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해외 손실 불구 국내 주택 호황 기반 '호실적' 이어와부동산 위축 따른 주택 시장 한계 봉착 및 해외 수주 불확실성 여전
  • ▲ 자료사진. 우즈베키스탄 날리마잔 900㎿ 복합화력발전소 전경. ⓒ현대건설
    ▲ 자료사진. 우즈베키스탄 날리마잔 900㎿ 복합화력발전소 전경. ⓒ현대건설

    대형건설사의 상반기 실적이 대체적으로 선방했다는 평가다. 국내 주택사업 호황으로 대체적으로 실적이 개선됐지만, 여전한 해외부문 부진과 신규수주 정체로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국내 주택사업이 점차 하락 국면에 접어드는데다 해외 발주 여건이 기대만큼 살아나지 않을 경우 매출 감소와 성장성 악화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7일 주요 대형건설사의 상반기 실적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현대건설의 상반기 매출은 7조7783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8조3475억원에 비해 6.81% 감소했으며 영업이익은 5104억원에서 4394억원으로 13.9% 줄어들었다.

    이 같은 부진은 해외 발전 부문 손실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우루과이 복합화력발전소 사업과 인도네시아 살룰라 지열발전소 프로젝트 등 해외 일부 현장에서 공기지연과 함께 지체보상금 등의 문제로 총 500억원의 추가원가가 반영됐다.

    여기에 해외수주액도 1조8000억원대에 머물러 있다. 현대건설의 연간 해외수주 목표액 6조원의 30% 수준이다. 2분기 해외수주 잔고는 별도 기준 16조7000억원으로, 2011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라크, 사우디아라비아, 인도네시아 등에서의 프로젝트 입찰 결과에 따라 3분기 실적이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이광수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해외수주 부진에 따른 비용 증가와 매출 감소 우려가 크다"며 "3분기부터 시작되는 해외수주를 주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대우건설도 지난해 상반기 4669억원보다 26.3% 줄어든 343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매출 5조6167억원은 2.38%, 순이익 1981억원은 38.5% 각각 감소했다.

    주택건축 부문은 증가했지만, 토목과 플랜트에서 각각 17.2%, 16.4% 빠지면서 매출 하락의 원인이 됐다. 특히 플랜트의 매출총이익은 마이너스(-) 112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698억원에서 손실로 전환됐다. 매출총이익률 역시 -10%를 기록하는 등 수익이 감소했다.

    해외 프로젝트 수익성에 대한 보수적인 회계 처리로 220억원 수준의 비용을 이번 실적에 반영한데다 지속적으로 추가원가가 발생했던 카타르 고속도로와 모로코 사피 IPP 석탄화력발전소 등에서 추가 손실이 또 다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A투자증권 건설 담당 연구원은 "수주잔고 감소에 따른 매출 감소 영향이 올해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외형이 줄면서 고정비 부담 등의 문제가 발생해 손실 규모를 키우고 있는 만큼 수주잔고 증가를 이끌만한 특별한 이벤트 없이는 향후 실적 증가에 대한 기대감을 갖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건설 부문에서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삼성물산은 2분기 매출 7조9277억원, 영업이익 3781억원으로 사상 최대 분기 영업실적을 거둬들였다.

    삼성물산 건설 부문의 매출은 6조128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5조8740억원보다 4.32%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2440억원에서 4010억원으로 64.3% 늘어났다. 빌딩의 경우 3조8340억원으로 지난해 3조1400억원보다 증가했지만, 인프라와 플랜트는 각각 4.5%, 30.8% 감소했다. 특히 플랜트는 지난해 상반기 1조원대에서 9150억원으로 주저앉았다.

    다만 해외 매출의 경우 1조5210억원에서 1조2990억원으로 14.5% 줄어들었다. 상반기 해외수주 잔액도 지난해 상반기보다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해외 프로젝트 수익성 개선이 하반기 최대 과제로 떠올랐다는 분석이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건설 부문의 조기 매출화 영향과 상사 부문 원자재 가격 하락 등으로 삼성물산의 3분기 영업이익은 2분기에 비해 하락할 전망"이라며 "건설 부문 해외 프로젝트 수익성 개선이 관건"이라고 평가했다.

  • ▲ 주요 대형건설사 상반기 실적. 자료=각 사. ⓒ뉴데일리경제
    ▲ 주요 대형건설사 상반기 실적. 자료=각 사. ⓒ뉴데일리경제

    대림산업의 상반기 매출은 5조793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5조6176억원보다 3.12% 늘어났으며 영업이익은 2570억원에서 4732억원으로 84.1% 급증했다. 특히 2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2분기에 비해 57.3% 증가한 2250억원으로 시장 추정치를 크게 뛰었다.

    안정된 실적에도 역성장 우려를 키우는 것은 해외 부문이다. 별도 기준으로 매출액을 보면 상반기 주택과 토목 부문은 증가했지만, 플랜트 부문은 39.5% 빠지면서 매출 감소세를 주도했다. 별도 기준 대림산업의 매출액은 4조9944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5조2188억원에 비해 4.29% 줄어들었다.

    당장 사우디아라비아 마덴 암모니아 현장(10억달러) 외에는 연내 의미 있는 해외수주가 없는데다 보수적인 해외수주 기조를 볼 때 외형 축소와 성장성 하락이 당분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해외수주 잔고 확보가 더욱 절실한 상황이다.

    대림산업의 상반기 해외수주액은 1779억원으로, 올해 목표치인 1조원의 17% 수준에 그쳤다. 지난달 러시아 정유공장과 쿠웨이트 엔지니어링 용역 서비스 등 사업을 수주했지만, 앞서 6월 이란 이스파한 정유 개선공사 계약이 무산되면서 수주잔고가 2조2000억원가량 감소했다.

    조윤호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안정된 실적에도 대림산업이 저평가되는 가장 큰 이유는 역성장 리스크"라며 "해외수주 잔고가 급감하는 반면 외형 성장을 견인한 주택 신규분양 증가율이 둔화돼 역성장 리스크가 부각됐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GS건설은 해외 실적 호조를 바탕으로 상반기 기준 사상 최대 영업실적을 기록했다.

    GS건설의 상반기 매출은 6조709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5조6950억원보다 17.8% 증가하면서 영업이익은 1450억원에서 6090억원으로 320% 뛰었을 뿐만 아니라 '1조 클럽' 진입 기대감도 높이고 있다.

    해외매출이 58.6% 성장하면서 해외사업이 본궤도에 오르고 있다는 평이다.

    전문가들은 정부 규제로 부동산시장이 하반기에도 침체될 예정인 가운데 해외현장 역시 부진을 이어가면서 하반기 이후 건설업 가뭄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이달 신규공사 수주전망지수는 7월에 비해 1.3p 하락한 78.4로, 올 하반기 건설투자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3% 줄고 건설수주는 15.4%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반기 국내 부동산시장 침체가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실적 기여도가 높은 주택사업에서의 안정적인 수익을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건산연 관계자는 "대부분 건설사들의 신규수주 실적이 약세를 이어가면서 수주잔고 감소에 따른 외형 축소와 수익 악화가 계속되고 있다"며 "주택시장 호황으로 해외시장에서의 부진을 만회했지만, 앞으로 해외 부문이 회복되지 않으면 주택 부문 부진과 함께 건설사의 실적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