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中 제조사 출하량 '두자릿 수' 폭풍성장물량 공세 이어 '기술력' 투자 삼성, LG 위협적글로벌 1위 삼성전자, 올 상반기 유일하게 출하량 줄어
  • 올 상반기 글로벌 TV시장에서 중국업체들이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며 업계 1, 2위인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뒤쫓고 있다. 디스플레이, 반도체 등 부품에 이어 제품 시장까지 시나브로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아직 기술력에서 차이가 있다고는 하지만, 공격적인 시장 확장을 기반으로 기술개발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최근 대형 프리미엄 TV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도 이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5일 중국 시장조사업체 시그메인텔(Sigmaintell) 컨설팅에 따르면 중국 주요 TV제조사들은 올 상반기 평면 패널(Flat-panel) TV 출하량에서 전년 대비 두자리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중국의 TCL은 올 상반기 출하량이 34.1% 증가하며 가장 큰 성장세를 나타냈다. 출하량은 1265만 대로 1309만 대를 출하한 LG전자에 이어 3위에 올랐다. TCL은 중국과 미국 등 주요시장에는 55인치, 65인치 등의 대형제품 위주로 판매하고 동남아시아나 신흥시장에는 43인치 이하의 중소형 모델을 출시하는 전략으로 효과를 크게 거둔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의 또 다른 가전 강자인 하이센스도 올 상반기에 전년 동기 대비 10.1% 성장을 기록하며 출하량이 700만 대를 넘어섰다. 하이센스는 특히 중국 내 시장 점유율이 14년 동안 1위를 기록했을 정도로 내수 기반이 튼튼한 기업이다.

    샤오미의 성장세도 무섭다. 샤오미는 올 상반기 중에 311만 대를 출하하며 전년 동기 대비 4배 성장했고 처음으로 글로벌 톱(Top) 10에 진입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이 대형 TV시장을 대부분 점유하고 있고 중국 내 TV 브랜드로서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점을 감안해 43인치 이하 중소형TV 판매에만 중점을 둬 승산이 있었다.

    반면 글로벌 1, 2위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출하량 성장률로만 보면 중국업체들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지난 상반기에 상위업체 중 유일하게 출하량이 줄어든 곳으로 이름을 올렸다.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 1832만 대를 출하하며 여전히 글로벌 1위 자리를 지켰지만 전년 동기 대비로는 출하량이 1.5% 감소했다. 하지만 65인치 이상 대형TV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대형TV 출하량은 전년 대비 5.5%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LG전자는 한자리수 증가에 만족해야했다. 상반기 중에 1309만 대를 출하하며 전년 대비 6.3% 출하량을 증가하는데 성공했다. 삼성전자에 이어 글로벌 2위 자리를 지켰지만 중국의 TCL이 뒤를 바짝 쫓는 모습이다.

    중국업체들이 출하량을 늘리며 TV시장 점유율을 키워가고 있는 탓에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점점 더 프리미엄 시장에 집중하며 양보다는 질에 초점을 둘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두 회사 모두 65인치 이상 대형 TV는 물론이고 82인치 이상의 초대형TV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움직임도 분주하다.

    크기 뿐만 아니라 QLED와 OLED, 마이크로LED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개발에 속도를 내며 중국 등 후발주자와의 기술 차별화에도 특히 방점을 두고 있다. 이미 LG전자의 경우 OLED TV가 전체 TV 출하량의 5.5%를 차지했을 정도로 기술적 우위에 있는 프리미엄TV 판매로 중심축을 옮겼다.

    그렇다고 기술적으로도 안심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대중성이 높은 중소형 TV로 몸집을 키운 중국업체들이 최근에는 기술개발에 욕심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하이센스의 경우 최근 LG디스플레이로부터 OLED 패널을 공급받아 조만간 OLED TV시장에 진출할 예정이고 샤오미도 인공지능 기능을 탑재한 AI TV를 합리적인 가격에 내놓는 등 기술측면으로도 '패스트팔로어(Fast-follower)' 전략을 수행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업체들도 예전처럼 물량공세로 밀어붙이는 것 뿐만 아니라 점차 시장 상황에 따라 중저가 시장과 프리미엄 시장을 나눠 전략적으로 진출하고 있다"며 "탄탄한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해외 프리미엄 시장까지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