참여한다. 재적 위원 과반수 출석으로 개의하고 출석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한다.

    하지만 이날 회의는 개최됐으나, 승인은 보류됐다.

    지난 3월 위원회 측은 승인을 보류하면서 GBC 건축에 따른 인구 유입 유발 효과 재분석 및 저감 대책, GBC로 옮기게 될 기존 계열사 관리방안 등을 보완할 것을 현대차그룹 측에 요구했다.

    앞서 GBC는 서울시 교통영향평가와 환경영향평가 심의를 지난 1월과 4월 각각 통과했다. 수도권정비위원회만 통과하면 서울시의 건축허가를 거쳐 착공에 들어갈 수 있는 여건인 셈이다.

    이날 회의에서 통과됐다면 8월 건축허가를 받아 10월 착공도 가능한 상황이었다.

    GBC는 현재차그룹의 새로운 사옥으로 정몽구 회장의 숙원사업이다. 완공시 양재동 시대를 마감하고 삼성동으로 옮긴다. 현대차그룹은 GBC 입주 시기에 맞춰 양재동 사옥을 R&D(연구개발) 거점으로 재구축한다. 산재된 계열사 15개를 한곳으로 모아 시너지 효과도 제고한다.

    GBC 사옥 최상층부 2개층은 전망대를 설치하고 신차 출시 행사와 같은 특별 이벤트를 개최하는 등 시민을 위한 열린 공간으로 활용한다. 현대차그룹은 GBC가 서울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 회장은 2016년 기존 건물 해체 현장을 직접 찾아 "GBC는 현대차그룹 새로운 100년의 상징이자 초일류 기업 도약의 꿈을 실현하는 중심"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현대차그룹이 한전 부지를 확보한 시점은 2014년 9월이다. 당시 경쟁 입찰에서 현대차는 10조5500억원을 써내 막판 다크호스로 부상한 삼성을 따돌렸다. 5조원 안팎으로 승부가 갈릴 것으로 점치던 재계는 예상치 못한 통 큰 베팅에 술렁였다. 자금은 현대자동차 55%(5조8025억원), 현대모비스 25%(2조6375억원), 기아자동차 20%(2조1100억원)를 부담키로 했다.

    당초 현대차그룹은 2017년 착공해 2021년 105층짜리 사옥과 공연장, 전시시설, 컨벤션, 호텔, 업무시설 등 연면적 92만여㎡ 규모 공사를 완료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개발부지 인근에 자리한 봉은사와 일조권 침해 논란을 빚으면서 일정이 지연됐다.

    서울시는 지난해 11월에야 국토부에 수도권정비위원회 심의를 요청했다. 그해 12월 열린 위원회는 '보류'를 결정했다. 105층 건축물이 전투 비행과 전파(레이더 차폐)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검토가 필요하다는 국방부 측 지적을 받아들인 결과다.

    지난 3월 열린 '2018년 제1차 수도권정비위원회'에 안건을 재차 상정했으나 이번엔 '인구 유발 저감 대책'을 내놓으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GBC 건설로 수도권 인구 유입이 늘어날 게 예상되지만 현대차그룹 측이 구체적 수치를 제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15개 계열사 1만여명이 이전한 후 기존 시설물 대부분을 연구시설로 사용한다는 점도 납득하기 어려우므로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현재 한전 부지는 옛 건물을 모두 철거한 상태로 허가만 떨어지면 곧바로 땅을 팔수 있다. 부지 주변은 울타리로 막아 놓았고 경비 인력을 배치해 관리하고 있다. 착공 후 공사 기간에 대해서는 그룹 안팎으로 의견이 분분하다. 2년 정도면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있지만 정 회장이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라"고 강조한 만큼 5년 가까이 소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전기차·자율주행차·수소차 등 미래차 분야 주도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해야 하는 상황에서 계열사간 시너지를 높이고 R&D 투자를 늘리기 위해 한시라도 빨리 GBC를 완성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형성돼 있다.

    GBC는 과거 한 차례 규제에 막혀 무산된 바 있다. 현대차그룹은 2006년 뚝섬에 110층 건물을 지어 이전하고 양재동 사옥을 R&D 센터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그러나 서울시가 50층 이상 초고층 빌딩을 도심 및 부도심에만 지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초고층 건축 관리 기준안’을 수립하면서 자연 녹지 구역인 뚝섬 부지는 기준에 맞지 않아 제동이 걸렸다.

    결국 현대차그룹은 8년여를 준비한 뚝섬 부지 투자를 철회하고 다른 장소를 물색했는데, 한전이 전남 나주시로 이전을 결정하면서 기회가 찾아왔다. 한전이 2014년 7월 이사회에서 부지 매각을 결정하자 현대차그룹은 곧바로 인수전 참여를 선언했다.

    한편, 현재 사용 중인 양재동 사옥은 1999년 말에 지어진 건물로 지하 3층~지상 21층 규모다. 현대차그룹은 2000년 11월 농협으로부터 이 건물을 2300억원에 매입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심의 보류 결정으로 현대차그룹은 사업지연에 따른 막대한 금전적 리스크를 떠안게 됐다"며 "당초 계획에 따라 착공되지 못한 지금까지 따져도 최소 5000억원이 넘는 손실금액을 봤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