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난 2일 진에어 면허취소 관련해 의견 전하러 국토부 방문한 직원 등 이해관계자.ⓒ연합뉴스
    ▲ 지난 2일 진에어 면허취소 관련해 의견 전하러 국토부 방문한 직원 등 이해관계자.ⓒ연합뉴스
    교통안전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가 비엠더블유(BMW) 차량 화재 사고와 관련해 제작사 측에 끌려다니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체면을 구기고 있다. 관리·감독 소홀로 진에어의 외국인 등기이사의 불법 재직을 걸러내지 못했다는 비판에 이어 이번엔 안일한 대응으로 BMW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6일 국토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진에어 면허취소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2차 청문이 진행된다.

    국토부는 지난달 3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첫 비공개 청문회를 열고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진에어 등기이사 불법 재직에 관한 해명을 들었다.

    청문에 참석한 최정호 진에어 대표 등은 항공 관련 법령에 외국인 이사에 대한 이율배반적인 조항이 있다는 점과 함께 아시아나항공과의 행정처분 형평성, 1700여명에 이르는 직원 고용 문제 등을 집중 거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부는 지난 2일에는 진에어 직원과 국내외 협력사, 여행사, 소액주주 등 이해관계자 30여명을 불러 의견을 들었다. 진에어 직원모임 대표 박상모 기장은 "진에어 직원과 가족이 작성한 3000여장의 탄원서를 국토부에 제출하고 면허취소에 따른 실직 등 우려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진에어 직원은 첫 청문에서 회사 측이 주장한 항공법상 모순점을 다시 꺼냈다.

    국토부는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사람(외국인)에게 면허를 줄 수 없다는 항공안전법 10조1항1호를 근거로 면허취소를 검토하는 중이다. 미국인인 조씨는 2010년 3월부터 2016년 3월까지 '조 에밀리 리(Cho Emily Lee)'라는 이름으로 진에어 사내이사로 있었다.

    하지만 면허 결격사유에 해당하는 항공기 등록제한 규정(항공안전법 10조1항5호)에는 외국인이 법인 등기상 대표자이거나 외국인이 법인 등기상 임원 수의 2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법인이라고 외국인 관련 조항을 따로 두고 있다. 이는 국토부가 주장하는 10조1항1호의 외국인 조항과 상충하는 측면이 있다. 달리 해석하면 법인 등기이사 중 외국인이 대표이사가 아니거나 외국인이 절반을 넘지 않는 경우는 항공기 등록 제한 대상이 아니고, 항공사업법 9조의 면허결격 사유에 해당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해관계자들은 진에어에 사실상 사형선고가 내려지면 생존권이 위협받는다는 점도 재차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는 면허 갱신 과정에서 위법 사항을 제대로 걸러내지 못한 책임이 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지난 4월18일 "조씨 재직 당시인 2013년과 2016년 2차례의 대표이사 변경, 2013년 1차례의 사업 범위 변경과 관련해 심사과정에서 법인등기사항증명서를 통해 조 전무가 외국인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철저한 감사를 지시했다.

    진에어는 2013년 화물운송사업을 위해 항공운송사업면허 변경을 신청했고 그해 10월 국토부로부터 인가를 받았다. 당시는 조 전무가 진에어 등기이사로 재직하던 때다. 국토부는 면허변경을 심사할 때 면허기준 충족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당시 진에어가 인가를 받았다는 것은 국토부가 외국인 등기이사에 대한 결격사유 등을 제대로 심사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 ▲ 긴급안전진단 받고도 불난 BMW 차량.ⓒ연합뉴스
    ▲ 긴급안전진단 받고도 불난 BMW 차량.ⓒ연합뉴스
    국토부는 최근 논란이 커지는 BMW 차량 화재 사고와 관련해서도 안일하게 대응해 화를 키웠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국토부는 자동차안전연구원에 월 100만건의 결함정보가 수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료별로 사고발생 빈도나 세부내용을 확인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조사에 나선다는 것이다. BMW 차량 화재의 경우 5월까지는 화재빈도가 일반적인 수준이었고 특히 차량이 모두 불에 타 원인확인이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국토부가 이상징후를 인지하고 조사에 착수하기 전인 지난 6월까지 총 16건의 차량 화재가 발생했고, 지난해에만 BMW 차량이 미국에서 100만대, 영국에서 30만대나 리콜된 만큼 국토부가 소비자 안전을 위해 좀 더 주의를 기울이고 적극적인 행정에 나섰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BMW 측은 지난달 26일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 결함을 화재 원인으로 추정하고 국토부에 리콜계획을 보고했다. 지난 4월에는 EGR 밸브·쿨러에 결함이 있다며 이를 교체하겠다고 환경부에 5만5000대 리콜 계획을 신고했다. 국토부가 자체 검사결과도 없이 BMW 측의 EGR 결함 신고 내용을 인용해 화재 원인을 언론에 발표했다는 것은 돌려 말하면 국토부도 EGR 결함이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는 셈이다.

    또한 BMW는 EGR 부품의 결함을 일찌감치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국토부 설명대로면 BMW는 2016년 12월부터 생산된 차량에 개량형 EGR을 사용했고, 이번 리콜대상을 개량형 부품이 쓰이기 전인 2016년 11월까지 생산한 차로 한정했다.

    지난 4월 환경부에 리콜이 들어왔을 때 차량 안전을 담당하는 국토부가 좀 더 주의를 기울여 BMW 측에 문제를 제기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국토부는 긴급안전진단을 받은 차량에서도 불이 나고 휘발유 엔진 차량에서도 화재가 잇따른 것으로 알려지면서 BMW에 추가 기술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BMW 측에서 지목한 EGR 결함 외에 다른 원인이 있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는 "BMW는 4월 환경부에 EGR 결함을 신고했는데 국토부는 6월에야 이상 징후를 파악했다는 얘기"라며 "이제라도 EGR에 대해 잘 아는 환경부와 함께 화재를 일으킨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 확인해야 한다. EGR이 아니라 국내의 강화된 배기가스 규정을 지키려다 보니 EGR 제어 소프트웨어에 과부하가 걸렸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