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콜 제도 개선안 발표하는 김현미 국토부 장관.ⓒ연합뉴스
    ▲ 리콜 제도 개선안 발표하는 김현미 국토부 장관.ⓒ연합뉴스
    여름휴가에서 복귀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8일 경기 화성시에 있는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을 찾았다. 그러나 김 장관의 현장점검은 늦은 감이 있다.

    김 장관은 비엠더블유(BMW) 차량 화재 사고로 국민 불안이 커지자 지난 3일 자신의 이름으로 정부 차원의 입장을 발표했다. 이날 김 장관은 발표 현장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발표문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손병석 1차관이 대신 읽었다. 김 장관은 여름휴가 중이었다.

    김 장관은 휴가 마지막 날인 지난 7일 국무회의에는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이낙연 국무총리는 BMW 차량 화재와 관련해 "BMW의 뒤늦은 사과와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 결함이 화재 원인이라는 거듭된 발표는 국민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며 "BMW 문제가 이런 식으로 매듭지어질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 총리는 "국토부가 대처방식을 재검토해 국민이 이해할 사후조치를 취하라"며 "행정적으로 할 일은 다 해야 한다. 법령의 미비는 차제에 보완하라"고 주문했다.

    김 장관의 사고조사 현장 방문은 총리한테 채근당하고 이뤄진 뒷북 행정으로 비친다. 현장 브리핑에서 김 장관은 BMW 위험 차량에 대한 운행정지 검토와 연내 사고조사 완료를 언급했다. 하지만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이나 연구원 인력 확충 등은 전날 알려진 내용을 재탕하는 수준에 그쳤다.

    김 장관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수차례 강조했다. 김 장관에게 묻고 싶다. 국민이 불안에 떨며 하루가 멀다고 달리는 차에서 불이 날 때 김 장관은 어디서 무얼 했는지 말이다. 김 장관의 가족이 모는 차량이 BMW 리콜 대상이었어도 휴가라서 자리를 비웠을지 궁금하다.

    김 장관은 취임 이후 부동산 관련 정책에는 강하게 목소리를 내왔지만, 교통정책과 관련해선 상대적으로 관심과 발언이 미약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 공백은 실무형 차관들이 메워왔다. 공교롭게도 김 장관이 휴가라 공석(公席)을 비운 사이 교통정책을 총괄하는 2차관도 국외 출장 중이었다. 교통부문 컨트롤타워가 모두 부재중이었던 셈이다.

    시계를 1년 전으로 돌려보자. 국토부는 지난해 이맘때 8·2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김 장관은 당시에도 여름휴가 중이었다. 하지만 김 장관은 대책발표 현장에 나타났다. 휴가 중 부동산대책을 발표한 이유에 대해 그는 "부동산 정책을 더 늦추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답했다. 총리의 채근을 듣고서야 조사현장에 나타나 김 장관이 거듭 강조한 국민 생명과 안전은 부동산 정책보다 덜 중요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

    김 장관은 전문조사 인력이 아니다. 조사 기간을 절반으로 줄인다면서 급박하게 돌아가는 현장을 방문하는 것은 연구원에 하등의 도움이 안 된다. 장관 의전에 행정력만 소모된다. 그런데도 장관이 현장을 찾는 것은 정부에서 지대한 관심을 두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함이다.

    김 장관의 현장방문은 더 빨랐어야 했다. 국민이나 BMW 측을 겨냥한 전시성 효과를 따져보더라도 이날 방문은 뒷북 행정, 딱 그 수준에 머문다. 늑장 리콜 의심을 받는 BMW 측이 뒷북 행정을 펴는 국토부를 보며 어떤 생각을 할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