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늑장리콜·부실조사 의혹 여전… 전소 아닌데도 '원인 미상' 보고

4월 환경부 리콜 때 인지 가능성… 국토부 "BMW측 최근 결론났다" 전해
배기가스재순환장치 원인인 듯… 부품 결함 vs 소프트웨어 과부하 이견 여전
외국서도 같은 사례 발생… 진단 후 화재 차량은 직원 점검 실수

임정환 기자 프로필보기 | 2018-08-06 18:19:24

프로필 사진
  • 트위터 공유 
  • 페이스북 공유 
  • 구글 북마크 
  • 네이트온 쪽지 
  •   
  • 프린트
  • 메일
  • 목록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긴급안전진단을 받고도 지난 4일 불이 난 BMW 차량의 화재 원인으로 거론되는 EGR과 구멍 뚫린 흡기다기관.ⓒ연합뉴스


비엠더블유(BMW) 차량 화재 사고와 관련해 제조사인 BMW 측의 늑장 리콜과 부실한 사고 조사 의혹이 가시지 않고 있다.

일단 디젤엔진 차량 화재와 관련해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가 원인이라는 데 의견이 모이고 있다. 다만 기계적 결함 때문인지, EGR을 제어하는 전자제어장치(ECU)의 소프트웨어 문제인지에 대해선 이견이 여전하다.

긴급안전진단을 받고도 불이 난 차량은 서비스센터 직원의 점검 실수가 원인으로 꼽혀 신뢰성 문제가 새 국면을 맞았다.

유독 520d 모델에서 화재가 빈발하는 것에 대해선 차체가 상대적으로 무거워 과부하가 걸릴 확률이 높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BMW는 외국에서도 디젤엔진 차량 화재가 발생했다며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전했다. 휘발유 엔진 차량의 화재는 원인이 다르다는 설명이다.

국토교통부는 6일 최근 목포에서 긴급안전진단을 받고 사흘이 지나 화재가 발생한 차량의 EGR과 불이 난 흡기다기관을 공개했다. EGR과 연결되는 흡기다기관은 연결부에서 멀지 않은 부위의 위쪽에 구멍이 뚫려 있었다.

국토부는 BMW 측 설명대로 EGR에서 고온의 배기가스가 흡기다기관으로 유입되면서 불이 난 것으로 추정했다. 보통 흡기다기관은 주철이나 강철관, 알루미늄 합금으로 만들어지는데 해당 제품은 플라스틱 재질로 돼 있다. 국토부는 해당 부품이 300℃까지 견디며 EGR을 거치며 통상 100℃쯤으로 냉각돼 흡기다기관으로 유입된다고 설명했다. 즉 냉각수를 포함하는 EGR에 문제가 있어 300℃를 넘는 고온의 배기가스가 흡기다기관으로 들어왔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그동안 완전히 불타지 않은 차량에서 6개의 EGR과 크고 작은 구멍이 뚫린 흡기다기관을 확보했으며 이들 부품을 통해 흡기다기관의 재질 문제는 화재 원인이 아니라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상태다. 김경욱 국토부 교통물류실장은 "흡기다기관 재질은 일반적인 것으로 불량 가능성은 작다"며 "그렇다면 (BMW 측 설명대로) EGR 문제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국토부는 지난 4일 긴급안전진단을 받은 차량에서 불이 나자 자동차안전연구원을 목포 BMW 서비스센터에 급파해 현장을 확인했다. 김 실장은 "서비스센터 직원은 내시경으로 살펴본 EGR 내부가 깨끗해 위험하지 않다고 봤으나 담당 공무원은 내부가 깨끗하지 않다고 봤다"며 "EGR 내 냉각수 성분(에틸렌글리콜)이 흘러나와 흡기다기관 안에 달라붙어 쌓이면서 불쏘시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긴급안전진단을 제대로 받으면 신뢰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김 실장은 "BMW 측에서 긴급안전진단에 문제가 있으면 신차를 주겠다고 자신감을 보이는 것도 이런 이유인 듯하다"며 "다만 안전진단을 국토부가 직접 감독하긴 어렵다. 관리를 강화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했다. 이어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검사소에서 따로 검사받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검사장비가 없어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장비를 검사소로 가져오면 BMW 서비스센터의 검사 물량이 줄어든다"고 덧붙였다.

