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진제 완화비용 2761억원 덤터기 우려남동발전 북한산 석탄 반입설에 기겁… 英 원전 막바지 총력전
  • 2조원. 지난 닷새만에 증발한 한국전력의 시가총액 규모다. 

    한국전력이 잇딴 악재로 몸살을 앓고 있다. 사상 최악의 폭염에 정부가 한시적으로 가정용 전기료 누진제를 완화하면서 올 3분기 실적도 기대 이하에 머물 전망이다. 

    러시아산으로 둔갑한 북한 석탄 유입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한전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다. 이 경우, 국제신인도 악화로 영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전 수출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던 한전공대 설립 지연 및 규모 축소를 담은 용역보고서가 나오면서 정치권까지 발칵 뒤집혔다.  


    ◇ 또 한전에 전가하나… 3분기 연속 적자 눈앞에  

    정부는 누진제 완화로 2761억원 규모의 전기요금을 깎아준다고 발표했으나 재원마련책은 내놓지 않았다. 

    이번 폭염이 재난수준으로 현재 한전의 경영 상황이 좋지 않은 점을 고려해 정부 예비비 등을 활용할 지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7일 내놓은 가정용 누진제 한시완화 방안에 따르면 전기요금 인하총액은 총 2761억원으로 전국 가구당 19.5%가량 요금 부담이 줄어든다. 

    만일 정부가 지원을 하지 않는다면 2761억원은 모두 한전이 충당해야 한다. 한전은 2016년 일시 누진제 완화조치때 인하분을 4200억원을 모두 부담했다. 2016년 한전의 영업이익은 12조원에 달해 자금 여력은 충분했다. 

    현재 한전의 경영상태는 썩 좋지 못하다. 한전은 연결 기준 작년 4분기 1294억, 올 1분기 1276억원의 영업적자를 각각 냈다. 이달 발표될 2분기 실적발표에서도 적자가 유력하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이후, 원전 가동률이 급속하게 떨어지면서 원가가 비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량이 는데다 유연탄 등의 연료비까지 덩달아 오른 탓이다. 

    올 2분기 원전 가동률이 서서히 회복되면서 적어도 3분기부터는 실적 개선을 이룰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누진제 완화가 3분기에 반영될 경우, 또 다시 실적 악화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뒤따른다.


    ◇ 북한산 석탄에 기겁… 英 원전은 총력 지원

    한전은 지난 2일 로펌 두 곳에 남동발전의 북한산 석탄 반입 의혹이 사실일 경우 한전이 제재대상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법률자문을 의뢰했다. 

    윤한홍 자유한국당 의원은 "만일 남동발전의 북한산 석탄 반입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모회사인 한전도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 제재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세컨더리 보이콧은 제재대상과 거래하는 제3국의 미국기업과 거래를 금지하는 조항이다. 만일 이 제재가 발동되면 한전내 미국 사업은 막대한 타격을 받게 된다. 미국은행을 통한 달러화 조달이 어려워 금융비용이 크게 늘어난다. 

    또 벌금도 내야 한다. 지난 2월에는 라트비아 ABLV은행이 대북제재를 위반한 혐의가 적발돼 미국 금융시장서 퇴출됐다. 또 2014년에는 프랑스BNP파리바은행이 제재국인 이란과 거래한 사실이 들통나 우리돈으로 10조원의 벌금을 물었다. 

    만일 한전이 고의가 없었다는 것을 증명해 내지 못한다면 신용등급 하락도 불가피하다. 

    한전은 지난해부터 실적 부진으로 신용도 하락 압박을 받고 있다. 만일 북한과 거래까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신인도 하락으로 사우디와 영국 원전 수주에도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가뜩이나 한전은 수주가 유력했던 약 22조원 규모의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상실했다. 인수 협상이 길어지자 사업권을 쥔 도시바가 일방적으로 해지를 통보했다. 정부와 한전은 사실상 지위는 유지하고 있다며 계속 협의한다는 방침이지만 결과를 낙관하기는 어렵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한전이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성공으로 세계 원전시장의 신흥 강자로 떠올랐지만 탈원전 등으로 경쟁력을 잃었다"고 평가했다.  

      
    ◇ 한전공대 설립 축소·연기설에 호남 발칵 

    한전공대 설립 논란은 용역 중간보고서에서 출발했다. 이 보고서에는 한전공대 조기 설립을 가로막는 애로사항으로  △주주반발 △광주전남 지역대학 반발 △설립비용 7천억 부담 △위치선정 갈등 △한전 상반기 적자 등이 담겼다. 

    보고서는 대학설립표준기간을 근거로 개교시기를 목표인 2022년에는 2025년에나 가능할 것으로 적었다. 또 공대부지규모도 150만㎡에서 40만㎡으로 1/4규모로 쪼그라들었다. 

    보고서 내용이 알려지자, 지방정부 및 여야 정치권은 한전과 잇따라 간담회를 갖고 '원안'을 요구했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광주 전남의 미래와 관련된 것으로 당초 공약대로 추진돼야 한다"고 했다. 김영록 전남지사도 "한전공대 설립을 위해 특별법을 제정해 원안대로 가야할 것"이라고 했다. 

    일단 한전 측은 개교 목표 시기에는 변함이 없다고 거듭강조하고 있다. 해당 내용은 용역보고서일 뿐 확정된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현빈 한전공대 설립단장은 "개교 지연, 설립규모 축소 등은 설립 추진 전에 정치권의 협력을 부탁하는 과정서 나온 이야기"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개교 목표를 달성을 위해서는 지자체의 협조와 정부차원의 지원, 특별법 제정 등이 절실하다"면서 "한전의 설립의지는 여전히 확고하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