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수출증가율 5.9%로 하향"… 미·중 무역전쟁 등 하방 요인 커이란 무역제재 겹치면 생산·투자 위축 우려… 소비 악재로 이어져은산분리 완화 등 뒤늦은 규제개혁 시동… 핵심 지지기반 반발 봉착
  • ▲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열린 인터넷전문은행 규제혁신 간담회에 참석한 모습. ⓒ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열린 인터넷전문은행 규제혁신 간담회에 참석한 모습. ⓒ청와대
    올 2분기 기업 실적이 눈에 띠게 둔화되면서 올 하반기 한국경제 전망을 더 어둡게 하고 있다. 

    상반기 코스피 수익률이 5년 만에 최저치인 마이너스 5.7%를 기록한데다 미중 무역전쟁·이란 경제제재 등 대외 변수까지 겹쳐 3분기는 더 어려울 것이란 경고음이 잇따르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반도체에 기댄 수출증가율이 기대치에 못 미칠 것이란 관측까지 내놨다. 

    정부는 한국경제 활력을 위해 규제완화 카드를 끄집어 냈으나 핵심 지지층의 반발에 부딪쳐 동력이 약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 "불확실성 크지만…" 정부, 회복세 판단

    10일 기획재정부는 '최근 경제동향 8월호'(그린북)에서 "우리 경제가 수출 중심의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생산과 투자가 조정을 받고 미중 무역갈등 심화에 따른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부터 우리 경제가 회복세에 있다는 판단을 유지하고 있다.

    수출은 올 1월부터 7월까지 전년동기대비 6.4% 증가했다. 반도체의 호조에 힘입은 결과다. 하지만 수출 확대에 대한 경계의 시각도 많다.

    수출도 마냥 낙관할 수는 없는 처지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놓은 경제동향에 따르면 올해 수출증가율은 2분기 8.1%에서 3개월 만에 2.2%P 하락한 5.9%로 대폭 낮춰 잡았다. 미중 무역전쟁 등 하방 요인이 큰 탓이다. 

    수출을 제외한 경제지표는 낙제점이다.

    6월 취업자수는 전년대비 10만6000명 증가선에 그쳤다. 취업자 증가폭이 5개월 연속 10만명 전후에 그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극심한 고용한파를 겪고 있다. 

    7월 개별소비세 인하 영향으로 소매판매가 증가세로 전환했으나 일시적인 효과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7월 소비자심리지수는 101로 긍정심리의 기준선인 100을 겨우 넘긴 만큼 외부 요인에 따라 언제든 마이너스로 전환될 수 있다. 


    ◇ 유가 급등에 소비 바짝 탄다

    미중 무역전쟁에 이란 무역제재까지 겹치면서 물가 급등, 소비 위축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 국제유가 인상에 따라 국내 기름값도 덩달아 고공행진중이다. 오는 11월부터 이란의 원유 수출 금지가 담긴 2단계 제재가 실행되면 원유 공급량이 줄어 유가는 더 오를 공산이 크다.

    이란과의 거래가 중단되면 우리나라의 정유 및 석유화학, 건설사, 수출기업 등 이란과 거래하는 기업들은 직격탄을 맞게 된다. 유가상승은 기업의 생산비용을 증가시켜 생산과 투자를 위축시킨다.

    유가상승에 따른 물가인상도 불가피하다. 

    유가인상은 전기요금, 도시가스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으로 확대돼 소비심리에도 '악재'다.

    통계청의 '7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석유류 가격이 1년전과 비교했을 때 12.5%나 올라 전체 물가를 0.54%P 인상시켰다. 


    ◇ 정책리스크 → 규제완화로 극복할까 

    정부의 급격한 정책 전환도 한국경제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 

    2년 연속 10%대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소상공인부터 대기업까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7월부터 도입된 주 52시간 근로제까지 겹쳐 인건비 부담이 늘어난 기업들의 실적은 줄하락하는 양상이다. 

    문재인 정부는 뒤늦게 규제개혁 카드를 꺼내 경제를 활성화 시킨다는 방침이지만 지지층 반발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최근 의료기기 규제 혁신에 이어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은산분리 완화를 지시했다. 

    소득주도 성장으로는 일자리 감소와 투자 위축 등 경제 악화를 막을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일 인터넷전문은행 규제혁신 현장 방문 행사에도 직접 참석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은산분리라는 대원칙을 지키면서 인터넷전문은행이 운신할 폭을 넓혀줘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이 나오자마자 핵심 지지기반인 참여연대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은 연달아 성명서를 내고 "재벌의 경제력 집중을 심화시키는 정책"이라고 비난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는 규제개혁과 핵심 지지층의 이탈 현상이 직접 연결돼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리얼미터 조사(6~8일)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전주대비 5.2%P 하락한 58%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만4967명을 대상으로 치러졌다. 

    청와대는 규제혁신 3호 과제로 개인정보, 빅테이터를 꼽고 있다. 4차산업 분야에서 개인정보 관련 빅데이터를 폭넓게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재정비 하는 내용이다. 청와대는 앞으로 30여개의 혁신안을 차례로 발표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