국토부는 올해 휘발유 엔진 차량 5대에서도 불이 난 것과 관련해선 "화재 원인이 다른 별개의 사고로 본다"고 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도 "문제는 EGR에 있다"고 동의했다. 다만 근본 원인이 설계 결함 등 부품 자체에 있는지, EGR을 제어하는 소프트웨어 문제인지는 따져봐야 한다는 견해다. 김 교수는 "외국에서도 같은 부품을 쓰는데 유독 한국에서만 화재가 잦다면 국내의 강화된 배기가스 규정을 지키려고 EGR 제어장치에 손을 댔고 그 때문에 소프트웨어에 과부하가 걸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국토부는 방한한 BMW 본사 기술임원들이 외국에서도 EGR 결함으로 말미암은 화재 발생 사례가 있음을 시인했다고 전했다. 김 실장은 "(한국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도 같은 사례가 있어 리콜이 필요하다는 설명이었다"며 "관련 통계를 제출해달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BMW 측은 EGR 결함을 인지한 지 1년쯤 됐고 실험을 거쳐 최근에야 결론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김 실장은 "2016년께 화재 발생 사례를 발견해서 제작상의 결함인지 사례를 수집하고 실험해왔다는 설명이었다"며 "(공교롭게도 한국에서 화재 발생이 빈번한 상황에서) 최근에야 (부품 결함으로) 결론을 냈다고 한다"고 전했다.

▲불 난 BMW 차량.ⓒ연합뉴스


BMW 늑장 리콜 의혹이 말끔히 해소된 건 아니다.

자동차안전연구원이 올 들어 BMW 차량 화재와 관련해 리콜센터로 접수된 제작자 보고서를 살핀 결과 6월까지 확인된 BMW 차량 화재는 20건으로, 이 중에는 지난 4월 환경부에서 승인한 EGR 밸브·쿨러 관련 리콜이 포함돼 있다. 김 실장은 "4월 리콜 사례를 유의하고 있다"며 "EGR 밸브와 관련된 내용이면 분명 이번 리콜과도 관련이 있다"고 했다.

다시 말하면 BMW는 지난 4월 이미 EGR 결함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BMW 차량 화재는 올 들어 1월 3건, 2월 2건, 3월 1건이 발생했다. 4월까지 발생 건수가 적어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추이를 지켜봤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BMW의 사고조사가 형식적으로 이뤄졌다는 의견도 나온다. 자동차안전연구원은 올 들어 리콜센터로 들어온 사고조사 보고서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차량이 전소되지 않고 흡기다기관 부근에 화재가 집중된 사진을 확인했다. 자동차안전연구원 한 관계자는 "앞서 대부분 차량은 모두 불에 타 원인을 확인하기 곤란했다"며 "하지만 1건의 경우 일부만 불에 탔음에도 BMW 측은 '원인 미상'이라고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했다.

이어 "(제작사가) 결함 가능성을 숨기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며 "유독 520d 모델에서 화재가 집중 발생하는 현상에 대해 조사 자료 일체를 6월25일과 7월5일 2차례에 걸쳐 요청했으나 '본사와 화재 원인 규명을 위한 조사가 진행 중'이라는 답변만 받았다"고 부연했다.

유독 520d 모델에서 화재가 잦은 것도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국토부는 520d 모델의 판매비중이 절반에 가까워 발생 확률이 높은 거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김 교수는 520d 모델이 현재로선 EGR 결함에 더 취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 교수는 "많이 팔렸으니 화재 발생 확률이 높을 수 있다"며 "하지만 최근 3일간 불이 난 5대가 모두 520d 모델이라면 단순히 확률이 몰렸다고 보기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520d와 320d 모델을 비교하면 엔진은 2000㏄로 같아도 520d가 더 무겁고 설계가 빡빡하다"며 "차체가 더 무겁다는 것은 엔진에 부하가 많이 걸린다는 얘기고 EGR에도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프로필 사진

  • 임정환 기자
  • eruca@newdailybiz.co.kr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  
  •  
  •    
  •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