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경일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 만나 환담 나눠북측으로부터 평양 방문 초청 받아, 경협 재개 가능성 커져
  •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고 정몽헌 회장 15주기 추모행사를 위해 3일 오전 강원도 고성 동해선 남북출입사무소(CIQ)를 통해 방북하고 있다.ⓒ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고 정몽헌 회장 15주기 추모행사를 위해 3일 오전 강원도 고성 동해선 남북출입사무소(CIQ)를 통해 방북하고 있다.ⓒ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3일 고(故)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의 추모식 일정을 마치고 귀국해 금강산 관광 재개 가능성을 내비쳤다. 현 회장은 북측으로부터 평양 방문 초청도 받아 올해 안으로 또 다시 방북이 성사될 지 주목된다.

    현정은 회장은 이날 오후 4시 20분쯤 정 전 회장 15주기 추모식을 마치고 강원도 고성군 동해선도로남북출입사무소(CIQ)에 입경해 "저희는 올해 안으로는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지 않을까 전망하고 있다"며 "북측에서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금강산 추모 행사는 2015년 이후 3년 만에 재개된 것이며, 현 회장의 방북은 4년 만이다. 

    이날 추모식은 헌화, 묵념 후 현대와 북측이 각각 추모사를 낭독하는 순으로 진행됐다. 추모식에는 현대그룹 현지 직원 30여명을 포함해 북측에서는 맹경일 조선아시아태평양위원회 부위원장을 비롯해 약 20여명이 참석했다.

    추모식을 마친 뒤 현 회장은 맹경일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을 만나 대담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20일부터 금강산에서 열리는 남북이산가족 상봉행사 준비를 위해 금강산에 파견돼 있는 현대그룹 직원들을 격려하고 준비현장을 점검했다.

    4년 만의 방북인 만큼 북측의 환대도 이어졌다. 현 회장은 '경협문제 해결을 위해 방북할 계획이 있냐'는 기자들 질문에 "맹 부 위원장이 '김영철 아태평화위원장께서 회장님께서 평양에 다녀가시라고 초청했다'는 말을 전했다"고 답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역시 아태평화위를 통해 "추모행사를 잘 진행하고 적극 협조하라"는 의사를 전달했다. 김영철 아태위원장도 "아태는 현대에 대한 믿음에 변함이 없고, 현대가 앞장서 남북 사이의 사업을 주도하면 아태는 언제나 현대와 함께 할 것"이라고 전했다.

    현 회장은 "(정)몽헌 회장이 돌아가신지 15년이 됐고, 또 금강산관광이 중단된지 10년이 넘었지만, 이제는 절망이 아닌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다"며 "남과 북이 합심해 경제협력과 공동번영을 추구하는데 있어 우리 현대그룹이 중심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귀환인사 뒤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현 회장은 추모식 자리였던 만큼 구체적인 사업 얘기는 없었다고 못박았다. 현지 시설에 대해서는 "남북 적십자회담 때문에 개보수하고 있는데, 낙후된 것이 있어서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려면 (개보수를) 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 금강산에서 故 정몽헌 회장의 추모식이 열리고 있다. ⓒ현대그룹
    ▲ 금강산에서 故 정몽헌 회장의 추모식이 열리고 있다. ⓒ현대그룹
    ◆대북사업 재개 가능성 높아져…올해 안으로 평양 방문할지 '주목'

    현 회장의 이번 방북으로 금강산 관광 및 현대그룹의 대북사업이 재개될 가능성이 커졌다. 현 회장이 이번 방문에서 북측 고위 관계자들과 만나 평양 방문 초청까지 받으면서 향후 경협에 대한 의견을 나눌 수도 있을 것이라는 게 재계 관측이다.

    북한의 대남선전용 매체 '우리민족끼리'가 현 회장의 방북 당일인 3일 당일 정몽헌 전 회장 등 현대 일가와의 인연을 특별히 부각한 점도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우리민족끼리 측은  "우리는 북남관계에서 당국보다 훨씬 앞서 현대와 첫사랑을 시작했다"며 "북남관계의 첫사랑은 현대"라고 보도했다.

    현대그룹이 1998년 시작한 금강산 사업은 2008년 7월 관광객 박왕자 씨 피살 사건으로 중단되기 이전까지 흑자를 기록한 알짜 사업이었다. 현대그룹에서 금강산 관광을 맡고 있는 현대아산의 금강산·개성 관광 사업 연간 매출액은 전체 매출액의 40% 이상을 차지했다.

    현대아산이 지난 2000년 북측과 맺은 7대 사회간접자본(SOC) 사업도 검토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 사업권이 인정되면 현대아산은 북한에서 전력, 통신 철도, 통천비행장, 금강산 물자원, 주요 명승지 종합 관광사업(백두산, 묘향산, 칠보산) 등 7개 사업을 30년간 운영할 수 있다.

    다만 아직까지도 남북 경협에 대한 전망은 불확실하다. 유엔 결의에 따른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에 따르면 북한과 어떤 합작사업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대아산의 7대 사회간접자본 사업권이 인정될 지도 미지수다.

    한편, 현대그룹은 이미 지난 5월 '남북경협사업 태스크포스팀(TFT)'을 출범하는 등 대북 사업 재개를 위한 사전 작업에 들어갔다. TF 팀은 현 회장을 위원장으로 주요 계열사 대표가 자문으로 참여해 정기적으로 회의를 열어 관련 사안을 논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