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하나·우리·전북·부산 '합격'…국민·경남 되레 축소고금리로 몰리는 중·저신용자에 평균 7~9% 금리 적용
  • 신용도가 낮은 중·서민층을 위한 중금리대출의 은행권 성적이 1년 전보다 개선된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당국이 포용적 금융의 일환으로 중금리대출 활성화를 주문한 만큼 이에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부응하고 있는 것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6대 시중은행과 5대 지방은행의 7월 기준 사잇돌 중금리대출 누적 신규 취급액은 총 511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보다 60.5% 급증한 수치로, 금융당국의 중금리대출 확대 기조에 발을 맞추는 모습이다.

    중금리대출은 신용등급이 낮은 차주가 제2금융권의 고금리대출로 내몰리지 않고 제1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를 적용한다.

    금융당국은 중·서민층이 중금리대출로 이자 부담을 경감할 수 있도록 중금리대출 확대 방안을 밝힌 바 있다. 이에 지난해 3조5000억원 수준이던 중금리대출 규모를 2022년까지 7조원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도 내놨다.

    이러한 당국의 취지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신한은행이다. 전년 대비 괄목할 만한 성적을 보인 곳은 KEB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이다.

    신한은행의 7월 기준 누적 취급액은 829억원으로 지난 한 해에만 유일하게 1000억원이 넘는 중금리대출을 제공했다.

    뒤이어 KEB하나은행이 바짝 쫓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지난 한 해 동안 283억원의 중금리대출을 취급했는데, 올해 7월까지 779억원을 끌어올렸다. 이는 1년 전(157억원)보다 400% 가까이 급증한 수치다.

    비중으로만 따지면 기업은행의 성적이 놀랍다. 지난해 194억원의 중금리를 취급했지만, 올해 389억원(7월 기준)까지 끌어올리며 1년 전보다 500% 이상 증가했다.

    농협은행도 순항 중이다. 7월 기준 누적 취급액은 38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5.0% 증가했다.

    시중은행보다 상대적으로 덩치가 작은 지방은행 중에서도 전북, 부산, 광주은행이 공격적인 영업을 펼치고 있다. 

    시중은행 대출 문턱을 넘기 어렵지만 저축은행, 대부업체 이용을 꺼리는 중·서민을 대상으로 틈새시장을 개척해 지방은행의 한계를 뛰어넘는다는 전략이 숨어있다.

    특히 전북은행은 지난해부터 임용택 은행장의 주도로 서민금융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이에 중금리대출 규모도 꾸준히 증가 추세다. 7월 기준 누적 취급액은 513억원으로, 지방은행 중 1위이면서 시중은행보다 높다.  

    전북은행은 지난 2015년부터 6~7등급까지 신용대출을 확대한 데 이어 올해 8등급까지 심사 범위를 더 넓혔다. 

    광주은행도 3년 전부터 중·저신용자 대출에 집중하면서 지난해 499억원의 중금리대출을 취급했다. 올해 7월 기준으로는 458억원을 취급했다.

    광주은행은 전라남도와 광주 지역 경제가 부진한 만큼 상환 능력이 돼도 10% 이상 고금리를 받는 중·저신용자에게 대출을 제공하면서 서민층 구제에 힘써왔다.

    지방은행 중 비중으로만 보면 대구은행이 전년 대비 가장 많이 증가했다. 지난 한해 동안 78억원을 취급했지만, 올해 138억원(7월 기준)까지 끌어올렸다.

    대구은행은 지역 중소기업에 초점을 맞춰 대출을 운영하면서도 중금리대출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산은행도 안정적으로 중금리대출 규모가 늘고 있다. 7월 기준 누적 취급액은 1년 전보다 24.8% 증가한 504억원으로, 시중은행보다 높은 수치다.

    반면 전년 대비 중금리대출 규모가 줄어든 곳은 국민은행과 경남은행이다.

    국민은행의 7월 기준 누적 취급액은 339억원으로, 6대 시중은행 중 가장 적다. 1년 전보다 22.9% 감소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금융위의 중금리 활성화 방안으로 시중은행이 공동 시행하는 사항이므로 개별은행 이슈와는 별개"라며 "서울보증보험과 연계하는 상품으로 보증서 발급이 안 되는 고객은 대출이 안 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경남은행은 11개 은행 중 중금리대출에 가장 소극적이다. 7월 기준 누적 취급액은 1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8.3% 급감했다. 지난해 누적으로도 55억원에 불과하다.

    중금리대출 규모가 작은 것은 새희망대출과 중금리대출 타켓층이 겹치는 가운데 서민금융에 더 비중을 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은행 측은 설명했다.

    한편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11개 은행의 전체 등급 중금리대출 평균 금리는 최저 7%에서 최고 9%까지로 집계됐다. 기업은행(7.17%)과 신한은행(7.43%) 평균 대출금리가 상대적으로 낮았다.

    다음으로는 농협은행(8.01%), KEB하나은행(8.11%), 광주은행(8.16%), 국민은행(8.28%), 부산은행(8.25%) 순이다. 평균 금리가 9%대인 곳은 전북은행(9.38%), 대구은행(9.55%), 경남은행(9.69%)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서민들을 위한 포용적 금융을 앞세워 중금리대출 활성화에 힘을 쏟는 만큼 하반기 금융권에 중금리대출 각축전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금리 상승기에 신용등급과 대출금리를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대출시장의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