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취약 신흥국에 집중…한국 자본유출 우려 적어美 금리인상 맞물린 강달러는 우려감 높아 대비해야
  • 리라화 급락으로 확산한 터키 금융시장의 불안이 아시아 주식 및 외환시장을 강타했다.

    투자심리가 급속히 얼어붙은 가운데 국내 증시 충격은 제한적 수준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터키의 갈등 악화 속에 리라화 가치는 지난 10일 달러화 대비 10% 이상 급락한 데 이어 전날도 오전 한때 10% 가까이 하락했다.

    아시아 주요국 증시는 공포에 휩싸인 투자자들이 매도에 나서면서 주요 주가지수가 일제히 1% 이상 급락했다.

    코스닥의 경우 3.7% 급락하며 충격을 키웠다.

    국내 증시도 변동성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감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이재선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대(對)터키 제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자 리라화는 10일 기준 무려 15% 급락해 신흥국 시장의 불안감을 촉발했다"며 "이는 신흥국과 미국 증시의 디커플링 현상이 심해지던 상황에서 국내 증시의 기간 조정 연장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국내 증권가에서는 단기적으로 경계심이 높아질 수 있으나 우리나라를 비롯한 신흥국 전체로 위험이 확산할 가능성은 작다고 보고 있다.

    이 연구원은 "위기가 불거진 다른 신흥국과 비교하면 국내 증시가 받을 추가적 타격은 제한적"이라며 "한국은 경상수지 및 국제투자 포지션 부분에서 신흥국 중 가장 양호한 수준으로 여타 신흥국과 달리 외국인 자본유출로 인한 리스크는 낮다"고 설명했다.

    신환종 NH투자증권 연구원도 터키 외환위기 이슈의 충격이 카자흐스탄이나 이란 등 일부 취약한 신흥국들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했다.

    신 연구원은 "터키 이슈로 당분간 신흥국 전반에 대한 투자심리가 약화하겠으나 주요 신흥국의 외환 유동성 대응능력이 양호해 대형 위기로 비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경상수지 적자 규모가 크고 단기부채가 많으며 보유 외환이 넉넉하지 못한 가운데 미국과 갈등을 빚는 신흥국들이 주로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도 터키 이슈가 경계변수로 떠오르기는 했으나 다른 국가로 위험이 전이될 가능성은 작다면서 코스피 조정 시 매수 대응을 추천했다.

    곽 팀장은 "코스피가 반등 모멘텀을 찾지 못하고 있으나 변동성 대비 밸류에이션(평가가치) 매력은 사상 최고 수준"이라며 "터키 이슈만 심화하지 않으면 달러 약세 환경이 갖춰지면서 8∼9월 코스피가 반등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달러 강세 흐름 속에 터키발 악재가 불거진 점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허진욱 삼성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중 무역분쟁 심화,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 등으로 달러화 강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터키발 불안과 이에 따른 유로화 약세는 단기적으로 달러화 강세를 가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경우 글로벌 금융 여건 전반의 악화와 안전자산 선호심리 강화로 이어질 수 있으며 특히 신흥국 전반에 걸친 증시와 통화 약세를 심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