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회 '타이레놀500㎎' 제외… 대정부 투쟁, 행정소송 불사편의점 업계 "심의회 결정·국민 의견을 전적으로 따르겠다"
  • ▲ 편의점 상비약 관련 사진. ⓒCU
    ▲ 편의점 상비약 관련 사진. ⓒCU

    편의점 안전상비의약품(이하 상비약) 지정심의회 합의가 '불발'되면서 1년 5개월을 끌어왔던 논란이 더 길어지게 됐다.

    보건복지부는 8일 오전 7시부터 '제6차 안전상비의약품 지정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를 열고 '겔포스'와 '스멕타' 2종의 신규 품목 추가에 대해 논의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에 따라 합의에 이를 때까지 편의점 판매가 허가됐던 해열진통제, 감기약 등 13개 품목은 그대로 유지된다.

    이날 심의위에서 정부는 편의점에서 판매 중인 소화제 2종을 빼고 겔포스와 스멕타를 추가하자(2대2 스위치안)고 제안했다. 대한약사회는 '타이레놀500㎎'을 빼고 지사제를 추가하자는 안을 내세웠다. 또한 편의점 판매 시간을 줄이고, 공공심야약국 대책을 마련해줄 것을 요청했다.

    심의위는 예정됐던 2시간을 넘겨 3시간30분 동안 논의를 이어갔지만 끝내 간극을 좁히진 못했다. 상비약 품목 확대 논의는 지난 2016년 7월6일 박근혜 정부가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서비스 경제 발전전략'을 확정·발표하면서 촉발됐다. 지난해 3월15일 첫 시작한 지정심의위는 5차 회의까지 이어졌으나 약사회 측의 강한 반발로 인해 1년 넘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빠른 시일내에 7차 회의가 개최하기로 가닥이 잡혔지만 논란의 불씨는 여전히 남게 됐다. 다음 회의에서는 겔포스와 스멕타만 논의 대상으로 삼고 표결할 계획이다.

  • ▲ 편의점 상비약 관련 사진. ⓒCU
    ▲ 편의점 상비약 관련 사진. ⓒCU

    ◆ 편의점 업계 "심의회 결정·국민 의견을 전적으로 따르겠다"

    편의점 업계는 상비약 품목 교체와 확대·조정건에 대해 전적으로 국민의 뜻과 표결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편의점에서 상비약을 판매하기 시작한 배경도 국민들의 응급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24시간 운영하는 편의점이 활용됐던 것처럼 이를 확대하거나 조정하는 것은 편의점이 결정한 문제가 아니라 업계 이해 관계자와 소비자들의 판단이 문제라는 입장이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 관계자는 "편의점 내 판매된 비상의약품의 매출 비중은 지난 5년간 0.18% 수준"이라며 "매출의 1%도 되지 않는 의약품 판매를 편의점 업계가 굳이 나서서 확대해달라고 외치는 것이 절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만 약국이 문을 닫은 후에도 편의점들은 24시간 영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국민들의 응급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의약품 판매를 시작했고 이는 어디까지나 사회 공익적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며 "편의점업계는 심의회의 결정과 국민들의 의견에 전적으로 따르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편의점산업이 고도화 된 일본의 경우 편의점에서 판매하고 있는 상비약 품목 수가 2000개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 여론도 편의점 상비약 판매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지난 1~2일 174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상비약 약국 외 판매제도가 필요한 응답자는 97.4%(1693명)에 이르렀다. 특히 소비자들은 공휴일, 심야 시간 등 약국 이용이 불가능할 때(74.6%, 1179명) 편의점 상비약을 구매한다고 답했다.

  • ▲ 대한약사회는 지난 29일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국민건강 수호약사 궐기대회'를 개최했다. ⓒ대한약사회
    ▲ 대한약사회는 지난 29일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국민건강 수호약사 궐기대회'를 개최했다. ⓒ대한약사회

    ◆ 약사회, 편의점 상비약에서 '타이레놀500㎎' 제외 요구

    약사회는 이날 심의위에서 24시간 영업을 하지 않는 편의점의 상비약 판매점 등록을 취소할 것을 요구했다. 약사법에 따르면 24시간 영업하는 편의점에서만 상비약 판매자 등록이 가능하다. 최근 최저임금 인상 등의 영향으로 상비약 판매는 지속하면서 24시간 영업을 하지 않는 편의점이 늘었다는 게 약사회의 주장이다.

    또한 약사회는 타이레놀500㎎만큼은 편의점 상비약 품목에서 빼야 한다는 입장이다. 조찬휘 약사회장은 "현재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타이레놀 500㎎은 일본에서 극약으로 분류될 정도로 부작용 논란이 많은 상황"이라며 "타이레놀은 술을 마신 상태에서 복용하거나, 과다복용하면 심각한 간 손상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강봉윤 약사회 정책위원장은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정부의 2대2 스위치안과 약사회가 제시한 안, 그리고 위원 한명이 4개 효능군을 다시 놓고 표결에 부치자는 안을 제시해 논의가 진행했다"면서 "다음 번 회의에서 지사제, 제산제 등 2개 효능군만 놓고 다시 논의하는 것으로 이야기됐다"고 언급했다.

    약사회는 향후 정부가 약사회의 의견 반영 없이 편의점 상비약 품목을 강행한다면 대정부 투쟁은 물론, 행정소송까지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강 정책위원장은 "오·남용으로 인한 내성 발현 등의 우려가 있거나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는 성분은 안전상비약으로 지정할 수 없는 만큼 향후 7차 회의에서 적극 의견을 개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숨죽인 제약업계… 판매 채널 증가에 내심 '기대'

    제약업계는 편의점 상비약 판매 이후 관련 제품의 매출이 소폭 증가했다. 편의점 상비약의 매출 규모가 해마다 대폭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편의점 CU·GS25·세븐일레븐의 연도별 상비약 매출 신장율은 올해까지 두 자릿수 신장율을 기록 중이다. 세븐일레븐의 경우 올해 1~7월까지 상비약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9.5% 증가했다. 같은 기간 GS25는 19.0%, CU는 14.5% 늘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편의점에서 일반의약품을 판매할 경우 기존 약국뿐 아니라 판매·유통 채널이 하나 더 늘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매출적인 측면에서는 플러스 알파적인 요인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제약업계에서는 이번 상비약 논의에 관련해서는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상비약 품목 문제는 매우 민감한데다 정부와 약사회의 입장의 대립이 지속되는 만큼 업계에서는 결과를 기다리는 입장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